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주한미군 가운데 '지상군 감축' 문제다.
국내 일각에서는 마치 지난해 한국에서 확산된 반미감정에 대한 미국측 불만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인양 해석하며 야단이나, 진상은 그렇지 않다.
전술적 효용성이 날로 줄어드는 데다가 충돌 발발시 희생자 발생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한미군 가운데 지상군은 줄이고, 해-공군의 원거리 공격력은 강화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전략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과정에 한국에게 자신의 MD(미사일방어)전략에 적극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해 미국은 현재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은 최대화하겠다는 '두마리 토끼잡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럼스펠즈의 최우선 관심사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미국의 속내는 최근 속속 그 실체를 드러내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하는 첫번째 근거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특사단에게 미정부가 요구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다.
특사 자격으로 미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정대철 최고위원은 9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미국측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한미군 기지이전을 미측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2일 새벽 1시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집에 찾아와 '도널드 럼스펠즈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측은 기지가 대부분 용산 등 인구과밀 지역에 있기 때문에 기지이전을 통해 도시 발전을 꾀하고 한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의과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럼스펠즈 국방장관이 방미단과 대좌하자마자 기지이전 문제를 꺼냈고 이에 우리측은 '노 당선자가 취임후 양국 국방당국자들간에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방미단의 일원인 추미애 의원은 "기지 이전은 한국의 방어능력의 축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미국측에서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현재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 현재 한강이북에 배치된 미군을 한강이남, 보다 정확하게는 평택이남으로 후방배치하는 것임을 가늠케 하는 증언들이다.
***"연말까지 주한 미 지상군 감축 확정"**
정대철 최고위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후방배치는 곧 주한미군의 감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최근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의 추정을 가능케 하는 두번째 근거다.
이 잡지는 9일 인터넷판을 통해 "부시 정부가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하에서 평화시 주한미군의 주둔과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전쟁계획을 동시에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 국방부는 한국정부와 함게 한반도내 미군 현황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이에 대한 기본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주한미군 재조정은 한국군이 휴전선 등에서의 지상군 부담을 늘이는 대신에 주한 미 지상군을 줄이고 해-공군의 장거리 공격무기의 비중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려는 것"이 골자라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어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육군 5개 사단과 해병대 2개 사단을 즉각 증파하도록 돼 있는 한미연합작전계획(작전계획 5027)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명백한 주한 미 지상군 감축안이다.
***미국의 두마리 토끼잡기**
이같은 잇따른 '미국발(發) 주한미군' 재배치론은 미국이 현재 3만7천여명의 주한미군 중 일부를 철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핵위기로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는 시점에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도리어 주한미군 병력을 늘려야 할 시점에 왜 감군이 얘기되는 것인가.
두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하나의 추정은, 위기가 커지니까 무력 충돌시의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군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다른 하나의 추정은, MD(미사일방어)로 대표되는 부시정권의 신 방어전략에 따른 전력 재배치 가능성이다.
두가지 추정은 그러나 상호대립적이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성이 강하다. 부시 정부는 현재 대화를 통한 북핵위기 해결 방식에 냉소적이다. 그렇다고 이라크전처럼 곧바로 전쟁으로 가자는 입장도 아니다.
그대신 부시 정부가 2001년초 출범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MD구상에의 동참이다. 2001년 3월 방미때 김대중대통령이 부시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홀대를 당한 것도 바로 이 MD구상에 공식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MD의 핵심은 미사일로 미사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상군 대 지상군의 전쟁 개념은 애시당초 배제된 구상으로, 주한 미 지상군의 존재는 무용지물에 가까운 구상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몇해 전부터 오산 공군기지를 MD의 지상 사령부로 설정, 50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기지 주요시설을 지하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동시에 우리나라에 대해선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이지스함의 구입을 압박해왔다. 국방부는 현재 미국의 압박에 밀려, 단기적으로 우선 1척, 중기적으로 모두 3척의 이지스함을 구입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지스함은 3척 구매에 대략 3조원, 여기에 미사일 시스템까지 장착할 경우 거액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초거대 프로젝트다. 이미 MD계획 동참을 잠정약속한 상태인 일본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 현재 6척의 이지스함을 사들인 상태다.
미국이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 및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무력충돌시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배려외에, 이처럼 MD가 장차 미군수산업에 안겨줄 거대이윤이 깔려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압박은 하나의 '비즈니스'**
아직까지 미국은 노무현 당선자에 대해 MD 압박을 공개화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노 정부가 출범하면 그 실체를 드러낼 게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특사단 관계자는 10일 "체니 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4월16일께 한국을 방문, 노 당선자와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자세한 일정 및 내용에 대해선 외교경로를 통해 양국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대부'라 불릴 정도로, 부시정부내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세중 실세다. 그가 특사단에게 방한일정까지 잡아 통고한 것은 체니 방한을 계기로 북핵문제가 주요 고비를 맞게 되고, 아울러 주한미군 재배치 및 MD 문제가 표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요컨대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 떠난다면 주한 미 지상군 가운데 일부일 것이다. 그대신 오산기지로 대표되는 미 공군의 전투력을 대폭 강화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이지스함 판매를 통해 미 해군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력 재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지스함이라는 게 아무리 우리가 천문학적 거금을 들어 사들인다 할지라도, 이지스함을 운용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위성정보망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까닭에 사실상 미군의 한반도 해군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미국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은 결코 최근 국내의 반미감정 확산때문에 부시 정권내에서 '감정적으로' 제기된 문제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철저한 주판알 계산아래 추진되고 있는 하나의 '비즈니스'인 것이다.
본질을 정확히 읽고 냉정히 대응하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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