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적용대상에 구멍(roophole)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쌀도 예외 없는 개방 대상이다."
"한국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련 과학적인 국제기준을 따르도록 압박할 것이다."
"한국 기간통신 사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겠다."
"노동 분야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고위급 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미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최초의 '한미 FTA 공청회'에서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처럼 핵심 협상 쟁점들에 대한 미국 측 협상단의 입장을 밝혔다.
캐런 바티야 부대표는 다음 주 서울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한미 FTA의 대단원을 맺을 책임을 진 당사자다.
"한국 정부가 경제적인 철의 장벽 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산하 무역소위원회(위원장 샌더 래빈)가 주최한 한미 FTA 공청회에서는 한미 FTA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에 대한 미 의원들의 요구와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이 공청회를 주최한 샌더 래빈 민주당 의원은 "(남아 있는 쟁점들 중) 가장 도전적인 것은 미국 공산품, 특히 자동차 제품에 대한 한국의 어마어마한 비관세장벽"이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 측 자동차 관세 2.5%를 조기 철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top priority)라고 천명한 만큼, 우리가 왜 이 지렛대(레버리지)를 양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자동차 업계 대표자들도 "한국 정부가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관세, 세금, 규제 등이 모두 복합된) '경제적인 철의 장벽(economic iron curtain)'을 치고 있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한국 시장에서 외국산 차의 점유율이 높아질 때까지 미국 측 자동차 관세 2.5%를 인하해 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캐런 바티야 USTR 부대표는 "한국의 자동차 관련 비관세장벽을 모두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 측 자동차 관세도 조기 철폐시킬 것"이라고 응답했다.
바티야 부대표는 이밖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적용 예외 대상에 부동산, 일반조세 등을 포함할지 여부 △한국 쌀 시장의 개방 여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완화 여부 △기간통신 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 및 기간통신 표준에 대한 정부 개입 보장 여부 등 현재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주요 쟁점들에서 '양보는 없다'는 원칙을 피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바티야 대표의 발언은 미 행정부가 미 의회와 업계만을 상대로 한 '공청회용(用) 발언'으로 축소 해석될 수 있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 역시 국회 한미 FTA 특위에서는 '특위용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미 양측 협상단이 정한 협상 마감시한이 1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미국 측 최고위급 협상 관계자의 발언은 실제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청문회가 끝난 후 한 의회 관계자는 "자동차 쪽에서 한국 측이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한미 FTA 체결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11명의 무역소위 소속 의원들, 10여 명의 USTR 실무진, 200여 명의 방청객 및 언론인이 참가해 한미 FTA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이에 대해 높아지고 있는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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