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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 와서 우리를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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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카르타에 와서 우리를 돌아보니"

<독자 칼럼> "우리나라가 한심한 나라인 12가지 이유'를 읽고

저는 현재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현지인 파트너와 무역업을 하기 온 사람으로 이곳에 있으면서 우리나라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될 기회를 갖게 되어 서투른 글이나마 그동안 친구들에게 보낸 글 중 하나를 보낼까 합니다.

***자카르타에 와서 보니**

우리가 70년대 TV드라마를 통해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듯
이들도 한국에 대해 그 비슷한 환상을 갖고 있다.

여기선 <겨울연가> <가을동화> <이브의 모든 것> 등등의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길거리 레코드 노점상에서도 한국어로 된 드라마 주제가가 흔하게 나오고,
중고등 여학생들은 원빈, 배용준, 송승헌이라면 그야말로 껌벅 죽는다.

시민의식의 자각이 성숙치 못한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들이 그렇듯
이곳의 사람들도 밖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TV드라마를 통한 한정된 것일 뿐.

신문의 외신란에 난 한국발 기사,
예컨대 연이어 터지는 정치권의 스캔들과 경제개혁의 사실상 중단,
주가의 하락과 경제불황 따위엔 관심도 없거니와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라마에서 한국은 언제나 아름다운 나라다.
누구나 자가용차를 몰고 다니고
(왜 드라마에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건
어린이와 아줌마, 아니면 힘겹게 사는 샐러리맨-그야말로 피곤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노인들뿐인지 모르겠다.
대학생조차도 승용차나 하다못해 오토바이라도 타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다들 사장이거나 적어도 이사다.
(아버지가 부장이나 과장이면 실패한 인생이란 말인지? …)

혼자 사는 젊은이는 꼭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살고
가족은 언제나 넓은 정원이 잘 가꾸어진 2층 집에서 산다.

전화는 항상 가정부가 받아 마님께 전하고,
학생이면 누구나 대학은 미국으로 가며
술은 주로 룸싸롱에서 마시지만
가끔 호텔의 바나 디스코텍에 가기도 하는 검소함도 있다.

그러니 한달 80불벌이가 고작인 이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환상이 얼마나 크겠나?
이들에게 한국의 직장인이
일주일이면 적어도 3일 이상은 10시 까지 야근하는 게 예사고,
과로사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며,
얼마나 많은 기업이 월말이면 대금지불에 허덕이며 가슴 졸이는지,
얼마나 많은 주부들이 가계부를 적으며 한숨 쉬고 울고 싶어지는지는
알지도 못한다.

그러니 한국인이라면 어디서나 환영이다.
게다가 왜? 우리들은 외국만 나오면 그토록 용감하게 돈을 쓰는지… ,
값을 물어보고 물건을 사면 무슨 큰 자존심이라도 상하는 줄 알고
바가지를 씌어도 팁까지 쥐어 준다.
잔돈을 달라면 누가 욕이라도 할 줄 아는 건지 잔돈 받기를 싫어한다.

이 지경이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고맙고 좋은 외국인이 어디 있겠나?
오히려 제값을 치루겠다면 화를 내고
잔돈을 달라면 이상하게 쳐다볼 지경이다.
말레이지아인이나, 대만인,싱가포르인, 일본인이 그러는 건 당연하지만
한국인이 그러는 건 이해를 못한다는 투니...

말레이지아야 그렇다 쳐도 우리가 일본보다 잘살고, 대만보다 부자인가?
정말 우리의 위상이 그렇게 높을까?
그럼 왜 LG 의 TV나 삼성의 냉장고는
항상 일제를 못사는 사람들의 몫이고,
현대의 액센트나 소나타는 토요타나 혼다를 사고 나서
하나 더 필요할 때나 싼 맛에 사며,
경품행사 일등상품은 일본인데
왜 한국은 홍콩이나 대만 다음인가?

TV에서 프리미어 리그나 이탈리아 리그 혹은 분데스리가 경기는
빠짐없이 중계해 주고 가끔 J리그도 중계하는데,
K리그가 있는 건 알지도 못하는 건 왠가?,

그럼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괜찮은 나라일까?
경제적인 면을 제외하고라도.
정치는 말할 필요도 없는 쓰레기같은 상황이니
제외하고서 한번 보자.

