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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전력민영화 실패,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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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전력민영화 실패, 한국은?

알짜 민영화 전력사 6년만에 파산, 1조 공적자금 투입해야

90년대 후반 전세계를 휩쓸었던 '전력 민영화' 열풍이 잇따라 실패로 끝나고 있다. 이번에는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일컬어져온 영국이 전력 민영화 실패를 자인, 민영화했던 전력회사를 다시 국영화하기로 했다. 그것도 1조원의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말이다.

국민 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연내에 반드시 한국전력 자회사 중 하나를 민영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우리 정부도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여야 할 교훈이다.

***6년전 민영화당시 최우량 발전회사가 파산 직면, 1조원 공적자금 투입 필요**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5일(현지시간) "영국의 전력생산량 4분의 1를 차지하고 있는 브리티시 에너지가 극심한 자금난에 처해 있어 재국유화를 포함하는 '블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브리티시 에너지의 주가는 지난주 사상 최저치인 54파운드로 폭락했다. 민영화 이후 올랐던 주가와 비교하면 무려 93%나 폭락한 것이다. 기업분석전문가들은 브리티시 에너지에 향후 12개월내에 4억5천만 파운드(약8천2백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지 못하면 파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블루 프로젝트에는 최소한 5억 파운드(약 9천1백억원)의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형편이다.

6년전 민영화된 브리티시 에너지는 민영화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최신형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한 영국의 간판 발전회사였다. 그러나 민영화를 통해 발전산업에 경쟁개념을 도입하고 전기료를 낮추겠다던 영국 정부의 의욕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민영화 따른 과잉공급이 도산 근원**

브리티시 에너지가 이처럼 좌초하게 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지난해초 도입한 신전력거래조치(NETA) 탓이다. 영국정부는 NETA 도입으로 전력도매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에너지거래 거대기업인 미국 엔론이 지난해말 파산한 것이다. 브리티시 에너지 등 발전업자들이 생산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해온 에너지 파생상품시장이 엔론 등 에너지 파생상품 거래업체들의 파산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전력도매가는 무려 33%나 떨어졌다. 민영화에 따른 과당경쟁과 과잉공급 탓이었다. 그러나 발전업자들은 전력시장에서 과잉공급되는 전력을 되사들여 가격을 조절할 능력도 없어 소매가는 계속 떨어졌다.

6년전 민영화 당시만 해도 브리티시 에너지는 메가와트 당 27파운드의 가격을 예상했다. 그러나 요즘 전기가격은 손익분기점인 21파운드에 훨씬 못미치는 16파운드로 폭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만 4억9천3백만파운드(약9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3억파운드가 전력도매가 하락으로 인한 것이다.

9.11 테러사태 이후 까다로워진 보험업계 방침으로 보험료 부담이 커진 것도 적자 증가의 한 요인이 됐다. 보험료가 7% 인상된 것은 지금은 큰 부담이 아니다. 민영화 당시 정부와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브리티시 에너지가 감당할 보험범위는 1억2천6백만파운드로 한정돼 있고 나머지는 정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전력 등에 대한 국가보조를 금지하는 국제협정에 따라 브리티시 에너지가 감당해야 할 보험범위가 종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4억3천억파운드가 됐다.

***시장에서는 브리티시 에너지 이미 파산상태**

브리티시 에너지가 파산을 막기 위해선 최소한 올해 3억4천2백만파운드(약6천2백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1억1천만 파운드 상당의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브리티시 에너지에 대한 신용등급을 곧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서의 신규자금 조달도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브리티시 에너지가 8억5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철도 민영화 실패로 선로관리업체인 레일트랙 재국유화에 따라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 손해배상 문제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는 영국의 통상산업부와 재무부는 브리티시 에너지의 파산사태만은 어떻게 하든 피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왜 한전 민영화를 고집하는가**

영국의 전력 민영화 실패는 그동안 주로 실패사례가 칠레, 인도 등 개도국에서만 보고된 것과 달리, 민영화의 모범적 성공국가로 알려져온 영국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세계에 큰 교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민영화 당시 알짜기업이었던 전력회사가 불과 6년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1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대목은 한국전력 자회사 민영화를 앞둔 우리에게 특히 시사사하는 점이 크다 하겠다.

정부는 국민 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연내에 한전 자회사 가운데 가장 알짜기업인 남동전력을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영화의 메카'인 영국에서조차 실패한 전력 민영화 모델을 왜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가, 정부의 설득력 있는 답변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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