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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난 서유럽을 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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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난 서유럽을 구하고 싶었다"

첫 심리 출두해 무죄 주장…부친도 "그는 자살했어야 했다"

노르웨이 연쇄 테러의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25일 법정에 나와 테러 및 총기난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신의 테러 조직에 두 개의 소규모 조직이 더 있다고 밝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노르웨이 경찰은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를 기존의 93명에서 76명으로 정정했다. 차량 폭탄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7명에서 8명으로 늘었고, 총기 난사 희생자는 86명에서 68명으로 줄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이날 오슬로 시내 법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첫 심리에 출석해 오슬로 차량 폭탄 테러와 우토야섬에 벌어진 총기 난사 혐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난 무슬림(이슬람 교도)으로부터 서유럽을 구하고 싶었다"며 집권 노동당이 "무슬림을 대거 수입해" 노르웨이의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날 심리에서 "우리 조직에는 2개의 소규모 조직이 더 있다"고 밝혀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빅은 심리가 끝난 뒤 8주간의 구금 명령을 받았다. 첫 4주는 독방에 감금돼 변호사를 제외한 모든 면회가 차단되며 신문 등의 미디어를 접촉하거나 편지를 받을 수도 없게 됐다. 경찰은 이 재판이 최대 1년 이상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리는 비공개로 35분 간 진행됐으며 이날 오후 4시경 심리를 진행한 킴 헤거 판사의 브리핑 형식으로 내용이 공개됐다. 헤거 판사는 사전에 심리 과정을 비공개하겠다고 밝혀 브레이빅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테러를 정당화하고 반 이슬람 성향의 주장을 전 세계로 전파할 기회를 사전에 차단했다.

헤거 판사는 "용의자에 대한 공개 심리가 특별하고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 비공개로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전 비공개 조치는 노르웨이에서 이례적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브레이빅은 법정 출두에 앞서 심리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범행 전에 법정에서 할 연설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두할 때 제복 등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싶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무장한 벤츠를 타고 법정으로 이송됐으며 법원 후문을 통해 들어가 성난 시민들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브레이빅은 '유럽 독립선언'이라 이름붙인 성명에서 미디어에 자신의 범행 동기를 알리기 위해 체포당할 것을 기획했으며 만약 그가 살아남아 붙잡힌다면 자신의 선전 단계가 개시되는 것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이 선언문에서 네덜란드를 이슬람의 유럽 식민지화에 희생된 나라로 규정하면서 '유럽의 반역자'를 처단할 탄저균의 분량을 계산하기도 했으며, 이슬람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 <복종>을 만들었다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한 데오 반 고흐 감독에 대해 언급하며 고흐 감독과 함께 대본을 쓴 여성 아얀 하르시 알리 네덜란드 하원의원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크리스티안 하틀로 검사는 브레이빅이 법정에서 평온한 상태였으며 이번 사건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하틀로 검사는 또 "우린 다른 이들이 (이번 테러에)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두 개의 소규모 조직이 있다는 정보가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브레이빅이 그 조직을 조직했거나 그들과 공모했는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브레이빅 외의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NRK>는 브레이빅이 올해 초 비료를 구입했을 때 다른 이와 함께 있었다고 보도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르웨이 경찰, 3월에 브레이빅 존재 인지해

이번 테러에 '늦장 대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노르웨이 경찰은 브레이빅이 지난 3월 화학물질을 구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빅은 당시 한 폴란드 도매업자로부터 온라인 거래를 통해 다량의 화약물질을 구입했다. 이 업자는 이러한 거래 행위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으며 확보된 고객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국내정부국(MI5)도 이 일로 인해 그를 감시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보 당국은 이같은 정보를 알고도 테러와 연관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얀네 크리스티안센 노르웨이 경찰치안국(PST) 국장은 <NRK>에 브레이빅의 거래가 적법했기 때문에 추가 조사할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고 밝혔다. 폴란드 수사 당국은 25일 뒤늦게 이 도매업자의 창고를 압수 수색했다.

브레이빅은 또 경찰 조사에서 노르웨이의 전 총리이자 집권 노동당 당수인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를 공격할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브룬트란트 전 총리의 대변인은 그가 23일 오후 5시까지 섬에서 노동당 청소년 캠프에 참가했다가 섬을 떠났다고 전했다. 브레이빅은 5시30분경부터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브레이빅은 그가 섬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수도 오슬로 테러현장에서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하랄 5세 국왕 부부, 이웃 국가인 덴마크, 스웨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테러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10만여 명의 인파가 운집해 밤샘 행진을 벌였으며 이 밖에서 노르웨이 각지 도시에서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연쇄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현지시각 25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청 밖에서 사람들이 장미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에 거주하는 브레이빅의 부친 옌스 데이비드 브레이빅도 아들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그의 아버지라고 느끼지 않는다"라며 "그는 어떻게 그 많은 무고한 이들을 이들을 죽이고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야 했다. 그게 그가 했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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