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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가려 '미군기지 환경협상' 졸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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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FTA에 가려 '미군기지 환경협상' 졸속 우려

13일 SPI 앞두고 환경부만 "미군기지 반환 반대"

주한미군 측이 "15개 기지를 오는 15일부터 무조건 반환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고,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일방적 반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 당국은 최근 동두천, 의정부 등 미군기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미군이 이미 떠나 경비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15개 기지의 관리권을 국방부에 넘길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일방적 반환계획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고 같은 날 녹색연합도 "미국의 일방적 반환을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부터 계속된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관련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어느 수준으로' '누구의 부담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미국이 환경비용 부담할까?

한미 FTA 제2차 협상에 관심이 모아진 사이 13일부터 이틀 동안 용산 국방부에서는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가 열린다. 지난 5월 25일 하와이에서 열린 제8차 SPI 회의에서 미국 측이 "오는 7월 15일까지 한국 측의 해결방안을 내라"고 최후 통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한 사실상 최종 협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외교부, 국방부 등은 "비용은 미국측이 부담한다"고 공언해 왔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3년 5월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 절차 합의서'를 체결하며 "반환기지 오염치유는 미측이 미측 비용으로 'SOFA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실시한다"고 합의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외교부, NSC 등은 당정협의, 공청회, 언론보도 자료 등을 통해 수차례 "오염 치유 비용은 '미측이 부담'키로 했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측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비용은 수조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로 충당돼야 할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12일 양국 합의의 핵심인 'SOFA 및 관련 합의'를 파헤쳐 보면 이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1월 18일 한미 양국의 SOFA 합의 의사록 제3조 2항에는 "미국 정부는 한국정부의 환경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respect)하는 정책을 확인(confirm)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같은 날 체결된 '환경보호에 대한 특별 양해 각서'에는 "주한미군은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a known, immine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서를 기본으로 구체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측은 SOFA 합의의사록을 근거로 반환미군기지 환경치유에 국내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표면적으로 주장해 왔고 미국 측은 특별양해각서의 'KISE' 규정을 근거로 "미군기지 환경문제로 지금 당장 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주겠다"고 버텨 왔던 것이다.

"외교부 북미국, 국방부 정책실, NSC 책임 물어야"

하지만 최 의원은 "문구만 따져보면 미국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 분명하다"며 "사실상 우리 정부가 돈을 다 물어야 할 지경이고 정부 부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11월 작성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에는 "미측에 실질적 환경치유 부담을 갖도록 규정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비판을 면키 어려우며, 실제 기지 이전 시 우리 측이 막대한 환경치유 부담을 떠안게 됨"이라고 기술돼 있다. 청와대도 우리측이 환경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는 것.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6월 5일 국방안보포럼 초청강연에서 "SOFA는 미국에 토지가 미군에게 공여된 당시의 상태대로 복원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협상을 주도해 온 외교, 안보 부처가 환경부로 책임을 몰아가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정례 브리핑에서 "NSC에서 이 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 차례 회의를 열었고 (국방부, 외교부는) 빨리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환경부만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외교, 안보 부처는 오염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환경부를 압박해 어떻게든 사태를 덮고 가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환경정화나 복원이 아닌 단순한 가시적 오염청소에 그치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는 대전제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이대로 기지를 반환받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 7일 한국정부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토지반환을 위한 실행계획서'를 통해 'KISE'에 △저장탱크 세척 △지하 유류탱크 제거 △불발탄 제거 △에어콘의 화학물질 제거 등 8개 항을 추가해서만 협조가 가능하다고 밝힌 데 따른 것. 환경단체들은 미군당국이 무조건 반환하겠다고 밝힌 15개 기지는 이 'KISE+8'을 거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 외교부 등은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애초 계약이 잘못된 것은 우리 책임이라 미국을 탓할 수도 없다"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해 협상을 타결한 후 협상주도자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환부지 5100만평의 진실은?… 럼스펠드 "돈 든다. 빨리 기지 반환받아라"

한편 최 의원이 밝힌 일부 자료를 통해 국방부가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여론에 맞서 내놓은 '미군기지 이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책자에 나온 "362만 평을 (미군에) 신규 공여하는 대신 5157만 평의 부지를 반환받음으로써 약 4800여만 평의 부지가 축소되었다"는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간 정부당국과 일부 언론은 국방부의 홍보책자를 인용해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훨씬 남는 장사'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가 홍보하는 5100만 평은 기지 부지가 1218만 평, 훈련장 부지가 3949만 평"이라며 "훈련장 3900만 평 중 3200만 평을 차지하는 임시공여지들은 사용 빈도가 아주 낮아 토지 소유자는 물론 지역주민,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도 훈련장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기지부지 1200만 평 중에도 산야가 차지하는 규모가 매우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최 의원이 제시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05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텅 빈 기지를 지키기 위해 매달 18만 달러씩 계속 지출하고 있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이런 상황을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 4월 한국군 예비역 장성모임에서 "이미 비어 있는 기지 반환이 지연되고 있어 기지 관리 유지에 매달 50만 달러가 지불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요컨대 미국은 돈만 들고 쓸모없는 기지를 빨리 반환하겠다고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로 표면적으로 난색을 표하는 한편, 이를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여론조성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과 언론의 무관심 속에 개최될 SPI회의에 대해 최 의원은 "정부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후 '일단 기지를 반환 받은 다음에 계속 (환경오염치유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필리핀이나 파나마의 선례에서 알 수 있듯 반환 받으면 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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