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는 13일 SK 부당내부 거래 및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구속기소된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6년형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또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김창근 전 SK구조조정본부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하는 등 최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SK그룹 경영진에 대해서는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 "신뢰를 훼손한 책임"**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중 1조5천5백87억원 규모의 SK글로벌 분식회계와 JP모건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계열사에 1천1백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워커힐호텔 주식과 SK(주) 주식의 맞교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주식가치 평가방법의 다양성 때문에 손실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나라 기업 경영행태 및 당시 상황으로 봐서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확보 등을 목적으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책임을 저버리고 신뢰를 훼손한 책임은 엄정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글로벌의 채무를 줄여 1조5천5백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하고 그룹 지배권 확보 과정에서 워커힐호텔 주식과 SK(주) 주식을 맞교환해 9백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SK그룹과 JP모건간 SK증권 주식 이면계약 과정에 개입해 계열사에 1천1백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2심에서 출감 희망**
검찰의 6년형 구형으로 집행유예 석방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SK측은 그러나 실제로 3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적잖이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회장 실형 판결이 오는 15일 SK글로벌 지원을 위한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나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외국계 대주주와 국내 소액주주, SK(주) 노조 등은 SK글로벌 지원을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사회에서 SK글로벌 지원이 부결될 경우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K그룹도 해체의 길로 들어서며 최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같은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의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SK측 전언이다. 회사법상 무기징역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지 않을 경우에는 이사직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규상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SK측 전언이다.
SK측은 또 채권단과 '최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합의한 상태여서, 최회장이 2심에서 감형 또는 보석으로 출감할 경우 경영복귀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오너를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무더기로 유죄판결을 받게 됨에 따라 SK그룹의 신인도는 크게 훼손됐고, 실추한 신인도를 회복하기까지에는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신뢰를 잃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5년도 짧은 시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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