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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들 농간이 '전력대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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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들 농간이 '전력대란' 불렀다

<긴급 입수> FTCR 캘리포니아 전력사태 진상보고서

미국의 전력산업계는 경제 전체를 지탱하는 연간 2천억 달러의 대규모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주의 전력요금은 미국 평균보다 40%나 높았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8년 전후로 대대적인 전력 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 캘리포니아제조업협회(CMA)가 전력으로 인한 고비용이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줄곧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완화 이후 기대와는 달리 캘리포니아의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심지어 정전사태를 빚을 만큼 전력공급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같은 캘리포니아 사태를 둘러싸고 갖가지 주장이 난무했고, 정부가 한국전력 민영화를 추진중인 우리나라에서도 캘리포니아사태가 타산지석이 될 것인가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던 중 지난 1월 미국 납세소비자권리재단(FTCR)은 <사기극:규제완화로 캘리포니아는 7백10억달러(92조원)를 도둑맞았다>는 두툼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http://www.consumerwatchdog.org/utilities/rp/rp002193.pdf).

보고서의 요지는 한마디로 캘리포니아 전력난은 허울좋은 규제완화를 악용해 민간기업이 저지른 사기극에 주정부가 놀아난 꼴이라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사태는 민영화 전력회사의 업자들이 전력량이 남아도는 상황하에서도 어떻게 공급을 조작함으로써 전기요금을 폭등시켜 엄청난 초과이윤을 거둘 수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현재 한전 민영화 발전자회사 인수를 적극 추진중인 미국의 엘파소, 미란타, AES가 모두 캘리포니아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한전 민영화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핵심 불안요인이라 하겠다.
다음은 FTCR 보고서의 요지다.

***캘리포니아 사태 일지**

96년 9월: 1백8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받고 캘리포니아 의회는 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쟁으로 인한 요금인하, 소비자 선택권 확대, 품질높은 서비스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97~98년: AES, 칼파인, 듀크 에너지, 다이너지, NRG 에너지, 릴라이언트 에너지, 서던 에너지(현재의 미란트), 서모 에코텍(AES에 다시 매각) 등 에너지회사들에게 발전시설들이 분할매각되었다.

98년 3월: 전력요금은 96년 사상 최고의 요금을 기준으로 동결되었다. 2002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국 평균보다 40%가 높은 요금을 내게 되었다. 이는 소비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에너지공급업체에 대해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캘리포니아의 3대 민간전력 도매업체인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SCE),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G&E), 샌 디에고 가스 앤드 일렉트릭(SDG&E) 등은 동결된 높은 가격과 실제 전력생산 비용과의 차이를 이용해 무려 2백36억 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봤다. SCE, PG&E는각각 40억 달러씩 모기업으로 빼돌렸다.

99년 7월: 규제완화법이 정한 소비자요금 제한이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2000년 6월: 캘리포니아 전력도매요금이 고삐가 풀린듯 자그만치 3백%나 올랐다.

2000년 12월: 도매전력요금은 메가와트당 평균 1천달러에서 1천5백달러까지 치솟았다. 1999년 수준보다 무려 3천%가 높은 것이다. 그런데도 에너지기업들은 적어도 30% 인상을 하지 않으면 곧 도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00년 12월15일: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도매요금 상한선을 철폐했다.

2001년 1월16일: 에디슨이 5억9천6백만달러의 부채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었다. 에디슨과 PG & E는 더이상 전력 공급을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력생산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었다.

2001년 1월17,18일: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전력 제한공급이 실시되었다.

2000년 3월19일: 두 번째 제한공급이 남부 캘리포니아에까지 실시됐다. 소규모 발전설비업자들에게 공급회사들이 지불보증을 하고서야 이틀만에 해제되었다.

2001년 3월27일: 공공시설위원회(PUC)는 소비자요금을 다시 인상하는 법안을 발효시키면서 40%의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고의 가격인상률이다.

2002년 1월17일 현재: 1백억달러가 넘는 세금이 에너지업체들에게 흘러들어가고 두 개의 전력도매업체가 파산했다.