중요부서의 여성관료는 얼마나 될까?
스리랑카의 대통령은 여성이다. 인도의 수상은 과거 여성이었다.

이들은 국민소득이나 교육수준, 삶의 질에서 우리와 비교 자체가 않된다.
그러나 여성의 위치는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지금이 봉건시대도 아닌데 이혼한 여성은
온갖 사회적은 물론이고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호주제의 멍에를 지고
아이들은 법적으로 방기된다.
이혼한 아버지와 떨어져 어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보호 받을 자격도 없단 말인가?

우리의 인권상황이 정말 괜찮은 편에 속할까?
고소사건이 나서 경찰에 불려가면
혐의 사실의 무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내가 죄가 있다면 경찰이 범죄의 증거를 들이대고
그 혐의를 입증 해야 하지 왜? 다짜고짜 고압적으로 소리부터
버럭버럭 질러 대나?

선배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조차 폭행이 자행된다.
그것도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지성과 인성을 논하면서 인권을 무시하는 건 모순 아닌가?

고등학교에선 체벌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이 인정된다.
공부를 못한다고 때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공부를 못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키고,
도와주는 게 정상적인 교육이 아닌가?

외국인의 인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종차별은 물론 만성적인 체임과 폭력, 성적 학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박해(주로 회교도에 대한)...

법은 공평하게 집행되나?
왜 정치인은 항상 몇 달이면 사면되고 복권되는데
단순 폭력범은 평생 손가락질 받고,
거액을 횡령하면 집행유예인데
사업에 실패해 부도를 내면 경제사범이 되고
어디 가나 박대를 하나? ,

정말 우리가 법치주의 국가라면 무슨 일만 터지면
왜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신문에 써 대나?
정말 옳은 일이라면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도움이 없어도
정당하고 신속하게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며
옳지 않다면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하는 건 범죄행위인데
왜 다들 법에 호소치 않고 권력에 의지하려 하나?

우리가 봉건적 전재주의 국가가 아닐진대
헌법에 보장된 3권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력자의 사법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종용하나?

권력자에 의해 법의 정의가 실현된다면
검찰과 법원은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 아닌가?
그렇게 무능하고 부패한 사법기관이라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우린 걱정하지도 않는 것이 된다.

역사가 오히려 전제주의 시대로 퇴보를 하는 것이 옳단 말인가?
행정부의 수반이 사법권에 관여하는 건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이념을 부정하는 심각한 범죄인데
우리는 오히려 권력에 기대려 하는 모순된 행동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매일 배달민족, 단군의 후손, 단일 민족이라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침을 튀기며 떠들어 대면서도
다민족 국가인 다른 나라보다도 강한 지역색을 보이고
전라도는 경상도를, 경상도는 전라도를 잡아먹으려 하나?

지금이 신라,백제로 나뉘어진 삼국시대인가?
남북으로 나뉜 것도 부족해서인가?

난 우리의 아이들이 좀더 건강한 사회에서 자라고
그들이 자라서는 더 좋은 나라에서 살기를 원한다.

더 큰 집과 더 큰 차, 맛난 음식과 좋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좋은 나라일까?

그건 윤택해진 삶이지
좋은 나라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정말 좋은 사회라는 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내 인격을 존중 받으며 서로에게 공정하고
사회구성원간 서로를 보호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정말 건강한 사회라 나는 학교에서 배웠다.

난 그것이 정말로 옳은 말이라고 믿는다.
난 내가 존중 받고 권익이 침해 받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싫다.

그러려면 내가 속한 사회, 내 조국이
영속성을 갖고 존재해야 한다.

국가가 영속성을 갖으려면 당연히 건강해야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
얼마나 하찮은 대접을 받는지 많이 보아 왔다.

나라가 보잘 것 없다는 이유로
이민국관리에게 온갖 수모를 받는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에 문제만이 아니라 만국 공통이더군.
난 공항이민국에서 만인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다.

난 애국자도 아니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난 무척 이기적이다.
그러나 이기심을 만족시키려면
내가 속한 사회가 보다 건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내 몫을 해야 함도 안다.

제발 우리나라를 건강하게 하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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