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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원 결정, 줄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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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원 결정, 줄소송 예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외국시선 냉소적

SK글로벌 회생 여부를 가름하는 'SK글로벌 워크아웃 참여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5일 열린 SK(주)이사회가 11시간에 걸친 진통 끝에 6대1의 표결 결과로 매출채권 8천5백억원 출자전환 등 SK글로벌 지원방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SK글로벌 채권단은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채무재조정안을 확정하게 되면 SK글로벌이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고 최태원 SK회장의 경영권도 당분간 유지돼 재계 3위의 SK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사태를 일단 피하게 됐다.

SK그룹은 최대 쟁점이던 SK(주)의 출자전환 문제가 해결된 만큼 오는 17일로 예정된 채권단 협의회에서 75% 이상의 동의가 나올 경우 채권단과 SK글로벌 회생방안에 대한 최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SK그룹과 채권단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SK(주)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8천5백억원 출자전환을 포함해 SK글로벌과 기존 거래관계 유지(연평균 4천3백58억원 EBITDA 창출 지원), 매입 주유소 환원 등 세가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가 11시간여의 난상토론 끝에 SK글로벌 지원을 결정한 명분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SK글로벌을 지원하는 것이 SK(주)의 '상업적 이익에 더 부합된다'는 판단이다.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순매출채권 1조5천억원과 투자유가증권 6천5백억원 등 총 2조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한 데다 SK그룹 해체로 인한 SK계열사의 전반적인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압박도 SK(주) 지원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작용을 했다. 그동안 채권단은 SK그룹이 SK글로벌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SK텔레콤, SK(주) 등 여타 SK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도 신규여신을 중단하고 기존여신을 회수하겠다고 압박해왔다.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들도 천문학적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올해 적자를 보는 은행들까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채권단은 SK그룹에 대해 최태원회장의 경영권을 존속시켜주는 대신,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SK그룹측으로부터 약속받았다. 금융자본을 통한 산업자본 구조조정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꿈속의 얘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첩첩산중**

SK(주)의 지원결정으로 SK글로벌은 일단 회생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앞으로 과정은 결코 순단치 않을 전망이다.

SK(주)의 최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과 또다른 외국인주주인 헤르메스 자산운용, 소액주주연합회, SK㈜ 노동조합 등이 출자전환 의결시 SK㈜ 사내외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줄소송'을 예고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사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인 SK㈜ 노조는 최근 법무법인 한결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하면서 이사회가 출자전환을 의결할 경우 이사들을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주) 노조는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 의결 효력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도 지금은 지분 취득 6개월 경과 규정에 묶여 주주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으나 오는 8월말 이후에는 다양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소버린은 주주소송 자격을 얻게 되는 오는 8월부터 이사의 해임청구와 임시주총 소집요구등을 통해 SK 이사진의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SK이사회는 노조 등의 고발을 피할 수는 없어도 면밀한 검토 끝에 최대한 상업적 판단을 내린 만큼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독립성이 의심스러운 사외이사들의 찬성이 지원안 통과에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주주이익에 부합하는 의결'이라는 점에 반박을 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장기집권을 통해 최태원 회장 등 오너측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국가경제적 차원이나 SK주주 차원보다는 SK그룹이나 오너를 의식한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이다.

SK사외이사 5명 중 하죽봉·박흥수·김중환 이사는 지난 98년부터 6년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한영석·박호서 이사는 2000년 선임돼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외국언론들의 냉소적 반응**

이사회 의결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 전날인 14일 서울지방법원이 최태원 SK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김창근 SK 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에 대해 '이익상충'의 이유로 SK주주인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 자산운용이 신청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자 '최태원 회장의 유죄평결 등과 함께 한국의 주주권리의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던 미국 월가의 언론들은 SK(주)가 15일 이사회에서 SK글로벌 출자전환안을 통과시키자 대체로 '한국 재벌개혁의 후퇴 조짐'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SK(주)의 이사회 결정 내용은 '한국 주식회사'의 오랜 관행이 재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최태원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서 유추할 수 있는 교훈과는 반대되는 것이며 한국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우존스뉴스도 "외국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된다"면서 "SK(주)가 SK글로벌 지원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이는 그룹내 다른 계열사를 희생시켜 위기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는 한국 재벌의 관행에 대한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SK(주)의 출자전환 결정은 한국 재벌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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