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지 반환 시점 일방 통보했다"
환경부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6월 15일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지하 유류 저장 탱크 제거' 등 8개 항목에 대한 치유를 완료한 용산 컴파운드 기지, 화성 매향리 사격장 등 15곳 기지는 7월 15일 12시에 반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통보했다.
이런 미국의 서한 내용은 그 동안 우리 정부가 해 온 주장과는 다르다. 우리 정부는 "한미 행정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화를 통해 8개 항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뒤 SOFA 합동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주장해 왔던 것. 하지만 미국 측의 6월15일자 서한에 따르면 15개 기지는 사실상 반환이 완료됐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협상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지하수 상의 부유 기름을 제거한 뒤 반환하겠다고 했던 춘천 페이지 기지와 의정부 에세이욘 기지 등 추가 반환 예정인 5곳에 대해서도 "6개월 용역 계약 처리하고 완료 시점에 반환 일자를 통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 14일 외교·국방·환경부가 "부유 기름을 제거하기로 한 기지는 양측 이견으로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다. 미국은 한국 측과의 이견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일정을 그대로 추진할 뜻을 통보해 왔던 것.
정치권-환경단체 "도대체 무슨 협상을 했나?"
환경부는 이런 협상 결과에 대해서 "당초 정부가 원하던 수준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치유 기준이 없어서 완전한 치유를 요구하기 어려웠고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안보에 기여한 점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또 29곳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과 관련해서는 1205억 원 정도로 예측했다. 그 동안 환경단체는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이 최소한 5000억 원은 들 것이라고 예상해 와 비용 축소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이번 환경부의 보고는 협상이란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국회 단병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환경부 보고를 통해 정부 주장과는 달리 미국은 협상과 무관하게 자신의 계획과 일정에 따라 기지 반환을 해 왔다"며 "도대체 정부가 무슨 협상을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최재천 의원도 국방부가 지난 21일 당정간담회에서 15곳 반환기지의 반환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15곳 기지의 열쇠를 넘겨받음으로써 15곳 기지는 물론 나머지 기지에 대한 협상도 끝이 났다"며 "마치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광웅 국방 "속이려고 한 게 아니다"
한편 윤광웅 국방장관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환경오염 치유 문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비·관리 임무를 넘겨받은 3곳의 반환예정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와 관련해 "오염치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언급한 3개 기지는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의 반환받기로 '부분 합의'한 15곳 기지 외에 지난 15일부터 미국 측으로부터 경비·관리 업무를 인수받은 서울 대방동 그레이 기지와 파주 게리오웬, 의정부 카일 기지를 말한다.
윤 장관은 "지하수가 오염된 것으로 식별된 이들 3곳은 정식으로 반환 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 우범지대화 등 안전관리 차원에서 경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9차 SPI 회의 결과 발표시 이들 3개 기지에 대한 경비지원 임무를 넘겨받은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윤 장관은 "발표자들이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 것 같다"면서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들은 국방부가 환경오염 치유 문제에 대한 합의 없이 추가로 3곳의 미군기지를 인수받은 데 대해 "미국의 일방적인 떠넘기기에 밀렸다"고 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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