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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무슬림이 아니라 노르웨이 청소년들을 학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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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무슬림이 아니라 노르웨이 청소년들을 학살했나

[분석]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알카에다보다 위험하다"

다음은 24일(현지시간) 중동의 <알자지라> 웹사이트에 게재된 '알카에다보다 민족주의자들이 더 위험하다(Nationalists pose bigger threat than al-Qaeda)라는 칼럼(원문보기)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영국의 저명한 테러리즘 분석가 로버트 램버트다. 그는 <이슬람공포증과 무슬림 증오범죄>의 저자이기도 하다. 램버트는 이 글에서 지난 22일 노르웨이에서 한 극우 민족주의자가 정부청사를 폭파하고 집권 좌파 노동당의 청소년 여름학교에서 청소년들에 총기를 난사한 테러를 일으킨 배경을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청소년만 80명이 넘게 살해되고 정부청사 테러로 7명이 사망하는 등 이미 사망자만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범행 직전 브레이빅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려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폭력적 테러를 예고했다. 사진은 이 선언문에 포함된 브레이빅의 모습. ⓒ프레시안
"무슬림에 유화적인 자들도 증오의 대상" 경고

램버트는 범행을 저지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무슬림을 증오하는 폭력적 민족주의자이면서 왜 테러 대상으로 무슬림이 아니라 정부청사와 자국의 청소년들을 선택했느냐에 주목했다.

이 글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정치인들에게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테러 대상을 선택했다.

브레이빅은 미온적인 민족주의자들에게 노르웨이 주류와 좌파 정부가 무슬림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유럽의 이슬람화'에 대해 유화적인 진영은 이제 무슬림 활동가들만큼 증오의 대상이 되었으며, 따라서 그들과 마찬가지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다.

특히 램버트는 브레이빅은 자신의 테러에 의한 무고한 희생자들은, 반드시 승리해야할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우발적인 민간인 피해' 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고 진단했다.<편집자>


집권좌파 노동당의 정치 실패 부각시키려는 의도

노르웨이에서 집권 노동당의 여름학교에서 학살이 일어나고 정부청사가 차량 폭탄 공격을 받자, 이곳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였다. 알카에다에 의해 고무되거나 지시를 받은 무슬림들의 소행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반무슬림 정서에 의한 사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빅은 무슬림을 거부하고 모스크 건축을 반대하는 여러 단체들의 열성회원이며, 서구 문화를 '이슬람화'로부터 지켜내려는 정당 노선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경찰의 조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9.11 사태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형성되는 폭력적인 극우 민족주의적 분위기와 이슬람공포증이 확산되는 현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브레이빅이 모스크를 폭파시키는 방법을 왜 택하지 않았을까. 그가 속한 폭력적 극우세력이라면 적에게 직접 타격을 가하는 방법을 썼을 수 있다. 정부청사와 집권좌파 노동당의 청소년 여름학교를 공격함으로써 브레이빅은 미온적인 민족주의자들에게 노르웨이 주류와 좌파 정부가 무슬림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유럽의 이슬람화'에 대해 유화적인 진영은 이제 무슬림 활동가들만큼 증오의 대상이 되었으며, 따라서 그들과 마찬가지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다.

테러리즘은 폭력적 선전술

브레이빅은 정치인들에게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테러 대상을 선택했다.

저명한 테러리즘 학자 알렉스 슈미트는 "테러리즘은 폭력의 일종이라기보다는, 테러리스트의 전략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선전술로 먼저 이해돼야 한다"고 말한다.

브레이빅은 테러리즘이 폭력과 선전술의 결합 형태라는 슈미트의 분석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은 브레이빅이 저지른 테러와 그 대상에 대해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빅은 자신이 서구의 모든 정치인들에게 '유럽의 이슬람화' 저지를 최우선의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사살된 청소년들은 전쟁 수행중 발생한 '우발적 피해'?

브레이빅은 자신의 테러에 의한 무고한 희생자들은, 반드시 승리해야할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우발적인 민간인 피해(collateral damage)' 정도로 생각할지 모른다.

브레이빅은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행위에 영감을 받고 같은 행위에 나설 것을 기대할 것이다. 브레이빅처럼 무슬림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테러리즘을 동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테러리즘의 목적은 그 중에서 몇 사람만 나서도 충분히 이행될 수 있다.

