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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와 노조가 손잡고 대정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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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와 노조가 손잡고 대정부 시위

<자카르타 통신> "차라리 수하르토독재가 그립다"

인도네시아에서 기업을 하고 있는 기태형님이 또 한편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국기업들의 엑소더스(철수)가 계속되고, 기업가와 노조가 연대해 대정부 시위를 벌일 정도로 상황이 자못 심각하다 했다. 어렵게 민주화를 이룩했음에도 요즘 들어 수하르토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했다. 인도네시아를 시점으로 동남아에 제2의 IMF사태가 발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함께 전해왔다.

지난 97년 함께 IMF사태를 겪었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인도네시아와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인도네시아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경제를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면 민주화도 한낱 모래성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편집자주

***"차라리 수하르토 독재시절이 그립다"**

이 나라 경제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듯 싶다.

정부의 막무가내식 공공요금의 인상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고, 16일에는 보고르,버까시 지역의 외국계기업들이 유가인상에 이어 단행된 지하수이용 세금과 지방세의 1백% 인상에 항의해 조업을 중단하며 짐을 꾸리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는 경기부양책으로 기업의 세율을 낮춰 준다고 하나, 이 나라는 아예 모든 기업들을 문닫게 하고 마차 끌고 집에서 베틀로 옷감 짜던 시대로 돌아가려 하는 것 같다. 생산원가 가운데 하나라도 10%만 오르면 기업이 죽네사네 하는 판에 세금을 1백%(난 처음에 뭘 잘 못 알아들었나 했다) 나 올려버리니 누가 굳이 기업을 하겠나.

그나마 외국기업은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이 땅의 자본으로 세운 인니 기업들은 대책도 없다.

여북하면 기업가와 노조가 연대를 해 정부에 대한 항의집회를 했겠나? 경영진과 노조가 나란히 손잡고 서로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기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젠 막판에 몰려 죽기살기로 단결해 저항한다고 봐야 하나?

공공요금 인상발표후 단 보름 사이에 보고르와 버까시에서만 해고된 인원이 3천6백명이라고 인도경영자협회 보고르지사가 발표했다. 도대체 이 나라 정부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입안하는지 내 둔한 머리로는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아예 전국민을 실업자로 만들고 산업시설의 가동을 전부 중단시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굳은 의지(?)'를 세운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년 소니의 완전철수후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이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외국계기업들에게 할 말이 없다. 여러 차례 정부에 기업환경을 개선해 달라 요청했지만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떠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이젠 인도네시아 기업마저 자국을 떠나 인근 베트남과 미얀마로 옮기려 한다. 단순히 임금때문이 아니다. 임금이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비싼 말레이지아로 떠나는 기업의 이전 이유를 단순히 임금의 상승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공공요금은 일년에도 서너 차례씩 오른다. 거기에다 노동생산성은 후퇴만 할 뿐 현상유지조차 못한다. 무역관련 법규도 까다로워서 수입품 통관에만 열흘 이상이 걸린다. 한 예로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건의 B/L을 한국에서 선적한 다음날 선사에서 받아와 수입준비를 해도 배가 항구에 들어온 지 1주일이 지나서야 제품이 통관되어 창고에 입고된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선박의 운항일이 10일 정도니, 실제 통관에 보름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나야 소비재를 수입하니 사정이 덜하다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수출기업들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게 용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가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팽배해 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차라리 수하르토 독재시절이 훨씬 좋았다"고 한다. 노동자도 같은 말을 한다. "도대체 정권이 바뀌고 나아진 게 뭐냐"고. 심지어는 "쿠데타가 일어나 다시 독재정권이 들어섰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다.

이 나라의 인구가 2억1천만인데 실업자가 4천만이다. 게다가 해마다 신규노동인력이 2백50만씩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기업들이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국내기업은 도산하고 외국기업은 떠나버리면 그 많은 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새해 들어 제일 먼저 한 일이 공공요금을 한자리 숫자도 아니고 최고 1백%나 올려버렸으니 이런 정부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

이렇게 정부가 악수를 계속 둔다면 경제가 점점 혼란해질 테고 그 경제불안이 동남아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러다가 97년의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어제 TV에는 구제금융 지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인니를 방문한 IMF 관계자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 답이 걸작이었다.

“할 말 없다. 정부가 경제정책 수립에 무성의한데 우리가 할 일이 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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