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공격을 미사일로 막는다"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계획(MD)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주장은 지난 96년부터 제기됐다. 그후 MD계획은 몇년간 힘을 못받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예정을 앞당겨 내년부터 MD를 실천배치키로 했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MD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말 일본이 부시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MD를 실전배치키로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MD체제에 편입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MD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핵해법을 찾기 위한 노무현 당선자의 취임직후 방미때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D구축에만 2백80조원 필요**
클린턴 행정부 때만 해도 지상 NMD 비용은 6백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부시가 집권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상에는 물론이고 해상, 우주 등에도 요격시스템을 구축하여 '전지구적 미사일 방어망'(GMD)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MD 구상에는 종전보다 4배 많은 약 2천4백억 달러 규모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2백80조원을 넘는 엄청난 액수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MD전략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는 계획이 추진되는 것은 사실상 군수복합체의 배를 불리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는 것이 미국 MIT대학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를 비롯한 MD 회의론자들의 일치된 주장이다.
***군수업체 연구원의 '내부 고발'**
MD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최초의 폭로는 당초 미국 국방부로부터 미사일요격시스템 개발사업을 따낸 군수업체 TRW의 선임연구원인 니라 슈워츠 박사로부터 제기됐다.
95년 TRW에 고용된 슈워츠 박사는 컴퓨터 이미지 분석과 패턴 인식 전문가로 요격미사일이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부를 수많은 기만체들로부터 구분해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다. 하지만 슈워츠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상황에서는 결코 명중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보고 결과가 문제가 되면서 슈워츠 박사는 96년 해고됐다. 그러자 그녀는 내부고발법을 근거로 "TRW가 미 행정부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국방범죄수사단(DCIS)에 사건을 조사하도록 맡겼다. 사건조사담당을 맡는 샘 리드는 MD의 원조격인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 초기때부터 미사일방어전략의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POET(Phase One Engineering Team)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제출된 POET 보고서는 표면적으로는 "TRW의 미사일요격프로그램은 잘 짜여졌으며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며 TRW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보고서의 자료는 결론과 모순되는 것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미사일을 발사하는 적으로부터 모든 기만체와 방해수단을 미리 정확히 알고 있을 때만 요격미사일이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 단체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미리 기만체의 모양과 개수, 특징을 알려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결론과 이에 따른 미 법무부의 조치는 설득력이 없는 것이었다.
미 법무부는 보고서의 결론을 근거로 TRW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분개한 슈워츠 박사는 86년 내부고발법을 제출했던 하워드 버먼 민주당 의원을 찾아갔다. 버먼 의원은 미 의회회계감사원(GAO)에게 다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슈워츠 박사는 뉴욕타임스의 국방기술 담당기자 윌리엄 브로드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브로드는 그녀의 주장을 뉴욕타임스 1면 톱으로 대서특필했다.
***"91년 걸프전때 패트리어트, 스커드 하나도 못 맞췄다"**
슈워츠 박사가 내부고발을 했다면 MIT공대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이를 증폭시킨 인물이다.
2000년 3월 뉴욕타임스 1면톱으로 실린 브로드의 기사를 읽은 포스톨 교수는 슈워츠 박사를 MIT에서 그가 이끄는 안보연구프로그램 세미나에 초청했다. 포스톨 교수는 슈워츠 박사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모호한 결론을 내린 POET 보고서의 객관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포스톨 교수는 POET에 매년 국가미사일방어연구를 위한 탄도미사일방어기구(BMDO)로부터 8천만달러를 지원받는 MIT 링컨 연구소에 소속된 사람이 2명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명백하게 이해상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톨 교수는 TRW의 MD 프로그램이 '과학적 사기'이며 국방성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신념에 도달하자 모든 것을 걸고 이를 폭로하는 데 나섰다.
포스톨 교수는 미국이 지난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시켰다고 자랑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사실은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유명해진 MIT 종신교수다. 그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계획이나 MD가 "날아오는 총알을 날아가는 총알로 맞추겠다는 계획으로 기술적으로 의문시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포스톨 교수가 비디오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허구성을 폭로하자, 미 국방부도 뒤늦게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명중률이 형편없다는 것을 시인했다. 포스톨 교수는 80년대부터 국방부에서 미사일 분석가로 일하는 등 국방 기술 분야의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학문적 토대도 탄탄해 그의 주장은 미 행정부와 의회, 학계 등에 상당한 무게로 받아들여진다.
포스톨 교수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진상을 폭로한 데 이어 다시 MD의 기술적 근거마저 부정하고 나서자, 미 의회는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에 대한 일련의 청문회를 여는 한편 FBI 등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2000년 5월 MD 지지자인 커트 웰든 공화당 의원은 "FBI 조사 결과 TRW와 국방부에 대해 제기된 혐의는 근거 없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계속되는 의혹의 연속**
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MD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다른 의원들이 FBI 보고서를 입수하려고 하자 보안을 이유로 거부됐으며, FBI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MD에 대한 내부고발을 한 슈워츠 박사와는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GAO 조사 결과인데, 지난해 2월28일 발표된 GAO 보고서는 97년 6월 1억달러를 들여 실시한 TRW의 실제실험에서 "기만체로부터 미사일 탄두부를 식별하는 데 필수적인 적외선 감지 센서가 기술적 결함을 보여 TRW의 미사일 테스트가 성공적이지 못했을 수 있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포스톨 교수는 이에 고무돼 MIT대학의 찰스 베스트 총장에게 "POET 보고서에 MIT 링컨 연구소 과학자 2명이 가담한 만큼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설득했다. 베스트 총장은 포스톨 교수와 깊은 대화 끝에 "포스톨 교수는 매우 스마트하고 조예가 깊은 학자로 애국심에 따른 헌신적인 자세를 지녔으며, 미 국방기술의 실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찬사를 보내면서 마침내 2001년 4월 MIT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로버트 브라운 교무처장에게 맡겨진 조사는 포스톨 교수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 극도의 보안 속에 MIT 항공우주학과 과장인 에드워드 크롤리 박사가 진행한 1차 보고서는 POET보고서를 인정하는 것이었으나, 포스톨 교수가 "GAO의 보고서와 정면으로 다른 결과"라며 반박하자 크롤리 교수는 종전의 미온적인 입장을 바꿔 지난달말부터 본격적인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내부고발 사태 탓인지, 국방부는 98년 10월 미사일 요격시스템 수주 입찰에서 TRW를 떨어뜨리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제조사인 레이시온으로 교체했다.
***눈 앞 압력으로 다가오는 MD 압력**
MD계획은 지난 2001년초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대통령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그해 3월 김대통령의 방미 당시 부시의 무례한 홀대를 초래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한미관계 갈등을 낳은 핵심 쟁점이다.
부시 정부는 최근 들어 북핵사태를 빌미로 그동안 MD참여를 기피해온 일본을 압박, 일본 수뇌부들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낸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부시의 다음 타깃은 한국일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관측이다.
부시는 MD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동안 이에 거세게 반발해온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MD계획 실현시 러시아 미사일도 일부 사들이겠다는 협상카드를 내놓아 러시아측의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MD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미국내 과학자들조차 '거대한 사기극'이라 규정한 MD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신경을 곤두 세우고 예의주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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