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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평화의 나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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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평화의 나라'의 두 얼굴

[오슬로에서 온 편지]<1> 노르웨이 언론을 통해 본 그들의 이중성

22일 금요일 오후 15시 26분 경, 오슬로 중앙정부청사 건물 앞에서 차량에 장치되어 있던 폭탄이 터져 주변 건물들에 큰 피해를 입히고 7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유로운 주말을 기대하고 있던 노르웨이 사람들은 생전 처음 맞이한 수도 한복판에서의 테러 행위로 큰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이 테러범은 경찰관으로 위장하고 오슬로에서 약 30여km 정도 떨어진 우토야(Utøya)라고 하는 조그만 섬으로 이동한 뒤 약 700 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노동당 청년회(AUF) 여름 캠프를 진행 중이던 곳에 총기를 난사해 현재까지만 85명의 사망자가 확인되었다.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도망가는 학생들마저 조준 사격했다고 하는 목격담이 뒤따르고 있기에 사망자 수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북유럽의 조용한 백야의 나라인 노르웨이는 현재 전 국가가 비상 사태에 접어들어 국왕 하랄 5세의 위로 성명, 긴급 내각 회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유로운 휴가철의 사회가 큰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경찰에서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피의자가 노르웨이 극우주의자라는 사실은 노르웨이 사회에 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노르웨이 사회 여유로움과 노벨 평화상 수여국이라는 이미지에 뒤에 가려져 있던 서구, 기독교 중심의 노르웨이의 본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마자, 노르웨이 주요 언론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기사를 준비하였으며(☞바로 가기) 알카에다는 아니지만 '글로벌 지하드(성전)의 조력자(Helper for the global Jihad)'라는 근본주의자 소행이라는 분석기사(☞바로 가기), 역시 같은 단체를 지목하면서 노르웨이가 예전부터 테러 단체의 쉬운 타켓이 되어 왔다는 기사, 미국의 911 사태, 런던·스톡홀름 테러 등과의 비교 기사를 시작하였다.

▲ 22일 일어난 오슬로 차량 폭탄 테러 소식을 전하는 노르웨이 신문. ⓒ정의성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배후에 있는 단체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고, 현재까지 드러난 용의자 정보는 노르웨이인으로 기독교인이자 극우 보수주의자로 인터넷 상에서 노동당 정부의 정책과 다문화 정책, 맑시즘, 이슬람 등을 비난하던 민족주의자로 드러났다.

용의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번 사태는 9.11 테러보다는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조 변화가 있기 전에 구체적으로 단체명까지 제시하면서 노르웨이 언론이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행위가 아니였을까?

노르웨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해 약 700명의 군인이 현재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카불 근방에 주둔 중이다. 2007년에만 약 7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현재 오사마 빈 라덴에 이어서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된 알자와히리가 2004년 노르웨이를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바로 가기)

이 뿐이 아니라 노르웨이는 이미 NATO 의 일환으로 리비아에도 6대의 폭격기를 보내 시내를 폭격하는 연합국의 일환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노르웨이 언론에서는 용의자가 파악되기전까지 알카에다 또는 카다피와 관련된 테러일 것이라는 분석을 계속 내어놓고 있었다.

이에 더해서 이를 계기로 보다 반 이슬람 적, 반 다문화적, 반 이민적 정책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고 이미 유엔에서 반인권적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덴마크의 전철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언론까지 등장했었다.(☞바로 가기)

이 끔찍한 사건의 정확한 배후가 밝혀지기도 전에 자신들은 선의의 피해자로 남고자 제 3 의 대상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려 하는, 아니 오히려 이 기회를 빌어서 슬쩍 자신의 본심을 밝히면서 '반이슬람'의 기치를 높이고자 하는 모습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결국 제3자가 아닌 노르웨이 사람의 어긋난 신념에서 빚어진 개인적 분노, 현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특히 아직 다 자라나지도 않은 노동당의 청년 당원들에게 가해졌음이 밝혀지자 노르웨이 주요 언론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논조를 바꾸어 노르웨이의 개방정책이 이렇게 위협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내어놓기 시작했다.

설령 피의자가 개인의 신념으로 인해서 다문화 사회를 반대하고 이슬람의 전파를 거부하며, 집권당인 노동당에 대해 (피의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잔혹하지만 필요한' 테러 행위가 자행되었다고 해도 노르웨이 사회 속의 모순을 그는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이며,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패쇄적이며 이민자들과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의 이중성. 노벨 평화상이라는 최고급 화장품으로 가려져 있는 그들의 이중성이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태를 통해서 잠시 본 얼굴을 드러내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이미 2개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통수권자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것 자체로도 노벨 평화상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북구의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작은 나라로 남고 싶은 대부분의 노르웨이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노르웨이는 이미 결백하고 순수한 나라도 아니었다.

이러한 사회의 치부가 오늘과 같은 비극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한다. 노르웨이가 공식적으로는 전세계의 난민 보호를 위해서 노력하고 많은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해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보이고 있지만, 노르웨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자.

몇 년동안이나 노르웨이 땅에서 근로하면서 세금을 내왔던 근로자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소득이 줄자 필리핀 출신 아내와 한살박이 딸에게 출국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바로 가기), 이민당국과 세금청에서 정확한 설명을 받지 못한 채 이에 따라서 일을 했다는이유로 생후 6개월 된 아들과 출국 당한 채 최소 3년간 노르웨이를 방문하지 못하게 된 필리핀 아내(☞바로 가기)의 이야기 등은 찾기 어려운 사례가 아니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평화를 사랑한다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뒷면에는 어떠한 기회만 있다면 자신들의 사회에서 외부인을 추방하고자 하며 외부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이면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건들은 노르웨이 언론에 보도가 되고 '인권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많은 '선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현재는 두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에는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불합리로 인한 슬픔과 증오가 자리잡고 있었겠는가?

세계 평화와 인권을 사랑하지만 외부인에 대한 적개심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사회의 이러한 양면성이 결국 오늘과 같은 끔찍한 대참사를 낳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특수한 사례를 가지고 노르웨이 사회를 양단할 수는 없겠지만, 사건 발생 직후 주요 언론에서 보인 '이슬람', '이민자'에 대한 공포는 어쩌면 노르웨이 인들의 마음 깊은 곳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감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제 가을이 찾아오면 노르웨이에서는 지방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과연 충격에 빠진 노르웨이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되며, 앞서 언급한 두 이민자 가정의 사례에서 보여지는 '선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일상 생활 속의 조그마한 일탈에 가까운 여유로움이 아니라 마음 속의 늘 자리하는 진정성이기를, 정말 그들이 지향하는 평화상에 걸맞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을 단일 민족을 유지하며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잘 억압하고 있는 좋은 예로 제시를 하면서 어째서 대한민국은 배타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나치, 파시스트라는 평가를 받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바로 가기)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이 잔혹한 사건은 그저 북구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해외 토픽이 아니라 결국 국제화 시대에 다른 문화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우리 모두에게, 특히나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타깝게 소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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