규제완화 이후 전력도매업체조차 파산하는 등 이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에너지 위기 일지가 작성된 배후에는 전력발전 원료를 공급하는 에너지 업체의 탐욕이 숨어있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조작한 것**

보고서는 일지에 이어 본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에너지 위기의 본질이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에너지 업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행정부는 '공급부족' 이론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너지도매업체들을 '해적'이라고 비난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에너지 위기는 공급부족이라는 논리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FTCR은 에너지 같은 공공사업에 대해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라고 단언하고 있다.

규제가 풀린 상황에서 전력회사는 더 이상 공익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 오직 주주의 이익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 경제가 거덜난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전력 수요는 결코 공급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된다. 공급을 조작했을 뿐이다.

캘리포니아 발전시설의 30%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공급조작에 나설 경우 그 파장이 크다는 것. 실제로 98~99년 캘리포니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평균가격보다 2000년 11월 무려 6백%가 폭등했다.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 운영국(ISO)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0월 '시설보수'를 이유로 에너지업체들이 발전소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진 몇 개월간에 캘리포니아 주 전력생산능력은 이로 인해 30% 감소했다.

그런데 에너지 회사들이 주장해온 공급능력 부족이 갑자기 해소되었다. 정전사태에 놀란 주정부가 도매에너지공급업자들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자마자 정전사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2001년 5월 이틀간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주의회는 재무부가 에너지도매업체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 1백34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각하는 제안을 승인했다.

2001년 봄에만 매달 10억달러씩 주정부의 재정은 고갈되었고 장기계약으로 인해 주민들은 가스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4백40억달러에서 8백60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5억2천6백만 메가와트의 전기를 2011년까지 4백억달러에 사주기로 했다.

계약은 전기값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을 때 맺어졌다. 주행정부가 서명한 계약 내용은 언론과 공화당 의원들이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인 지난해 6월에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주지사가 서명한 계약에는 고가로 전기를 사주는 것 이외에도 재무부 채권에 대한 지불보다도 전력공급회사에 대한 지불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법안 신설 등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조건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기업의 탐욕**

캘리포니아의 전력위기는 사실상 에너지 위기가 아니었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와 기업의 탐욕이 불러온 위기였다.

계약이 맺어진 후 2001년 6월 메가와트당 전력가격은 처음으로 평균 2백달러로 떨어지더니 2001년 8월 메가와트 당 평균 1백달러로 급속히 전력가격이 떨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계약 이후 정전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에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때문에 전력공급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비상사태가 예견되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2001년 여름과 겨울은 무사히 넘어가게 된 것일까.

규제완화조치로 2001년 여름 에너지산업계가 얻은 성과를 보자.

-인상된 가격으로 주정부에 1백억달러에 이르는 전력판매

-20년간 고가 구매를 강제한 장기계약

그러나 에너지 산업계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주정부의 조사: 2001년 6월 13일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에너지 회사들을 겨냥해 에너지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조사를 지시했다. 주 상원 특별소위원회도 에너지 회사들의 서류 감사에 들어갔다.

-소송:가격조작과 담합금지 규정 위반혐의 등으로 에너지 회사에 대한 소송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발이익에 대한 세금부과:우발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FTCR의 제안이 주의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주정부의 규제강화: 의회는 공공시설위원회(PUC)로 하여금 에너지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다.

- 연방정부의 규제강화:주정부의 규제완화로 책임을 떠맡게 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의 로비에 무력했다는 비난을 쏟아지면서 캘리포니아 등에서 주정부의 규제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FERC도 규제강화에 나서려 하고 있다.

-다른 주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제동

-발전소의 국유화:주의회와 행정부의 지도급 인사들은 주지사에게 발전소 공사화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력구매 국가 독점기관 설립

전력을 비싸게 팔기 위해 정전사태를 일으키는 무리수로 인해 에너지회사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우를 범한 것이다.

PC&E, 엔론의 파산 그리고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월스트리트는 충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는 '합법적인 절도'를 위해서 규제완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에너지 가격과 수익은 무한정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사태로 이 믿음이 깨진 것이다.

전력은 한나라 경제와 공공의 안전에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이윤극대화가 유일한 목적인 기업들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이 캘리포니아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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