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2일 타결된 지 만 하루 만에 미국 쪽 유력 의원들로부터 쇠고기, 자동차, 농업 분야의 재협상 요구가 불거진 가운데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과 샌더 래빈 하원의원(이상 민주당) 등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서 노동 분야 등을 더 강화시키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데, 4월 2일이 지나면 이와 관련된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미국 측에 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국민들이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해서도 "사실상 FTA란 것은 우선 타결이 되면 원칙적으로는 재협상은 없다"면서 "만약 국민들이 반대하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가 좋은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지만, 그 때는 비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미친북좌파 노무현의 결단…한미FTA 타결은 경제의 6.29 선언"
한미 FTA 협정이 타결된 후 이날 처음 열린 국회 통외통위에서는 '통상절차법'의 부재가 문제로 두드러졌다.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오전 10시경 상임위를 시작했지만 청문회 개최 여부 등 '한미 FTA 비준 전 절차'를 논의하는 데에만 무려 1시간을 허비했고, 이렇다 할 합의점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이날 통외통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 한미 FTA 타결 전후 확연히 달라진 정치 지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용갑, 이해봉, 고홍길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해찬, 정의용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날 통외통위에서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나는 누구보다 노 대통령을 '반미친북좌파'로 비판했던 사람이다. (…)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미 FTA 타결은 경제의 6.29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양심을 걸고, (한미 FTA 협상 결과가 다 공개될 때까지) 비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라고 전제한 뒤 "한미 FTA를 둘러싼 국내 상황은 단순히 한 노동자의 분신이나 한 농민의 총기난사 사건을 넘어, 과거 당의 지도부였던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단식 농성까지 하고 있고, 과거 참여정부의 지지 세력이 정권타도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을) 친북좌파라고 했던 세력이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런 정치적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청문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원칙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청문회 개최 여부와 관련해 최 의원과 견해를 같이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