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연내 도입이 한나라당의 막판 반대와 열린우리당의 미온적 태도로 사실상 물건너갔다.
반면에 종부세 도입을 전제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등록세 등 거래세는 예정대로 대폭 인하하기로 해, 도리어 '부동산 부자'들의 세 부담을 줄어주는 결과를 낳게 됐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종구 "연내도입 절대 불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종구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부동산세 도입 여부는 악화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년 2월 임시국회 이후에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종부세를 도입하려면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 등 전국 7백만 가구의 시가를 새로 조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최소 2천5백명의 신규 인력과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정부는 이같은 시가 조사가 내년 6월 시행이전에 가능하다고 하나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종부세 도입 연기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종부세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된 것도 큰 문제"라며 "국민의 세금을 깎아줘야 할 국회가 나서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 입법 형태로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재산세는 올리고 등록세와 취득세는 대폭 인하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고 말해, 정부가 종부세 도입에 따른 세부담 급증을 막기 위해 병행도입하려는 등록세율 인하는 연내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종부세를 도입해 가장 기초적인 지방세원인 재산세를 국세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종부세의 지방세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산세를 지방세화할 경우 지방자치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종부세 인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이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종부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종걸 "우선처리 법안 아니다"**
이같은 한나라당 극력반대에 대해 그동안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놓고 당내 내홍을 겪어온 열린우리당도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종부세 연내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연내 입법하는 것이 어렵다"며 "한나라당의 반대가 심한 데다 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의 우선순위에도 밀려나 있다"고 말해, 이같은 종부세 도입 연기가 한나라당과의 사전합의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종부세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되기 위해선 오는 29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나, 여야의 이같은 태도를 볼 때 연내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 수석부대표는 "종부세 입법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그러나 등록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대신 종부세 도입에 따른 거래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년 1월부터 부동산 등록세율을 3%에서 1.5%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나라당도 거래세 인하에는 찬성하고 있어, 그동안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극력반대해온 종부세대상자인 8만명의 부동산 부자들은 결과론적으로 거래세 부담만 줄어드는 횡재를 하게 됐다.
한나라당과 우리당 사이의 '정체성' 차이에 근원적 의문을 갖게 만드는 또하나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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