몇 사람만 행동에 나서도 브레이빅은 자신의 테러 행위가 성공을 거두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다른 폭력적 민족주의자들은 브레이빅처럼 치명적인 효과를 거둘 테러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브레이빅은 이들과 차별화된다.

유럽 전역 테러 중 이슬람주의자 소행은 1%도 안돼

유럽 경찰기구 유로폴의 통계에 따르면, 이슬람 테러조직의 위협은 '인종-민족주의자'와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위협과 비교할 때 아주 적다. 2006년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498건의 테러 공격 중 단 한 건만이 '이슬람주의자'의 소행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2007년에는 583건 중 '이슬람주의자'의 소행으로 분류된 사건은 4건이 되었지만, 1%도 안되는 비율이다.

반면 583건 중 517건은 민족주의나 분리주의 테러조직들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거나 그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들이었다.

보다 최근 사건으로 2010년 1월 15일 영국의 군인 출신 극우 정당원인 테렌스 개번이 엄청난 양의 사제폭탄과 무기들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영국 법원에 따르면 영국 현대사에서 비슷한 사건으로는 가장 대량의 폭발물과 화기를 제조한 사건이다. 영국의 대테러 기관에 따르면, 개빈은 무슬림을 공격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그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극도로 위험한 인물로 평가됐다.

사실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폭탄 제조 능력과 테러 대상에 대해 알고 싶다면 1995년 오클라호마 폭발 테러사건을 떠올리면 된다. 이 사건을 일으킨 티머시 맥베이는 미군 복무 시절 익힌 기술을 활용해 168명의 사망자와 680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폭탄을 제조하고 폭발시켰다. 그가 저지른 폭발로 주변 건물 등 물적 피해까지 포함해 무려 6억5200만 달러 상당의 피해가 초래됐다.

그 후 10년 뒤 영국에서 알카에다가 배후에 있다는 자살폭탄 4개가 동원된 테러가 일어났지만 맥베이는 주변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폭탄 한 개로 더 큰 타격과 손실을 가했다.

특히 맥베이는 연방정부 청사를 공격함으로써 브레이빅 같은 일단의 폭력적 극우 민족주의자들에게 테러 대상 선정에 의미있는 선례를 남겼다.

유럽의 '자생적 극우 민족주의' 경계령

유럽에서 이민자, 특히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극우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22일 다른 곳도 아니고 유럽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노르웨이에서 최악의 '극우 민족주의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제 유럽의 '자생적 극우 민족주의'가 가공할 테러세력으로 현실화됐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40년 가운데 26년을 사민주의 정당인 노동당이 집권하고,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의해 '엄마가 살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히는 등 진보진영에서 부러워한 모범국가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인구의 11%가 이민자로, 지난 2009년 총선에서 반이슬람, 반유럽통합을 내세운 진보당(FnP)이 22.9%의 표를 얻어 제1 야당이 될만큼 극우 민족주의가 정치적으로 가장 득세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실시된 핀란드 총선에서 '진짜 핀란드인'이라는 극우 정당이 2007년 총선(4.1%) 때보다 5배 가까운 19%의 득표율을 얻어 제2 야당이 되고,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5.7%의 득표율로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2007년 덴마크인민당(DF)이 13.9%를 득표한 것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등에서 극우정당이 두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도 극우정당이 세를 불리고 있지만 이번 노르웨이 사태처럼 충격적인 테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때문에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4일 "이번 사건으로 '북유럽 극우파가 안보 위협은 아니다'는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전역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발호하는 배경에 대해 대체로 경기침체와 이민자 증가가 맞물리는 변화에서 찾고 있다. '이민자들이 우리의 복지예산을 잠식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공격적 구호에 끌리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치즘 같은 파시즘이 국민적 지지를 받아 '인종학살'을 일으키는 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독일의 유대인 학살 사건도 극단적인 경제난 속에 독일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한 나치 독일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미 선거판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을 내세운 득표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극우정당 '스웨덴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이민자들의 세금 강탈로부터 돈을 아끼고 싶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구호로 단숨에 원내에 진입했으며, 노르웨이 극우정당 '진보당'은 "이민자를 받지 말고 모두 내보내자"는 공약을 내걸어 20%가 넘는 득표율로 제2 정당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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