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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의 '대연정'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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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의 '대연정'은 이미 시작됐다"

<기고> "3대 불로소득 환수제도 패키지로 추진돼야"

정부가 예고해 온 부동산 종합대책이 31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과는 달리 점점 그동안 거론되어 온 부동산 정책들이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할 것으로 촉구해 온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특히 이같은 정책 의지의 후퇴가 노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방불케 하는 '여야 공감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5일 <프레시안>에 제기해 왔다.

토지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정상화, 개발이익환수제도 도입 등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3대 패키지 정책이 반드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한 전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부동산 투기는 국세청이 명예를 걸고 잡겠다."(7월 1일 이주성 국세청장)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7월 3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범죄 행위다." "부동산 투기는 그냥 사회적 범죄가 아닌 사회적 암이다."(7월 6일, 11일 이해찬 국무총리)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투기이익을 환수,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7월 11일 김종빈 검찰총장)
"투기이익을 마지막 한 푼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7월 18일 박병원 재경부 차관)
"토지공개념과 토지 공공성은 4촌 정도 된다." "투기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토지공개념은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이슈다."(7월 19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보유세 강화 후퇴 조짐"**

7월 한 달 사이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들이다. 이들이 이같은 발언을 한 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7월 7일 중앙언론사 편집 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땅 부자들의 여론 조장에 밀렸다. 1가구 1주택 가진 사람들까지 선동을 당해서 저항이 심했고 여기에 정부가 밀렸다"고 했고, 7월 17일 제헌절 기념 5부 요인 만찬에서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 "부동산 정책에 더욱 올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 되면 누가 정부 여당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겠는가? 필자도 이번만큼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강남과 분당의 집값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시장 참가자들도 일정한 영향을 받긴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7월 20일 경부터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여당의 수뇌부가 나서서 부동산 정책 관련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안병엽 열린우리당 부동산기획단장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인하(주택의 경우 기준시가 9억원 이상 → 6억원 이상)는 1세대 2주택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을 현행대로 기준시가 9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후퇴시킨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지 않고서도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인상하든지, 현재 공시가격의 50%로 되어 있는 과표 적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안병엽 단장의 발표는 보유세 강화 방침의 후퇴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하다. 안병엽 단장은 보유세 강화의 의지가 거의 담기지 않은 한나라당의 부동산대책안을 "전향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하니, 그의 내심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간다.

***개발부담금제도는 기반시설부담금제로 대체**

그뿐 아니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적극 검토할 의향을 내비쳤던 토지공개념 도입도 물건너 가는 형국이다. 토지공개념 운운할 때는, 개발부담금제를 부활하고 토지초과이득세의 정신을 살린 새로운 법을 제정함으로써 확실한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이것도 기반시설부담금제라는 '정체불명'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투기이익을 마지막 한 푼까지 환수"할 수 있겠는가?

안병엽 단장이 전면에 나선 것을 보고, 한 동안 필자는 열린우리당 내 보수파의 '물타기 작전'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이들의 물타기 작전은 2004년 보유세 개편 과정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여권 핵심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번에는 어림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입법과정에서의 후퇴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직접 확인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설마 또다시 용두사미식의 결말을 용인하겠는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서, 필자의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7월 20일 이전과 같은 강력한 의지 천명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참여정부 출범 이래 한번도 보지 못한 여야간 협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심전심**

7월 26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부동산대책안에 대해 "큰 방향에 있어서는 우리당과 방향성이 맞는다. (…) 한나라당이 변심하지 않고 이런 정책을 잘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또 여당 내에서 여권 핵심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원혜영 정책위 의장은 토지공개념 같은 개념 논쟁은 실익이 없다고 일축하는가 하면, 강남 대체용 미니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급확대론자들의 정책 대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았다.

이러던 차에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7월 29일 대연정 제안의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같이 갈 수 있고, 교육정책은 토론하면 되고, 국가보안법 문제는 두 당의 의원들이 모여 진지하게 대화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답이 쉽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부동산 대책이 상당히 근접해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부동산 대책에는 분양권 전매 금지, 분양원가 공시, 후분양제 확대 등 바람직한 내용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계속 강조해 온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라는 측면에서는 정말이지 별 내용이 없다.

8월 4일 발표한 판교대책의 내용도 실망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했던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가 원가연동제와 주택채권입찰제라는 치졸한 방식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고급 중대형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나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의 주택 공급과 같은 탁월한 대책들을 모두 제쳐두고, 낡아빠진 분양가 규제책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라니!

7월 20일을 전후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강남과 분당의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대통령의 마음이 바뀐 것일까?

열린우리당 내에 이상한 조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안병엽 단장 등 보수파의 물타기 작전 때문이 아니고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의 인식 변화 때문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지금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관망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참여정부 들어 '집값 폭등 → 강력한 정책 의지 천명 → 관망세 → 정책 후퇴 확인 후 폭등세 재연'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정책이 또다시 후퇴한다면, 올 가을에는 부동산 가격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어떤 대책도, 어떤 말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3대 불로소득 환수제도 패키지 추진돼야"**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투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완전 환수를 장기 목표로 하되, 일단 수년 내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수준(보유세 실효세율 약 1%)까지 보유세를 끌어올린다는 중기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제안하듯이 종합부동산세를 개인별 과세에서 세대별 과세로 바꾸는 것이나, 또 열린우리당 안병엽 단장이 말했듯이 1세대 2주택 이상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 이상에서 6억 이상으로 낮추는 정도로는 이런 목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

보유세를 의미있게 강화하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대폭 끌어내려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한 상한선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대신에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토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처럼 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되 일정 가액 이하의 토지를 소유하는 사람들은 면세해 주는 세금이다.

보유세 강화에 의해 발생하는 세수 증가분은 전액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조세대체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인데, 이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조세 저항을 완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토지보유세 강화가 불로소득 환수의 근간을 이루지만 이를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기존의 개발이익 환수 장치(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 환수제도 등)를 정비.강화하여 토지 불로소득을 가능한 한 많이 환수할 필요가 있다. 여야 모두 양도소득세의 정상화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방향을 바로 잡고 있는 것 같은데, 개발이익 환수제도에 대해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지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통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기반시설부담금제는 원래 목적이 개발이익 환수가 아니라 기반시설 건설 비용의 조달에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 환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지 의문스럽고, 더욱이 제도의 구체적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개발부담금제를 부활해서 개발구역 안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토지초과이득세의 정신을 살린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개발구역 주변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확실한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정체불명'의 제도를 제안하는 것은 제대로된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도입을 무산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토지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정상화, 개발이익환수제도 도입 등, 이 세 가지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라는 한 가지 목표 아래 한 묶음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여기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제도'라는 이름을 부여한 바 있다.

우리나라 서민들은 참 착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를 표출하다가도, 대통령이 나서서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식으로 말하면 일단 믿어 주고 제대로 해 보라고 기회를 준다. 이런 서민들이지만 자꾸 속으면 참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착한 서민들을 이런 상태로 몰아넣지 마시라. 그때는 언론 때문에, 땅부자들의 방해 때문에,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변명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두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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