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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노조는 왜 송영길을 만났을까

[초록發光] 핵발전과 일자리 사이, 우리가 놓친 '정의로운 전환'

지난 8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송영길 의원이 영광 한빛원자력본부를 찾았다. 이 자리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도 함께했다. 강창호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송 의원에게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10기 이상을 반영하고, 현재 최대 15년까지 걸리는 원전 건설과 규제 기간을 과거의 7~8년 수준으로 단축해달라고 요구했다.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압력관 교체 사업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의원과의 만남 이후 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의원을 두고 '원자력을 제일 잘 아는 이'라고 표현하며 "원자력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줄 아는 송영길 의원님의 든든한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썼다.

송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기념사진과 함께 '메가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전력'이라며 "광주 군공항 부지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기가 쓰는 전력은 6.3기가와트. 대형 원전 4기 분량"이라며 "전기가 없으면 반도체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빛원전 수명연장을 검토하고 SMR(소형모듈원자로)과 추가 원전 건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수원노조가 송 의원에게 요구한 사안 중 하나는 곧바로 정부에 전달됐다. 8월 1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송 의원은 월성 2·3·4호기 압력관 구매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건의를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 정부 내에서는 해당 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해 오는 9월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현재 월성 2·3·4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월성 2호기는 올해 11월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된다. 한수원노조는 압력관 구매가 이미 늦어진 상황에서 예타까지 거치면 가동 공백이 길어져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며 예타 면제를 요구해 왔다. 강창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동 지연에 따른 손실이 하루 약 90억 원이며, 관련 절차가 내년으로 넘어 갈 경우 추가 손실이 약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주장은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 여부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운전을 전제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먼저 하자는 것이다. 3조원 가량 예상되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압력관을 구매하고 설비개선에 들어간 뒤에는, 이미 투입한 비용이 다시 계속운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송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전성 심사는 원칙대로 하되 계속운전에 필요한 설비투자와 행정절차는 제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성 심사와 계속운전을 전제로 한 대규모 설비투자의 선후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가.

한수원노조는 왜 송영길을 만났나

한수원노조가 다른 민주당의 다른 당대표 후보가 아니라 송영길 의원에게 적극적인 기대를 보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송 의원의 핵발전에 대한 입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한수원노조의 요구와 상당 부분 결을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탈원전 정책'을 표방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을 재개했지만,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9년 송 의원은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같은 민주당의 우원식 의원조차 "시대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탈핵단체들도 송 의원을 강하게 규탄했다.

▲2019년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관련 발언을 규탄하며 탈핵부산시민연대가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강언주

송 의원의 입장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에는 방송토론에서 "원전생태계를 위해 수출 등 애쓰고 있다"며 한국의 원전 기술을 강조했고, 2021년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취한 게 아닌데 오해되는 면이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SMR 추진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러니 2026년 한빛원전을 찾아 수명연장과 SMR, 신규 원전 건설을 이야기하는 송 후보의 모습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한편 송 의원과 원전산업의 관계를 들여다보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사실도 있다. 검찰은 2024년 송영길 전 대표를 기소하면서 그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가 2020년 광주의 한 원자력발전 설비업체 관계자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5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보도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은 원전설비업체 대표에게 송 전 대표가 정부의 '완전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원전산업의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먹사연 후원을 권유했다. 이후 업체 측은 2020년 5월 5천만 원, 6월 2천500만 원을 먹사연에 송금했다. 검찰은 이를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받은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이 기획재정부 지정 기부금 단체이자 사단법인으로 운영된 공적 조직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핵발전과 일자리 사이, 우리가 놓친 '정의로운 전환'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 감(減)원전이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발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핵발전소의 운영뿐 아니라 부품 제조, 정비, 방사선 안전관리 등 원자력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해 온 것 가운데 하나는 정책 변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orld Energy Employment 2025>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핵발전산업 종사자는 약 120만 명이다. 발전원별로 보면 태양광이 약 5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석탄발전 220만 명, 수력 200만 명, 풍력 170만 명, 석유·가스 발전 140만 명에 이어 핵발전이 120만 명이다. 핵발전은 전 세계 발전부문 고용의 약 8%를 차지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년 12월 12일 발간한 <세계원전시장인사이트> 중 발전원 별 고용 규모 그래프.

2024년 핵발전 산업 일자리는 전년보다 약 7만 명, 6% 증가했다. 특히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활발한 중국에서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IEA에 따르면 전체 핵발전산업 노동자 가운데 기존 핵발전소의 운영·유지보수에 종사하는 비중은 약 30%이고, 상당수의 일자리는 건설과 제조에 집중돼 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핵발전산업의 일감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요구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그렇다고 에너지전환이 곧 일자리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세계 전력부문에서는 약 8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태양광에서만 약 31만 개의 일자리가 늘었고, 전력망에서도 약 22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 반면 석탄발전 고용은 감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년 12월 12일 발간한 <세계원전시장인사이트> 중 발전원 별 신규고용 규모 그래프.

노동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결국 '전환이 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노동과 환경의 갈등이 만들어진다. 핵발전의 위험을 이유로 탈핵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핵발전소가 사라지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폐쇄 이후의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서로 마주 서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노동 대 환경'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문제는 산업의 존속과 노동자의 일자리가 하나로 묶여 있는 현실에 있다. 산업이 사라져도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없다면, 노동자는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의 산업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모두의 삶과 미래를 걱정하며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일자리와 지역의 미래를 함께 지키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행동하고 연대해 온 과정은 더욱 의미가 크다.

신규 핵발전소 10기가 아니라 노동자의 미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조(OCAW) 지도자 토니 마조치는 환경과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산업을 전환하더라도 그 비용을 노동자의 실업과 생계 위기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 역시 함께 지켜야 한다는 요구는 '정의로운 전환'운동의 시작이 됐다.

핵발전산업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고용과 생계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방법이 반드시 핵발전소의 수명을 계속 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 10기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할까.

핵발전소가 줄어들더라도 노동자의 고용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그동안 쌓아온 숙련을 어디에서 이어갈 수 있게 할 것인가. 새로운 에너지산업의 일자리가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인가. 발전소에 의존해 온 지역의 경제와 공동체는 어떻게 함께 전환할 것인가.

신규 핵발전소의 숫자가 아니라 이런 질문을 가지고 노동과 정치가 만나야 한다. 산업이 사라져도 노동자의 삶과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전망을 만드는 것. 노동자의 삶을 지키면서도 핵폐기물의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것.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정의로운 전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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