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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 무용론'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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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유세 강화 무용론'을 비판한다

<기고> '보유세 강화→임대료 상승'은 허구

'세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이같은 방안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용어로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어렵사리 집 한 채를 장만한 뒤 그 집값이 저절로 뛰었을 경우에도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 1%를 적용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는 식의 항변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보유세 강화가 일시적으로는 집값 하락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들의 불만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할 것을 촉구해 온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지난 19일 <중앙일보>에 실린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보유세 올리면 집값 내릴까'라는 칼럼의 주장에 반론을 펴는 방식으로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26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전 교수는 '보유세 강화가 결국 임대료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가 높아 보유세가 큰 부담'이라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반박하고 있다. <편집자>

**자칭 '시장주의자'의 '보유세 강화 무용론'을 비판한다**
- 김경환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을 중심으로 -

8월 31일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의 내용 가운데 보유세 강화, 1세대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개발이익 환수제도 강화 등 제법 강력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 대책이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들이 융단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평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남 때리기'라고 매도하면서 부동산 부자들의 이해를 열심히 대변해 왔던 보수 언론들이, 이번에는 동일한 성격의 정책을 두고 서민들의 세부담 증가, 임대료 상승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정부 정책이 '서민 때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장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 하는 것은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와 <오마이뉴스> 박수원 기자의 기사, <오마이뉴스>에 실린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정책위원의 글, <국정브리핑>에 실린 김수현 비서관의 글 등을 통해 여지없이 밝혀졌다.

사실 관계조차 왜곡하는 보수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데 필자의 글을 보탤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에게 뒤에서 논리를 제공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분석.비판하는 일은 아직 필자와 같은 경제학자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한국의 자칭 '시장주의자'들은 보수언론들에게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비판의 논리를 충실하게 제공해 왔다. 며칠 전 <중앙일보>에 실린 김경환 교수의 글은 그같은 논리의 완성판으로 보인다. 그의 견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보유세 강화 무용론'이 될 것 같다.

요 며칠 사이에 많은 언론들이 김 교수의 '보유세 강화 무용론'을 부동산 종합대책을 공격하는 주요 논거로 활용하고 있기에, 필자는 관심을 가지고 그의 견해를 검토해 보았다.

김경환 교수의 문제 의식은 그가 쓴 <중앙일보> 칼럼의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그 칼럼의 제목은 '보유세 올리면 집값 내릴까'이다. 이 제목이 함축하는 바는 '보유세를 올려봤자 집값은 안 내린다. 그러니까 국민 세부담을 증가시키는 보유세 강화 정책 따위는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김 교수는 보유세 강화가 집값을 내리는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한번에 그친다"는 표현도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신규 주택 공급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서 장기적으로는 임대료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재산세 실효세율과 주택가격 상승률 간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거나 심지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과감하게' 밝히고 있다. 재산세 실효세율이 높은 도시가 주택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 가지 잘못된 전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가 집값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부동산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는 전혀 잘못된 전제 설정이다. 정부가 집값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일 뿐만 아니라, 필자가 알기에 참여정부는 그것을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내세운 적이 없다.

***"보유세 강화로 임대료 상승 안돼"**

정부가 잡으려고 하는 것은 투기로 인해 단기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이다. 투기가 사라진 다음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의해 집값이 정상적으로 상승(투기적 폭등이 아니다!)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묘하게도 김 교수는 보유세 강화가 집값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투기대책으로서의 보유세 강화 정책의 정당성을 자인하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1차 효과와 2차 효과를 수반한다. 김경환 교수의 논리를 사용해서 1차 효과와 2차 효과를 설명해 보자. 보유세를 강화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1차 효과에 해당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신규 주택 공급의 채산성이 떨어져서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은 2차 효과에 해당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정책에 1차 효과와 2차 효과가 있지만 항상 1차 효과가 2차 효과를 압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2차 효과를 집중 부각시켜서 1차 효과를 평가절하하고 정책 자체의 무용성을 도출하는 논법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보유세를 강화하면 장기적으로 주택 재고가 감소해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김 교수의 주장에는 중대한 오류가 포함돼 있다. 부동산 보유세가 건물보유세로만 되어 있다면 그의 주장이 옳다. 하지만 부동산 보유세에는 토지보유세도 포함되어 있다. 건물보유세는 임대료에 전가되지만 토지보유세는 전가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학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건물보유세 강화는 건물가격을 하락시켜 신규 주택 공급의 채산성을 떨어뜨릴지 모르지만, 토지보유세 강화는 토지가격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거꾸로 신규 주택 공급의 채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은 늘어난다.

