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날라리 외부세력', "자랑스런 홍대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날라리 외부세력', "자랑스런 홍대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홍대 앞 바자회-촛불집회, 민중가요부터 인디밴드, 트로트까지

한편에선 인디밴드들의 노랫소리가, 한편에선 민중가요가 들렸다. 한쪽은 스마트폰을 든 젊은 이들이 흥겹게 축제의 장을 벌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리를 깔고 앉아 조용히 촛불을 들었다. 대조적인 광경이었지만 두 자리에 모인 이들의 마음은 같았다. 20일째 홍익대학교 본관 찬 바닥에 누워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기 위함이다. 22일 오후 홍익대학교 정문 앞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풍경이다.

이날 정오 홍대 앞 놀이터에서는 영화배우 김여진 씨와 트위터리안들이 준비한 홍대 노동자 돕기 바자회가 열렸다. 김 씨를 주축으로 홍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트위터리안들이 만든 온라인 모임 '날라리 외부세력'엔 이미 300여 명에 가까운 이들이 가입했다. 이들은 십시일반 모금으로 21일 <조선일보>에 1000만 원짜리 광고를 게재했다. "총장이 보는 신문"에 광고를 실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한 것.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안 트위터리안들이 가지고 있는 책, 음반, DVD 등의 물품을 기부했다. 직무 상담을 벌이는 노무사, 사주를 봐 주는 이, 인디밴드들까지 재능 기부에 나섰다. 행사를 진행하는 스태프도 트위터로 신청한 자원봉사자들로 채워졌다. 행사 전날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놀이터에 쌓인 눈을 치우고, 지원받은 천막과 음향장비를 설치했다. 이렇다 할 홍보도 없었지만 트위터로 소식을 알고 찾아온 이들로 놀이터는 하루 종일 북적였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도 놀이터를 찾아 "지난 10년 간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며 "비정규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자회의 분위기는 묵직하지 않았다. 김여진 씨는 홍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날라리 외부세력'을 처음 결성했을 때부터 즐겁고 유쾌한 연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놀이터를 방문한 홍대 노동자들도 눈물을 보이기보단 신명나는 트로트를 부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 트위터리안들이 홍대 앞 놀이터에서 연 흥겨운 바자회에 홍대 노동자들도 신이 났다. 20일째 찬 바닥의 냉기와 싸우며 힘들어했지만 이날은 노래를 부르며 시름을 잠시 잊었다. ⓒ프레시안(김봉규)

'날라리 외부세력'이 흥겨움에만 치중한 건 아니다. 홍보 스태프를 자청한 직장인 원 모(31) 씨는 바자회가 시작될 무렵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홍대 사태를 알리는 유인물을 뿌렸다. 새빨개진 손으로 손난로를 열심히 비비던 그는 "홍대 사태를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별로 관심 없어하는 시민들도 많더라"며 "나도 평소에 이런 유인물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열심히 받아야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트위터리안 김정일 씨는 "홍대 농성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제2, 제3의 연대 행사를 계속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자회에서 거둔 수익은 홍대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계획이다.

"여러분들의 졸업장 빛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

떠들썩했던 바자회가 막바지에 이르던 오후 5시경 홍대 정문 앞에는 홍대 노동자들과 홍대 졸업생‧재학생 80여 명이 모여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듭된 대화 요구에도 침묵하고 있는 모교에 대해 이들은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다.

1989년에 홍대에 입학한 이 모 씨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학생과 교수가 힘을 합쳐 학교 재단에 대항하기도 했었다"며 "정의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던 자랑스러운 학교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벌인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9년에 입학한 서 모 씨도 80여 명의 참가자들을 향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아쉽다"며 "다른 말은 줄이고 어머님, 아버님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홍대 졸업생들은 후원기금 320만원을 농성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두 곳에서 열린 행사를 오간 이숙희 공공노조 홍익대분회장은 집회를 지켜보면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고마울 뿐이지…"라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마이크를 잡고서 "많은 분들의 지지와 후원이 가슴이 뭉클하다"며 "여러분들의 졸업장이 빛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