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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빅딜?…외통부 "따져보겠다" vs 산자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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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빅딜?…외통부 "따져보겠다" vs 산자부 "No"

[한미FTA 뜯어보기 132 : 기자의 눈] '지킬 것은 지킨다'는 말의 진정성은 어디에?

'자동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 측은 지난달 23일부터 닷새 간 제주에서 열린 한미 FTA 4차 협상에서 상품무역 분과의 자동차 관세철폐 이행기간과 관련된 협상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 측 자동차 세제의 폐지 등 자동차 작업반 협상에서의 미국 측 요구사항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런 미국 측 전략에 대해 우리 측 관련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6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측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는 '빅딜'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제 개편과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문 양보를 교환하는 '빅딜'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열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가 얼마 전 이런 '빅딜'을 고려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이견을 표명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같은 질문을 받고 "우리 측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더 내리라는 주장이고, 미국 측은 우리 시장에서 차별적 요소를 없애달라는 것"이라면서 "같은 자동차 문제인 만큼 득실을 따져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물론 김종훈 대표의 '따져보겠다'는 말은 한미 FTA 협상 전체를 전두 지휘하는 입장에서 우리 측 자동차 세제의 폐지를 '주고' 미국 측 자동차 관세의 즉시 철폐를 '받는' 전략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는 원칙적인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김 대표가 '우리 측 자동차 세제의 철폐는 곤란하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해 왔던 것에 비쳐볼 때 이날 발언은 빅딜의 가능성을 상당히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산자부는 조세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자동차 세제를 폐지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은 12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세금은 특별소비세, 자동차세, 공채 등 모두 3가지다. 이 3가지 세금이 한 해에만 도합 4조 원에 이른다.

또 산자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의 결과로 '국산 차의 수출 증대 효과'와 '미국산 차의 수입 증대 효과' 가운데 어느 효과가 더 클지 계산을 해봐야 하는 입장이다. 이 손익계산의 결과가 양(+)의 값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빅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측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대신 우리 시장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더 개방되는 셈이니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미국산 차를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는 대신 미국 측에 무엇을 얼마만큼 내줘야 하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다.

나아가 한 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제는 이런 경제적 요인들 외에도 에너지정책, 환경정책 등 그 나라의 다른 공공정책들과도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으므로 '경제적 손익계산'만으로 쉽게 건드릴 수는 없다는 것이 산자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10년 전과 다름없는 미국 측 요구에 웬 호들갑?

이와 관련해 슈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4차 협상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인 KOGO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 장벽이 제거돼야 한다는 미국 측 제안에 동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협정(한미 FTA)은 없을 것임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본입장에 따라 미국 측은 4차 제주협상에서 관세율이 2.5%밖에 되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기타(10년 이상)' 단계로 분류해 놓고 이를 이용해 우리 측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다. 미국 측 요구는 우리 측이 이 관세가 즉각 철폐되는 것을 원한다면 우리도 8%인 자동차 관세를 즉각 낮추거나 배기량 기준 세제 등 '미국 측이 자국 자동차의 대한수출에 방해가 된다고 지목하는' 우리나라의 제도 및 법령을 수정·폐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이런 미국 측 요구는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 간 통상 분쟁에서 자동차가 핵심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다. 바로 이때부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 스리(big three)'가 아시아시장 진출 확대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 미국정부의 통상압력 또한 거세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자동차와 관련한 미국 측의 불만과 요구사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많은 차를 수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그만큼 많은 차를 수출하지 못하는 '무역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며, 이는 미국산 자동차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우리 측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인식 하에 우리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허물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 자동차제조업자협회(AAMA)는 1995년 8월 한국을 미 통상법 슈퍼 301조의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그해 자동차 협상을 벌이는데 이 협상에서 우리 측은 슈퍼 301조의 제재를 받는 것을 면하기 위해 자동차 세제의 일부 개편, 외제차에 대한 자동차 형식 승인 조항의 일부 면제, 외제차 소유주에 대한 세무조사 중단, 고정광고주제의 철폐, 할부금융사의 외국인 지분 49% 제한 철폐 등 여러 가지 양보를 해줘야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6년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 측은 우리 측에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자동차 세제도 배기량 기준 세제가 아니라 연비효율 기준 세제나 단일세제로 바꾸라는 압력을 강화했고, 급기야는 1997년 슈퍼 301조에 의거해 한국 자동차시장을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그해 다시 자동차 협상을 벌이는데 1998년에야 완료된 이 협상에서 우리 측은 자동차 누진세율 단계의 축소, 한시적인 특소세 감면시한의 연장, 자가인증제 도입, 연례회의의 개최 등 미국 측의 추가적인 요구들을 수용했다.

이 두 차례의 협상이 끝난 후에도 미국은 우리 측의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의 2.5%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미국산 자동차의 대한수출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우리 측 제도와 법령들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미국산 차만 차별 한다'는 이유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미국 측의 자동차 관련 요구사항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고, 이런 요구사항들은 한미 FTA 협상 테이블에 당연히 오를 것들이었다. 한미 양국 협상단이 공식적인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 협상 분과를 정할 때 미국 측 요구대로 상품무역 분과에서 자동차만 따로 떼 논의할 수 있는 '자동차 작업반'을 설치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했겠나.

그런데도 4차 협상을 마친 지금까지 관련부처인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은 결국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부처 간 대화와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1995년과 1997년에 있었던 두 차례의 한미 자동차 협상에서도 당시 관련부처였던 외교부와 통상산업부가 이견을 보여 우리 측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전적'이 있다.

나아가 이런 불협화음은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에서 우리가 꼭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마지노선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 임하고 있는 현재는 물론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부재했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정부는 그동안 입버릇처럼 한미 FTA 협상에서 '지킬 것은 지킨다'고 강조해 왔다. 이 말의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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