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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만 지키면 다 포기해도 되나?

미군기지 '굴욕 반환'…환경단체 "환경주권 유린" 비난

온 국민의 관심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에 집중돼 있던 지난 14일 1년 넘게 끌어온 '주한미군 반환 예정기지 환경오염 치유에 관한 협상'이 한국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으로 사실상 종결됐다.
  
  환경단체들은 연휴에 잇따라 성명을 내고 "굴욕적 협상", "환경주권이 미군에 의해 유린됐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협상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예고했다.
  
  정부, 반환 기정사실화…15일 인계받아
  
  정부는 지난 14일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 뒤 환경·국방·외교통상부 3부 합동 브리핑을 열어 "양국은 환경오염 조사가 이뤄진 반환 예정기지 29곳 가운데 미국이 오염치유를 완료했다고 통보한 경기도 화성의 매향리 사격장 등 15곳을 한국이 반환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지하 기름탱크 제거 등 자신이 지난 4월 발표한 '토지반환 실행계획'의 8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제거작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해왔고, 이달 초 작업이 끝났다며 기지를 반환받으라고 한국 측에 요구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이같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드는 토양오염 치유 등은 우리 정부가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이번 합의가 선례가 돼 2011년까지 반환받을 나머지 기지들도 미국이 정한 기준에 의해 일방적으로 '오염이 치유'돼 반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당초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동맹 관계 등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들에게 또다시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부는 주한미군과의 합의를 기정사실화한 뒤 반환절차를 서둘렀다. 국방부는 15일 정오를 기해 15개 미군기지를 인계받아 관리에 들어갔다.
  
  '조사완료' 통보도 거짓으로 드러나
  
  토양오염 치유 같은 핵심 책임을 우리 정부가 떠안게 된 점 말고도 반환된 기지 중 일부가 오염의 치유는커녕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겨레>는 17일 매향리 쿠니사격장은 '미군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에 따른 한미 행정협정(소파) 환경분과위원회의 환경오염 조사가 막 시작된 단계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매향리 오염 조사팀의 활동은 안전 문제로 미뤄지다가 지난달에야 조사할 지점과 조사팀이 이동할 통로에 박혀 있는 불발탄 제거가 끝나면서 시작됐다.
  
  이는 미국 측이 시행 완료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토지반환 시행계획'상의 8가지 항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경기도 하남의 콜번기지의 경우 오염 조사과정에서 폐기물이 대규모로 불법 매립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미국 측이 제거작업을 거부해 그대로 돌려받게 됐다고도 전했다.
  
  환경단체들 "청와대-국방부-외교부 총체적 문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그동안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고압적인 태도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같이 비판해왔던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마침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용인 숙명여대 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환경활동가 워크숍'에 참석한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전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특별 결의문'을 발표해 이번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의 환경주권이 미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데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이것은 환경오염 발생 비용은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부담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류 오염에 의해서 일부 미군기지의 경우 한국 토양법상 오염 기준을 40배 이상 초과하고, 중금속 오염도 기준치의 2배에 이르는 등 토양 오염이 심각함이 드러났다"며 "현실이 이런데도 자신의 기준만을 내세우면서 오염을 치유했다는 미군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를 향해서도 "환경부는 지난 아홉 차례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조율해내지 못했다"며 "환경부가 주한미군 환경오염 정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보'를 내세우며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것을 주장한 국방부와 외교부의 책임은 더욱 더 크다"며 "이런 중요한 협상에서 청와대가 과연 어떤 조정기능을 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 환경주권을 짓밟은 이번 합의는 무효임을 선언한다"며 "국토를 오염시켜놓고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미군의 작태와 이를 용인한 정부를 우리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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