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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사재기하는 계급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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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사재기하는 계급의 탄생

[최재천의 책갈피] <20 VS 80의 사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건드린 감수성은 돈이 아니라 계급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블루칼라 분위기를 내뿜었고 그 문화에 정당성을 부여했으며 그럼으로써 사랑을 받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자들에 대해서는 아무 유감이 없었다. 사실 그들은 부자들을 존경했다. 그들의 적은 부자가 아니라 중상류층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기자, 교수, 경영자, 관료들, 이름에 PhD, Dr, MD 같은 알파벳이 붙는 사람들, 그러니까 당신이나 나 같은 먹물들 말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경제학 분야 선임 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는 "아무런 해로운 의도가 없는 행동들, 심지어는 상당히 존중받을 만한 행동들이 어떻게 계급 간 위계를 고착하고 강화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E.J. 디온 주니어)"고 강조한다.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386 세대의 계급화'가 그러하듯 문제는 계급이다.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법무부 장관 임명 즈음한 발표문 또한 유사한 맥락이다.

계급은 돈으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력, 태도, 거주지 등으로도 규정된다. 경제 수준뿐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로버트 퍼트넘이 저서 <우리 아이들>에서 경고했듯이, 오늘날 한국이 이미 그러하듯, 미국에도 "계급 아파르트헤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상류층의 계급 영속화를 일으키는 요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장에서 인정되는 능력'이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게 육성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유한 사람들이 불공정하게 기회를 '사재기'하는 것이다. 중상류층들은 지금의 지위를 열린 경쟁을 통해서만 얻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기회를 사재기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기회 사재기'라는 표현은 사회학자 찰스 틸리에게서 따왔다. 틸리는 대작 <지속되는 불평등>에서 집단 간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는데, 하나가 착취, 다른 하나가 기회 사재기다.

기회 사재기 메커니즘 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둘째는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 셋째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다. 우리 사회에서 둘째의 일부분, 셋째의 거의 전부가 기회 사재기에 해당할 것이다.

기회를 사재기하는 집단의 특성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자원에 대해 계속해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신화와 제도들을 만들고 접근권을 사재기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그 자원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다." 바로 이 순간을 명중한 책.

▲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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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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