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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의 반란', SKT의 지원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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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의 반란', SKT의 지원거부

SK 재벌체제 휘청, 채권단-그룹 당황

SK그룹의 지주회사는 SK(주)이다. 하지만 사실상 돈줄 역할을 해온 곳은 SK텔레콤이다. 그런데 이 SK텔레콤 이사회가 16일밤 긴급이사회를 갖고 장시간 토론끝에 17일 새벽 "SK(주)와 채권단의 SK글로벌 정상화 지원요청에 대해 통상적 상거래 차원에 한해 협력하며 거래확대 및 확약서 제출 등의 요구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7일 열리는 채권단협의회도 SK이사회의 지원방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극도로 불투명해졌다. 정상화로 가닥이 잡히는가 싶었던 SK그룹의 절대위기다.

***SK텔레콤 "SK글로벌 지원, 검토한 적도 참여할 생각도 없다"**

SK㈜ 이사회가 15일 의결한 SK글로벌 지원안에 따르면 SK텔레콤은 SK㈜와 공동으로 SK글로벌과의 거래를 강화, SK글로벌이 향후 5년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연평균 4천3백억원의 EBITDA(법인세.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하게 돼 있다. 또한 SK텔레콤이 SK글로벌 정상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는 조건을 채택한 바 있다.

이 목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EBITDA 목표액 중 절반이상인 2천2백60억원이 네트워크 사업에서 창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 등 모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 30여분간 계속된 이날 이사회는 SK글로벌 정상화 협력방안을 확약서로 써서 제출하라는 SK(주)측 요구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수용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SK텔레콤이 기지국간 유선구간을 위해 연간 8백억원에 임대해 쓰고 있는 SK글로벌 소유 전용회선의 비중을 현재 39%에서 점차 늘리는 등 기존 거래를 확대해 정상화를 도와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경영방침에 어긋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이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법에 따른 투명.윤리경영 원칙을 명확히 하기로 하고 이같은 내용을 문서로 공식 천명하기로 했다.

SK텔레콤측에 따르면 이같은 결론은 지난달 6일 표 사장의 "통상 상거래 차원에 한해 협력하며, 주주이익에 반할 소지가 있는 조치는 곤란하다"는 발언을 재확인한 것으로 "SK글로벌의 정상화는 그쪽에서 할 일이며 본사가 그쪽 사정을 이해해서 본사에 이득이 안되는 거래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1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전경련과 UBS 공동주관으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도 "SK글로벌 정상화 협력방안을 검토하지도 않고, 참여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또 "SK글로벌의 텔레콤 관련 사업을 인수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의 경고**

이같은 SK텔레콤 이사회 결정에는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다가 동반부실의 늪에 빠져들 수 없다는 SK텔레콤 이사회의 판단외에 참여연대의 압박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6일 오후 SK텔레콤 이사회에 SK글로벌 채권단으로부터 강요받고 있는 SK글로벌의 EBITDA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해주기 위한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동시에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게도 법적 근거없이 SK텔레콤에 부당지원행위를 요구하는 확약서 제출을 강요하는 일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전달하였다.

참여연대는 조만간 SK(주)이사회에 SK텔레콤의 글로벌 지원 확약서 제출을 전제로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이 SK텔레콤의 지원을 강요 또는 요청하는 것인지, SK텔레콤의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SK글로벌의 회생가능성이 없기 때문인지에 대해서 질의를 보내고, 자신의 회사이익을 위해서 SK텔레콤에게 지원요청을 하지 말 것을 공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SK그룹 당황**

SK텔레콤의 이번 지원거부 결정은 SK그룹 수뇌부나 채권단에게 예기치 못한 '큰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국제금융계에서는 '주주자본주의'의 승리라며 쌍수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손길승 SK그룹회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비밀협약'을 체결했다. 요지는 SK계열사들이 SK글로벌 회생을 위해 전면지원을 하고, 채권단은 그대신 최태원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것이었다.

이 밀약은 해당 SK계열사들의 이사회 결정권을 무시한 전형적 '재벌의 전횡'으로 비판받았고, 채권단 역시 '눈앞 이익'을 위해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쳤다는 시장의 비판을 자초했다. 아울러 이 밀약은 부당내부거래를 금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에도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합의대로 SK글로벌 회생을 추진했고 15일 SK(주)이사회에서 11시간여의 진통끝에 SK글로벌 지원안을 채택함으로써 SK글로벌은 일단 회생의 길로 접어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SK그룹의 최대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 예기치 못한 반격을 당함으로써 SK글로벌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속으로 빨려들게 됐다.

SK텔레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17일 열리는 채권단협의회가 이를 수용하면 일단 SK글로벌 회생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럴 경우 SK글로벌 회생의 전제조건인 연간 순이익 달성 목표는 실현불가능해져, '시간벌기'에 그칠 위험성이 크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면서 SK그룹과 채권단의 동반부실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과연 17일 열리는 채권단협의회에서 손길승회장과 김승유행장간 체결된 '5.31 밀약'의 사실상 파기에도 불과하고 SK글로벌 지원을 확정할 것인지, 지금 국내외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신인도가 결정될 중차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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