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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보유세 후퇴는 국민 기만극"

[기고] '실효세율 0.61%'는 '부동산 연정 제의'인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는 전반적으로 이번 대책에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강화하는 불로소득 환수장치가 포함된 것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지난 8월초 보유세 강화에 대해 정치권이 후퇴 움직임을 보이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연정이 시작됐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 후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 1% 목표의 실현시점을 2009년으로 앞당기고 재산세 실효세율도 2017년까지 1%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8.31대책이 발표되자 "다소 일정이 더딘 면은 있지만 이 정도의 보유세 실효세율 강화방안이라도 제대로 살려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비판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전 교수는 24일 "정부에 속았다"면서 긴급 기고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정부가 8.31대책의 2017년 실효세율 목표가 1%가 아닌 0.61%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다음은 전강수 교수의 기고문이다.<편집자>

***"보유세 실효세율 1%는 글로벌 스탠더드"**

8.31 대책은 공급확대책을 대거 포함시키는 데서 결정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괜찮은 평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공급확대책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 대책을 비판하고 싶어도 불로소득 환수대책이라는 '보화'가 손상될까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대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보유세 강화정책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9월 21일 재정경제부가 8.31대책의 주택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를 일부 공개하면서, 2009년까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89%로, 전체 보유세 대상자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36%로 올라가고(2005년 현재 두 비율은 각각 0.58%, 0.20%), 2017년까지는 각각 1.04%, 0.61%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라는 망국병을 앓으면서 우리 사회가 이루어온 귀중한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이라는 목표를 슬그머니 철회해 버린 것이다.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5.4대책의 목표였다. 5.4대책 발표 후 집값 폭등세가 계속되자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시기를 너무 늦추어 잡은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마침내 6월 17일 기존의 부동산 대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정부가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부동산 정책을 초심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 정책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반성도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거래의 투명화, 투기이익의 철저한 환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 '부동산 정책방향 3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불로소득 환수의지를 천명했고, 그 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보다 확실한 불로소득 환수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7월 19일 김병준 실장은 현재 0.15%에 불과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1%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정부 여당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의 경우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시기를 2009년으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이를 뒷받침했다.

8월 23일 안병엽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 기획단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방침의 내용을 "종부세 부과대상 주택 및 나대지는 2009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이고, 나머지는 당초 계획대로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실효세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25일 개최된 열린우리당 정책의총에서는 재산세 부과대상자들에 대해 실효세율 1% 달성시기를 2년 연기하는 것 말고는 이 방침을 그대로 추인하였다.

사실 이 방침에는 애매모호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여당 관계자의 말대로 종부세 대상자의 경우 2009년까지 실효세율 1%를 달성하고 나머지 재산세 대상자의 경우 2017년까지 실효세율 1%를 달성한다면, 전체 대상자의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이 되면 1%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고 종부세 대상자의 경우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도 내기 때문에 2017년이 되면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이 1%를 크게 초과하게 될 것이다. 종부세 강화가 중단되더라도 재산세가 강화되기 때문에 2009년에 1%가 달성된 종부세 대상자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이 그대로 있지 않고 2017년까지 계속 올라간다는 말이었다.

***"5.4대책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믿음 깨져"**

정부 여당의 생각이 이런 것이었다면 이는 실로 보유세 강화가 진전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강화의 목표를 상향조정한 것이어서 5.4대책보다 크게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실효세율 1% 목표를 종부세 대상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재산세 대상자에 적용하려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정부 여당의 방침을 이렇게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정부 여당의 생각이 이 정도까지 진전된 것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아마도 종부세 대상자의 경우 2009년까지 1%를 달성하고 재산세 대상자의 경우 점진적으로 올려서 2017년에 전체 대상자(재산세 대상자가 아니라)의 평균 실효세율을 1%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착각이 있었든지, 아니면 표현상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8.31대책 발표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2017년까지 전체 대상자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을 1%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8.31대책은 과다보유자에 대해서만이라도 실효세율 1% 달성시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5.4대책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생각했다. 전체 대상자의 실효세율 목표를 1%에서 0.61%로 끌어내리는 '작전'을 숨겨 놓았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 여당이 이미 이처럼 스스로 알아서 보유세 강화목표를 하향조정해 놓고 있었는데, 8.31대책 발표 후에 이를 '세금폭탄' 운운하며 반발하고 나섰던 한나라당의 꼴이 우습게 되었다. 자신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됐다고 생각했던지 박근혜 대표는 '정부가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유세 1% 방침을 철회한 것은 다행'이라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목표는 0.5%, 정부 여당의 목표는 0.61%이니 싸울 일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8.31대책에 대한 일전불사의 자세를 거두고, 사실상의 '부동산 보유세 정책 연정' 제의를 슬그머니 수락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5.4대책이 미흡해서 마련한 것이 8.31대책인데, 그 골간이 되어야 할 보유세 정책을 후퇴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보수언론들이 대책 발표 직전 '세금폭탄론' 등의 포화를 퍼부은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아군이 한번 후퇴하면 적군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온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렇게 후퇴한 보유세 정책에 대해서도 여전히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고, 정기국회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세금폭탄론'을 계속 들먹이고 있다.

8.31대책도 10.29대책처럼 되고 말 것인가? 청와대 관계자의 말대로 10.29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결과 '종이호랑이세'가 되고 말았다. 정부 여당은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다고 강변해 왔지만, 돌아가는 판세가 너무 비슷하다. 8.31대책 발표 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듯 보이니 처음 먹었던 마음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드는가? 10.29대책 발표 후에도 부동산 시장은 바로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래서 '종이호랑이세'를 만들고 나니 어떻게 되었는가? 2005년의 집값 폭등이 이어지지 않았는가?

부동산 정책의 '용두사미 퍼레이드'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이번에도 현실은 기대처럼 되지 않을 듯해서 정말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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