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이 심화되면서 대기업들의 발언권이 급속히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집단소송제 시행유예를 주장하고 나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는 대외신인도를 의식해 일단 예정대로 집단소송제를 입법화하고 그 대신 남소 방지장치를 강화한다는 생각이나, 여야가 일단 집단소송제를 입법화하되 실시시기는 시행유예키로 의견을 모은만큼 시행유예가 되면서 남소장치가 강화되는 등 당초의 집단소송제 원안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여야 "시행유예 합의", 정부 "남소장치 보강 필요"**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는 2일 오전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관계장관들을 불러 정책협의회를 갖고 최근 심각한 위기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제대책을 논의했다.
김효석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재계의 최대 민원사항인 집단소송제 시행유예와 관련, "한나라당은 최장 2년간 집단소송제를 유예하자는 방안을 내놓았고 민주당의 경우 유예목적은 다르지만 1년정도는 유예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되 실시시기와 관련, 최소한 1년 시행유예에는 합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진표 부총리는 이와 관련, "오늘 회의에서 집단소송제 시기연기 논의는 없었다'면서 "집단소송제는 정부안대로 조속히 시행돼야 하며 그 대신 남소장치 보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시대' 도래**
이같은 김진표 부총리 답변은 시행유예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치나, '남소장치 보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집단소송제 원안이 크게 후퇴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가능하다. 또한 '시행시기 유예' 권한을 정부가 아닌 국회가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1년이상 시행유예가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남소장치 강화를 전제로 한 집단소송제 연내도입 허용 및 시행시기의 유예를 '당론'으로 정해왔다.
한나라당의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지난 4월18일 "집단소송제를 당론으로 수용하되 주가조작과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즉시 시행해도 좋지만 분식회계는 SK사태 등을 감안, 기존의 분식회계를 대한 정리를 위해 1~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정안 내용과 관련, 임 위원장은 "적용대상 기업을 2조원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모든 상장등록기업에 적용하는 대신 법원의 허가를 얻기 전에 분쟁조정형태로 감독당국의 전심을 거치도록 하는 한편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가 손해액 산출근거를 명시토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소송요건과 관련, "정부안에는 주주 50인이상으로 돼 있으나 이와 함께 일정액 이상의 지분율을 갖도록 했다"고 밝히고 허위공시 규정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중요한 사안'이 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무고 시 역으로 소송을 제기한 집단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공탁금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나라당 주장과 관련, 참여연대.경실련 등 경제시민단체들은 "차라리 도입하지 않느니만 못한 개악"이라고 강력반발했었다. 하지만 최근 경제침체를 계기로 대기업 발언권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여야는 물론 정부도 '남소장치 강화' 등을 공식언급하기 시작함으로써 집단소송제 원안은 대폭 손질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시대가 도래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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