김 교수가 염려하는 주택 임대료 상승은 장기가 아니라 오히려 단기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보유세를 강화하면 주택을 구입하려던 사람들이 전세 수요자로 바뀌어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면,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김경환 교수는 중앙일보 글에서 미국의 주요 도시들의 재산세 실효세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다. 그 그래프의 제목은 '보유세가 높다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지는 않아'로 되어 있고, 그래프 가운데에는 재산세 실효세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추세선을 그려두고 있다.

이 그래프를 김 교수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왜냐하면 주택가격의 변동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는 이처럼 다른 변수들을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변수의 관계를 도출하고 거기에 인과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에 대해 엄격하게 경계한다. 중앙일보 글에는 다른 변수를 통제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다룬 김 교수의 별도 논문(<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부동산 세제개편>,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학술대회 발표 논문, 2004)에서는 같은 그래프를 소개하면서 "다른 변수들을 통제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라고 직접 밝히고 있다.

아마도 김 교수는 보유세 강화를 주택가격 안정의 필요충분조건 내지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견해를 비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알기에 그런 견해를 가진 학자는 한 사람도 없으며, 참여정부 또한 그런 생각으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의 발생 여지를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의 주요 수단 중의 하나로 활용된다. 그것은 주택가격 안정의 필요조건일 뿐, 만병통치약 내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를 근본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정책 수단들도 동원해야 한다. 다른 정책 수단으로는 다주택자나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라든지,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재도입이라든지, 임대주택 공급의 확대라든지, 공영개발 방식의 적용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에 나올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이런 정책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머리가 좋은 사람은 공부를 잘 한다'는 명제를 생각해 보자. 어느 집 아이들이 모두 머리는 좋지만 학교 성적은 좋지 않은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발견한다고 해서 머리 좋은 것은 공부에 소용이 없다는 식의 결론을 도출해서야 되겠는가? 머리 좋은 아이가 성적이 나쁜 경우를 발견할 경우, 그런 결과를 초래한 다른 요인들을 찾아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김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단히 중대한 정보를 한 가지 제공하고 있다. 그는 위에서 말한 논문 가운데 미국의 주요 도시들의 재산세 실효세율을 보여주는 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표에서 필자는 미국의 도시 중 재산세 실효세율이 무려 4%를 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 특수한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도 보유세 실효세율의 목표를 1%보다 더 높여 잡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경환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높일 때 부동산 가치 대비 소득의 비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이 미국에 비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해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경우가 그렇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 높은 것이 문제"**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치 대비 소득 비율이 낮은 것(즉,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의 비율이 높은 것)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어 있으며 따라서 적절한 정책을 동원해서 부동산 가치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보유세 강화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여기서 김 교수는 보유세 부담 능력을 문제시하는 희한한 논리를 도출하고 있다. 소득세가 아닌 보유세에 대해 부담 능력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정 부담 능력이 문제가 된다면 부동산을 팔고 옮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부동산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던 9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소득 대비 부동산 가치의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즉, 부동산 가치 대비 소득의 비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실효세율은 1%가 되더라도 세부담은 그렇게 올라가지 않는다.

김경환 교수의 눈에는 강남과 분당 등지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집 한 채만 가지고도 단기간에 수억 원의 시세차액을 얻는 현실은 보이지 않고, 몇 십만 원, 많은 경우 몇 백만 원 정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만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쪽방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연명하는 불쌍한 노인들은 보이지 않고, 10억여 원의 아파트 한 채 '달랑' 가지고 '소득 없이' 강남과 분당 등지의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 은퇴 노인들만 걱정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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