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종료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우리 측 협상단이 280여 개 농산물의 개방 수위를 높인 내용의 농업 분과 수정 양허안을 미국 측에 제시했던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우리 측 협상단 관계자는 이날 "관세철폐의 예외 적용을 받는 '기타' 품목에서 50여 개를 관세철폐 품목으로 수정했으며, 관세철폐 (이행기간) 5년 이내, 10년 이내, 15년 이내에 있던 품목 가운데 230여 개 품목의 관세철폐 이행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정 양허안에 '기타'로 제시된 민감품목은 235개"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번 4차 협상 기간에 농업 분과 1531개 협상품목의 19%인 280여 개 농산물의 개방 수위가 높아진 셈이다.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한미 양국 협상단이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을 도입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미국 측이 세이프가드의 존속기간을 품목별로 관세가 철폐될 때까지로 한정하자고 요구하는 등 아직 양국 간 협의할 사항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자료를 통해 농림부가 지난 13일 국회에 보고한 '4차 협상 대비용 수정 양허안'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양허안 초안에서는 284개였던 관세철폐 '기타(관세철폐 제외 포함)' 품목을 4차 협상에서는 226개로 줄일 수 있다는 협상전략을 짰다. 또 정부는 15년 이내 관세철폐 품목은 200개에서 90개로, 10년 이내 품목은 332개에서 353개로, 5년 이내 품목은 147개에서 262개로, 3년 이내 품목은 36개에서 27개로, 즉시 철폐 품목은 532개에서 573개로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 정부는 고구마(건조), 메주, 밀, 자몽, 레몬, 버찌, 무화과, 아보카도, 토마토, 상추, 수박, 알로에제품, 옥수수유, 대두유, 간장 등 양허안 초안에서는 '기타' 단계에 있던 품목들을 관세철폐 품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쌀, 대두(식용), 보리, 옥수수, 맥아, 오렌지, 감귤, 사과, 배, 포도, 단감, 복숭아, 오렌지주스, 사과주스, 감자, 양파, 고추, 마늘, 생강, 참깨, 인삼, 대두유, 참기름, 설탕 등 우리 측 민감품목은 4차 협상 때까지 '기타' 품목으로 남겨두겠다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 농업 분과 협상의 마지노선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웬디 커틀러 "내년 6월 전에 협상 완료할 수 있다"
한편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30일 전화회견을 통해 "한국정부는 4차 협상에서 쌀을 제외하고 138개 농산물에 대한 개방 확대를 미국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이 밝힌 것보다 개방확대 농산물의 숫자가 적은 것으로 보아 '개방 폭이 크지 않은 품목'은 셈에 넣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측 농산물 수정 양허안에 대해 커틀러 대표는 "이는 작지만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한국 측의 입장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커틀러 대표는 4차 협상 결과에 대해 "훌륭하고 꾸준한 진전이 있었다"며 "우리는 현재 상호 간 신뢰 구축을 위해 협상의 모멘텀(추진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덜 민감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5차 협상을 한 후 다시 한국에서 6차 협상을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 "6차 협상을 추가로 하는 것이 협상의 난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후 "내년에 무역촉진권한(TPA)이 만료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커틀러 대표는 이어 5차 협상은 오는 12월 초 미국 쇠고기의 주산지인 몬태나 주의 '빅 스카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은 이 지역 출신 상원의원인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이 슈전 슈워브 무역대표에게 제안해 이뤄진 것이라고 커틀러 대표는 설명했다. 보커스 의원은 수년 전부터 미 의회에서 한국과의 FTA 체결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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