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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발전소 해외매각 반대 폭동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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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발전소 해외매각 반대 폭동 발발

페루정부 비상사태 선포, 우리도 해외매각 신중해야

정부가 전력, 가스 등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던 남미 페루에서 폭동사태가 발생해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 주 페루 제2의 도시 아레키파에서 폭동이 발생해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이 폭동 진압을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아레키파 주민들은 시내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 건물들과 은행들의 유리창을 부수고 공항을 폐쇄하는 등 격렬한 소동을 벌여 최루탄에 맞은 청년 1명이 죽고 2백명이 다쳤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자 페루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발전소 두 곳 해외매각에 반발, 폭동 발발**

폭동 발발 원인은 아레키파와 페루 남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발전소 두 곳의 해외매각이었다. 페루 정부는 지난 14일 1억6천7백만달러를 받고 두 발전소를 매각했다. 입찰자는 세계 5위의 민간전력 공급업체인 벨기에의 트락테벨 단 한 곳뿐이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지난 19일 페루 정부와 트락테벨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으며, 페르난도 로스필리오시 내무장관은 사임했다. 페루 정부는 "본의 아니게 아레키파 주민들을 모욕했다면 죄송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10년 독재정치를 끝내며 집권한 톨레도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취임 11개월만에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아레키파와 페루 남부지역은 지난해 대선에서 톨레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곳이며, 아레키파의 후앙 마누엘 길렌 시장은 한때 후지모리 전대통령 반대진영에 섰던 톨레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레키파의 폭동은 페루뿐 아니라 남미 전역에 걸쳐 두 가지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소외감과 민영화 및 외국투자자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다. 2년전 볼리비아의 코카밤바에서도 수자원회사 매각건을 따낸 외국 컨소시엄을 폭동으로 쫒아낸 바 있다.

***IMF 압박으로 해외매각 강행**

아레키파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 시절 권력의 중앙집중화 정책과 수도 리마 위주의 재정지출, 이 도시의 낙후된 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무역개방 등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도시의 은행과 양조업체들은 타 지역 업체들에게 넘어갔고 많은 산업들이 리마로 근거지를 옮겨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설비 매각에 대한 반대가 압도적이었으나, 페루 정부는 "자산매각으로 7억 달러를 조성해 올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발전설비 매각을 강행하다가 끝내 폭동에 직면한 것이다.

발전설비 민영화 작업 책임자는 "페루에서 민영화는 이미지가 매우 나쁘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후지모리 대통령 시절 민영화로 90억 달러를 조성해 빈곤퇴치사업과 부채를 갚는 데 각각 18억달러씩 투입하고 20억 달러는 연금유보금으로 충당하는 등 공공이익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지만, 무기 구입에 사용한 15억 달러 중 상당한 금액이 후지모리 대통령의 외국은행 구좌에 리베이트로 빼돌려진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페루 국민들 대부분은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민영화는 부패와 이용요금 인상, 실업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입으로 두 말 한 톨레도 대통령**

이코노미스트는 또 "민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 것은 각국 정부가 민영화의 이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페루에서 전력민영화가 시작된 것은 1993년부터이다. 당시 페루 정부는 민영화가 되면 초기에는 정부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요금이 인상되지만 차츰 떨어질 것이며, 민영화된 회사들의 투자확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1994년부터 민영화된 전화산업의 경우 민영화가 되면서 종전에는 전화 한 대를 놓으려면 33개월이 걸렸던 것이 지금은 며칠밖에 걸리지 않으며, 민영화후 전화선이 3배나 증가했는다는 점 등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민영화는 이용요금 인상, 실업 등을 초래했고 그 결과 민영화에 대한 페루의 국민여론은 급속히 악화되면서 끝내 폭동이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톨레도 대통령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페루의 경제회복에 기여를 했다"면서 "그러나 발전시설 매각이 무산된다면 톨레도 정부는 타격을 받고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톨레도 대통령은 지방 기반시설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수많은 공약을 했으나 민감한 문제, 예컨대 민영화 같은 경우 유권자들에게 한 말과 뉴욕의 투자자들에게 한 말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때문에 아레키파는 톨레도를 허풍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세기간 중 톨레도 대통령은 "아레키파의 발전회사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주었다. 그러나 페루의 취약한 경제상황으로 이를 뒤집자 그의 지지자였던 길렌 시장조차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연내 매각 여부 불투명**

이같은 페루 사태는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IMF의 주문에 따라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부문의 해외매각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을 전후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미국 엑슨모빌, 북미 최대 천연가스 추출회사인 미국 미란트, 세계 5위의 민간 전력공급 업체인 벨기에 트락테벨 등은 CEO 등 관계자들의 내한해 적극적인 물밑 작업을 벌였다. 이밖에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엘파소,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파워 등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우선 매각대상인 한전의 5개 화력발전 자회사의 경우 6월중 자문사 선정, 9월 1개 매각 발전사 선정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권 말기의 레임덕(권력누수) 등을 고려하면 연내 매각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페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면 국민들에 대한 설득작업과 민영화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가능한 한 이 또한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할 과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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