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일부터 한국정부는 한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인도네시아인에 대해 30일 체류자에 대한 비자면제 혜택을 일방적으로 철회해 버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이 지난 21일 한국인에 대한 60체류자에 대한 비자면제혜택을 철회를 적극 검토중이고 곧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니정부의 이런 대응을 보고 난 개인적으로 인니정부가 아닌 한국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실망과 함께 분노마저 느낀다.
약 15년 전 일이다. 노태우정권은 중국과의 수교를 이유로 대만에 대해 일방적인 단교조치를 선언해 버렸다. 미리 대만정부에게는 사전언질이나 협의도 없이, 어느날 무슨 깜짝쇼하듯 중국과 수교를 하니 당장 "내일부터 대만을 국가로 인정치 않는다"는 식의 외교적으로 도저히 있을수 없는 무례를 범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의 외교의 수준은, 3대에 걸쳐 대통령이 바뀌고 군장성이 아닌 민간인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을 했지만 군사독재 시절에 비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외교의 기본은 호혜 평등주의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비자면제 협정을 인도네시아 정부에게는 아무런 개선의 기회나 사전협의 없이 한국정부의 편리에 의해 발표하고 시행했다.
못사는 나라의 백성은 그렇게 무시해도 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신문에 자주나는 기사 가운데 하나가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자발급이 너무 까다롭고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주한 미대사관 영사과의, 거의 만행에 가까운 비자정책에 불평을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외교당국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매우 무례한 사람들의 집합체임이 이번 조치로 여실히 드러났다.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란 게 불법노동자의 증가와 국제테러리스트의 입국을 막기 위해서라나?
우리 솔직해지자.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아니라도 말레이지아와 대만,태국에 수많은 노동인력을 합법적으로 보낼수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뭐가 답답해서 왕복 7백달러나 하는 비행기값을 써가며 한국에 불법취업을 하러 가나? 그 절반이면 합법적으로 자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말레이지아에서 일할 수 있는데…
한국의 불법체류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불, 배타적 차별정책 등은 여기서도 아주 유명하다. 여북하면 여기 중국계 주민이 나에게 "너희 나라는 마피아가 많다며?" 라고 묻겠나.
테러리스트의 입국? 한국정보기관은 국제테러리스트의 동태도 파악 못하고 매일 정치인 뒤나 캐고 다니나?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민이 전부 범죄용의자란 말인가? 세상에 이런 무례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문제가 있다면 인니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개선이 않되면 협상을 벌여 시간을 주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볼 일이지 일방적으로 다음달부터 "인도네시아인의 비자면제 철회" 발표를 하다니 뭐 이런 외교정책이 다 있는가?
만일 이 나라가 가난한 저개발국가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렇게 일방적 외교조치를 취할 자신이 있는지 외교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강자에게 끝없이 약하고 약자에게 군림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외교기본정책이란 말인지…
"미국입국 비자 받기 어렵다. 개선해 달라",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 달라"… 물론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위해선 우리도 좀 외국인에 대해 공평하고 정당하게 대접해야 하지 않을까?
전세계 어디에 가도 차이나타운이 빈민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재한 화교는 한국사회에서 몇대를 살아도 온갖 차별에 시달린다. 한국인과 결혼한 파키스탄인은 한국으로의 귀화가 어렵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인이나 프랑스인들에 대해선 잘도 귀화를 받아주고 있다.
올해는 '미국이민 1백주년'의 해라 한다. 신문이나 방송마다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동포의 인종차별과 주류사회의 배타성으로 인한 진입의 어려움등을 특집기사로 열심히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린 왜 남들이 우리에게 준 고통을 다른 상대에게 화풀이라도 하듯 함부로 대하는가? 못된 시어머니의 밑에서 시집살이한 며느리라도 되나? 왜 그렇게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지 모르겠다.
난 누구에게 차별받고 업수히 여김을 받는 것이 정말 싫다. 내가 그런 모욕을 받지 않으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갖춰야 하는 상식이 아닌가?
우리의 시민의식은 나날이 성숙해가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정책당국자들은 항상 제자리 걸음인가?
난 대한민국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을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자신들의 행동이 외국에 나가 있는 해외동포에게 어떤 불편을 주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행동해 주길 바란다. 당신들이 그렇게 남의 나라 백성을 무시하면 이 나라 정부가 당신들의 백성을 존중해 주리라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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