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05월 0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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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최재천의 책갈피] <이제서야 이해되는 금강경> 원영 글
대한불교조계종 선禪불교의 뿌리인 중국의 6조 혜능 스님은 본래 나무를 해서 내다 팔아 어머니를 봉양하던 나무꾼이었다. 어느 날, 나무를 팔고 돌아오던 길에 한 스님이 읽던 경전 소리에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출가를 하게 된다. 그때 그 문장이 바로 <금강경>의 한 대목.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단 한번만 일어나는 기적, 음악과 생명
[최재천의 책갈피] <음악과 생명> 류이치 사카모토 , 후쿠오카 신이치 글 · 황국영 번역
독자들의 선호일까, 일본 책을 번역하거나 편집하는 우리 출판사들의 선호일까, 아니라면 일본의 독특한 출판 경향 중 하나일까. 일본 책의 분명하고도 특별한 특장 중 하나가 대담집이다. 사실은 나의 편향적인 선택 탓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일본 대담집이 소개되면 무조건에 가깝게 구입하는 쪽이다. 이번 책도 가슴을 뛰게 했다.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와 생물학자이
왜 우리는 2500년 전의 철인을 탐구해야 하는가
[최재천의 책갈피] <공자전> 시라카와 시즈카 글, 장원철 번역
학문을 하지도, 동양학을 하지도, 한자학을 하지도 않지만 한참 전 세상을 떠난 일본의 대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에 대한 존경심을 가슴에 품고 산다. 지난 2021년에야 번역된 <상용자해>는 손때가 묻어간다. 선생을 통하지 않은 중국 고대문화에 대한 이해는 내게 있어서만큼은 어려운 일이다. <공자전>이 새롭게 출간됐다. 20여 년 전 한글
'1가구 1주택'에 기반한 집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최재천의 책갈피] <탈주택> 야마모토 리켄, 나카 도시하루, <집을 짓다> 왕수 글
"저는 전통이 제시하는 형식보다는 전통이 주목하는 주제에 집중합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5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건축가 리우지아쿤의 수상 소감이다. 아직까지 한국인 수상자는 한 사람도 없지만 국적으로 보면 이제 중국이 둘, 미국이 8명이고, 일본이 9명으로 가장 많다. 그중 한 사람이 <탈주택_공동체를 설계하는
왕십리 똥파리, 강남 복부인, 마담뚜…서울, 그 하찮은 것들의 역사
[최재천의 책갈피] <서울시대> 유승훈 글, 생각의힘
어린 시절 구석기 시대 돌도끼와 동굴 몇 개 암기하다 보면 역사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우리 시대의 역사, 생활사, 풍속사는 살피지 않았다. 사실 읽을만한 책도 드물었고. 역사 공부는 고대사가 아니라 당대사여야 한다는 믿음으로 산다. 예나 지금이나. '옛 우물에서 맑고 새로운 물을 긷는다.(舊井新水)'라는 신념을 가진 저자 유승훈
이건 사진집일까, 수학책일까, 역사의 기록일까?
[최재천의 책갈피] <지우지 마시오> 제시카 윈 글, 조은영 번역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아름다운 책은 생각과 추억의 실타래를 끌어당긴다. "수학자는 화가나 시인처럼 패턴을 만드는 사람이다." (수학자 G.H 하디) 패턴은 칠판에 표현된다. 그래서 칠판과 (이제 한국에서 생산하는 하고로모)분필은 수학자가 일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방식이자 도구가 된다. "음악가가 제 악기와 사랑에 빠지듯 수학자는 제 칠판을 사랑한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숄로호프…지금도 가슴이 뛴다
[최재천의 책갈피] <러시아의 문장들> 벨랴코프 일리야 글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고/ 평범한 척도로는 측정할 수 없다./ 러시아는 그 자체로 특별하므로/ 그저 러시아를 믿을 수밖에 없다." (표도르 튜체프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러시아 문학이 러시아를 이해하는 전부였다. 누구나 그러했듯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미하일 숄로호프... 지금도 가슴이 뛴다.
'운 vs. 재능'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습니까?
[최재천의 책갈피]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 글, 김문주 번역
세상은 운일까 노력일까. 삶은 결정론일까 비결정론일까.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까지 통하는 걸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설명이 가능할까.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분명할까. "수업을 듣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한 명은 창 밖을 내다보다 날아가는 새 한 마리에 정신을 빼앗긴다. 한 명은 선생님이 설명하는 어떤 시에 흠뻑 빠져들어 평생토록
"삼성은 존경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 위협적인 상대요"
[최재천의 책갈피] <TSMC 세계 1위의 비밀> 린훙원 글, 허유영 번역
과거를 읽는 이유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거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이도 있지만. 미래를 읽는, 예측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예측을 통해 준비하려는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읽어야할 시대는 바로 당대다. 오늘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그래야 아침에 나갈 때 우산을 가지고 갈지 양산
여기 인류의 운명을 바꾼 100가지 식물이 있다
[최재천의 책갈피]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사이먼 반즈 글, 이선주 번역
2011년 어느날 큰 애가 다니던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우리 할아버지 직업은 OO다." "우리 할아버지는 OOO다."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에 대한 논쟁이었다는게 흥미롭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우리 아이가 끼어들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농부다. 농부가 얼마나 중요한 줄 알아." 그렇게 논쟁은 끝났단다. 우리는 목축보다는 농업의 시대를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