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협상과 관련해서 국방부, 외교통상부, 환경부 등 정부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다시 한번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단체는 졸속 협상을 주도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굴욕 협상 주도한 윤광웅 국방장관 사퇴해야"
녹색연합,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등 29개 시민사회단체는 1일 오전 서울 안국동 달개비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협상의 무효를 선언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오염된 땅을 그대로 반환 받은 한국 정부는 반환 기지 협상의 전모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안보라는 미명으로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 것을 환경부에 종용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반환 미군기지는 한국 측, 미국 측,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감시단의 감시 하에서 실태 조사부터 복원까지 완료된 후 반환돼야 한다"며 "이렇게 되지 않으면 반환 미군기지의 지하수, 토양 오염으로 수백 명의 주민들이 백혈병과 신경 계통 질환을 앓는 필리핀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과정 전모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시민사회단체는 부산시 문현동 구 육군정비창의 사례를 들면서 그보다 오염 정도가 훨씬 심한 반환 미군기지에도 당연히 '오염자 부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육군정비창은 1991년 폐쇄된 후 심각한 오염이 발견돼 2000년부터 3년 동안 육군이 122억 원의 비용을 지불해 정화했다.
구 육군정비창과 비교했을 때 29곳 반환 미군기지는 전체 면적은 40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오염 토양 양도 10배 가까이 많다. 정화 비용도 정부 추산 1205억 원(환경단체 5000억 원)으로 구 육군정비창과 비교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환경주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정부는 협상 과정의 전모를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에는 환경오염 치유…2006년에는 심각하지 않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는 미군 측의 앞뒤 안 맞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반환 미군기지는 미국 정부가 치유를 해야 할 '알려져 있고, 급박하고, 상당한 위험 요소가 있는 오염(KISE,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동안 미국 측은 반환 미군기지에는 KISE에 해당하는 심각한 오염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 단체는 "주한미군이 반환 미군기지의 KISE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기본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환경부조차 주한미군으로부터 이 주장을 구두로만 듣고 관련 자료는 제공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2003년 주한미군이 아리랑택시 부지를 한국 정부에 반환할 때 KISE에 해당한다며 오염된 토양 78㎥를 소각 방법을 통해 제거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들 단체는 "당시 아리랑택시 부지의 기름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1만1365ppm이었다"며 "그보다 훨씬 높은 반환 미군기지는 왜 KISE의 대상에서 빠지는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지하수 오염 치유도 생색내기?
미군이 지하수 오염을 치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바이오슬러핑' 기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기법으로는 결코 지하수 오염을 정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오슬러핑 기법은 지하수 상부의 토양의 부유 기름을 정화하는 공법이다. 미군은 한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춘천 페이지 기지 등 전국 5곳에서 이 기법을 통해 지하수 오염을 치유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 바이오슬러핑은 토양에 흡착된 잔류 성분을 제거하는 공법이 아니기 때문에 TPH 오염이 심각한 토양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견해"라며 "이 바이오슬러핑 기법은 처리 후에도 오염원이 발견되는 사례가 번번이 발생해 최근에는 굴착 처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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