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게 기존요금보다 4배나 비싼 전기공급을 강요한 해외발전소 회사가 부도덕한 행각끝에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횡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이 엔론은 인도에서 전력사업을 하기 위해 미국 부시 행정부를 통해 압력을 가했으며 외국자본에 의한 발전소 사업에 비판적이었던 인도 언론인을 매수하려는 시도도 전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력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엔론, 인도의 비판적 언론인 매수 시도**
이같은 사실은 미국 CBS 뉴스의 유명프로그램 '60minutes'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방송하면서 알려졌다. 이 방송을 본 프레시안 독자 박지숙씨(미국 거주)가 이 사실을 본지에 제보해와, 결코 남의 문제가 할 수 없는 인도 발전소 해외매각의 심각한 문제점을 취재하게 됐다.
CBS는 "엔론이 인도 전력사업 진출과 관련해 인도인들을 '교육'하기 위해 2천만 달러를 썼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라며 막대한 로비자금이 뿌려졌다는 것을 시사했다.
CBS는 "엔론이 부시 행정부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딕 체니 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야당 당수 소냐 간디에게 엔론의 사업에 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CBS 취재에 따르면, 인도 언론은 엔론의 전력사업 진출에 비판적이었던 인도 최대 TV방송국 지(Zee)TV의 경제담당 편집자 라그후 다르에게도 연봉 1백만 달러를 제시하며 엔론의 홍보책임자로 일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엔론이 생산하는 모든 전력을 수요와 관계없이 사들여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조건 등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다르는 CBS와의 인터뷰에서"물론, 그 제안은 입다물고 있으라는 뜻이었죠"라며 "엔론이 내건 조건이란 건방지기 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그같은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고 말했다.
***무조건 25% 수익 보장하는 기괴한 계약**
엔론은 30억 달러를 들여 인도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다브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도 정부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아냈다. 발전소 연료인 천연가스는 엔론의 계열사에서 공급받고, 인도정부는 엔론의 투자금액에 25%의 수익을 보장하는 등 사업에 따르는 모든 위험부담을 떠안는 조건이었다.
인도에는 천연가스보다 훨씬 싼 석탄자원이 풍부해 전통적으로 석탄을 발전원료로 이용해 왔다. 때문에 중동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운송해와야 하는 가스발전소를 세우겠다는 계획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CBS는 "엔론이 인도에서 펼친 전력사업은 인도정부가 입찰경쟁도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완전히 땅 집고 헤엄치기식 장사였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조차 다브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는 이 사업에 투자하기를 거부했을 정도였다. 세계은행은 "발전소와 전력생산비가 너무나 비싼데도 미국정부는 엔론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까지 냈다.
***부시정부, '발전소 허가 안하면 인도 외환보유고 바닥날 것' 협박**
엔론은 인도정부로부터 특혜를 따내기 위해 클린턴 정권시절 인도대사를 지낸 프랭크 위스너를 고문으로 채용해 인도정부 관계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인도정부의 의뢰로 다브홀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경영컨설턴트 프라듐나 카울은 "위스너는 인도가 엔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인도에는 외자와 현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이같은 협박을 한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했다"고 털어놓았다.
카울은 "위스너가 미국의 기업들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CBS의 질문에 대해 "인도에는 다른 미국기업들도 있지만 위스너는 오직 엔론과 다브홀 프로젝트만을 위해 일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인도정부가 엔론의 사업을 승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 정부가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인도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엔론, 인도정부에 수십억달러 구제금융 요구하기도**
다브홀 발전소는 그러나 결국 이 발전소를 세운 인도의 마하라슈트라 주 전력회사가 엔론에 대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게 되면서 폐쇄되었다. 수요와 관계없이 엔론에게 25%의 수익을 보장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은 이 과정에 인도정부에게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부시행정부에게도 이 문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엔론특별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엔론의 파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CBS는 "아직도 인도에 대한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인도대사인 로버트 블랙윌은 두달 전에도 인도가 엔론에게 진 빚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라그후 다르는 "우리가 본 것은 미국 기업문화의 악마적인 측면이었다. 미국의 수준높은 문화를 기대했기에 더욱 슬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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