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때 한국인만 피습받는 이유**
올해도 어김없이 이슬람 최대명절인 '라마단 (회교도의 禁食聖月)'이 11월6일부터 시작됐다.
회교력으로 연말 한달 전에 시작해 한달 간의 금식과 금욕생활을 하고 그 종료와 함께 회교 신년을 맞게 되는 이 기간동안 회교도는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함을 몰론, 물 한 잔 마실 수 없거니와 노래를 한다거나 춤을 추는 것,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일체의 유흥과 그 비슷한 행위들을 삼가해야는 일종의 종교적 엄숙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에 주간에는 식사는 물론 물 한 잔 마시지 못하는 관계로, 정작 일상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주간에는 자연히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는 업무 자체가 중단되기도 한다, 이런 일이 한달간 계속되다 보니 자연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경제 휴면기에 들어가게 된다.
경제가 둔화되어 내 장사에 지장있는 것이야 종교에 관한 문제이니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못되고, 어찌보면 자신의 종교의 수행과정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는 걸 보면 일면 존경스럽기도 한다.
힘든 육체노동자나 군인, 너무 어린 성장기의 아동과 병자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두고 이들에겐 금식하는 걸 만류하는 종교지도자들이 대부분인 데도, 당장의 중병환자가 아니라면 거리에서 하루 종일 힘든 짐을 나르는 이들이나 웬만큼 철이 든 아이들도 자신의 종교적 의무를 결코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이들의 그런한 자기신념에 대한 확신과 신념에 충실하려는 노력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물론 일부 극렬 회교청년단체들 중에는 외국계 식당에게까지 일몰 전까지인 오후 6시 이전엔 영업을 하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회교도는 외국인이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지 않는 한 공연한 자신의 종교적 수행을 강요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꼭 2,3건씩 외국인에 대한 습격사건이 이 기간중 일어나는데 대부분은 한국인이 그 목표가 된다고 한다.
왜 같은 동양인임에도 싱가포르나 중국인, 일본인은 다 놔두고 한국인이 목표가 되는가.
다른 양인 특히 일본인의 경우 결코 술 마시고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작년 11월 난 자카르타 중심에 한국인이 많이 묵는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 3일간 묵은 일이 있다.
둘째날 난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험을 했다. 밤 12시경 술에 잔뜩 취한 한국인이 온 층을 돌아다니며 문을 걷어차고 누군가를 찾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게 아닌가? 더 황당한 건 그가 제지하는 호텔직원의 뺨을 때리며 왜 자신의 행위를 방해하는지를 거칠게 항의하는 꼴볼견을 아주 당당하게 부끄러움도 없이 했다는 데 있다.
그는 취한 채 로비까지 끌려와서도 분명한 한국말로 “ 너 XX, 내가 누군 줄 알어?, 야 김부장 불러와! ”라고 호통쳤다.
호텔직원이 김부장이 누구인지 이부장이 누군인지를 알 턱이 있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호텔직원은 저희들끼리 킥킥거리며 손가락질을 하고, 무슨일인지 구경나온 외국인투숙객들은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하던 그는 30분간의 소란끝에 전화를 받고 오밤중에 찾아온 그의 한국인 거래처 직원에 의해 진정됐다. 그가 진정된 이유는 설득이나 경찰의 연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거래처직원의 말 한마디, “그러지 마시고 나가서 한잔 더 하시죠?,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였다.
과연 이곳이 싱가포르나 동경,홍콩 혹은 북경이었다면 그가 감히 그런 방자함을 행할 수 있었을까?
그 이후 난 결코 한국인이 묵는 호텔에 얼씬도 않는다. 그가 속한 회사의 제품도 사는 것도 꺼린다.
왜 한국인은 동남아 특히나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만 오면 그렇게 용감하게 현지의 관습이나 법따위엔 연연하지 않는 호탕함(?)과 자긍심으로 남의 나라를 누비는 걸까? 그렇게 용감한 사람들이 왜 싱가포르나 동경에서는 참 얌전하기만 하더구만...
이런 분들을 볼 때면 좀 두렵다. 무식해서 용감하건 좋은데 용기를 부릴 곳에서 부리는 건 어떨지 한마디하고 싶다.
회교국가에서 라마단은 매우 중요한 자기수행기간이고 회교도는 가난해도 자긍심 하나만큼은 목숨과도 바꿀만큼 귀중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 기간에 술을 먹고 소란을 피우는 건 이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데 참을 회교도는 흔치 않다. 특히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자신이 속한 집단 즉, 가족이나 부족일 경우는 더하다.
제발 남의 나라에 왔으면 싫든좋든 그들의 풍습을 존중하자. '종교를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존중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이젠 그만 좀 두었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의 땅에서 뻔뻔스러운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한 외국인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미군기지앞에서 그토록 항의집회를 열고 미 대사관에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했던 것 아닌가? 우리가 원한 건 복수가 아니라 공정한 법의 집행과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우리가 언제 외국인을 이유없이 혐오한 적이 있었던가?
이들 인도네시아인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한국인을 공격하는 것은 심심해서나 불만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길지도 않다 겨우 한 달 아닌가? 그 기간 동안 자신을 존중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가 당신들에겐 무리라 생각하나? "내 돈 내고 내가 마시는 술인데 너희가 뭔데 참견이냐"고 한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주먹으로 내가 널 때리는 데 네가 뭔데 발악하고 대드느냐?”
제발 올해엔 한국인 관광객이 길에서 얻어 맞았다는 소리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 여기 와 있는 많은 교민들의 바람이라고 한다. 나도 그러한 바람을 하기란 마찬가지다.
***필자 기태형님은 현재 자카르타에서 현지인과 함께 무역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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