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린스펀의 마술도 한물 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린스펀의 마술도 한물 갔다"

월가의 신뢰붕괴, "그린스펀은 타이타닉호 선장"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그동안 금융시장의 절대신뢰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런스펀이 16일 미국 상원, 17일 하원을 잇따라 방문해 "미국 경제 전망이 밝다"는 요지의 같은 연설을 반복했음에도 월가로부터 "그린스펀의 약발도 이제 한물 간 게 아니냐"는 심드렁한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린스펀의 마술은 한물 간 마술"**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주가하락 저지에 약발 잃은 부시, 그린스펀'이라는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최근 두 차례의 연설을 했어도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1930년대 이후 사상 최대의 개혁적 회계법안을 의회가 서둘러 내놓았어도 시장의 심리를 개선하는 데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린스펀의 올드 매직(old magic:한물간 마술)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못된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뉴욕본사의 수석경제학자 데이비드 위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표현했듯 "부시가 연설할 때마다 주가는 1백포인트 빠지는 식"이다. 민주당의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이 "당분간 대통령이 연설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비꼬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그린스펀도 더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16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연쇄적인 기업회계부정 스캔들이 주식시장의 폭락을 초래했고 이 때문에 경제회복의 필수요소인 소비지출 및 기업투자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기업비리 추가폭로 가능성,국제정치정세의 변화와 테러로 인한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앞으로 몇주사이에 회계부정 스캔들이 추가로 터져나올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이런 난제에 따른 후유증이 조금 더 지속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게 되고 미 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패턴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낸 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의 2.5∼3%에서 3.5∼3.75%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인플레 압력도 완화돼 소비자물가(GDP디플레이터)는 1.5∼1.75%선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제기된 부동산 거품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경제는 끄떡없으니 안심하고 주식투자를 계속하라는 메시지였다.

***"주가회복은 반짝장세, 그린스펀 연설과는 무관"**

하지만 그린스펀이 상원에서 연설한 16일 다우지수는 166.08포인트 하락하는 등 S&P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다. 하원에서 연설한 17일에는 일부 대기업들의 2.4분기 실적 발표가 좋게 나오면서 3대 지수가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것이 그린스펀 연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와초비아 증권의 마이클 머피 주식팀장은 17일 AP와의 인터뷰에서 "반짝장세일 뿐"이라며 "사람들이 수건을 다시 던졌다. 향후 장세를 밝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다우지수가 한때 2백50포인트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주가상승 여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투자자들이 주가가 대폭 떨어진 주식이나, 스톡옵션의 비용처리 방침을 발표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은 데다가 2.4분기 실적이 15% 증가한 코카콜라 등에 대해서만 선별적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주식을 보유한 가정은 사상 최대수치인 60%에 달한다. 그러나 10년전 기대와는 달리 돈에 쪼들리는 미국인들은 더 많아졌다. AP는 "정치인들과 많은 경제분석가들은 신뢰상실이 확대되면서 또다시 불황에 빠져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백년동안 증시가 혼란해진 상황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없어"**

증시침체와 이를 부추긴 기업분식회계 사태는 벌써부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었다. 또한 2004년 대선과 관련해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1백년 동안 증시가 이처럼 혼란해진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한번도 없었다"는 대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리언 파네타는 "신뢰상실은 기존의 분식회계사태와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적으로 부시정권이 타격을 입을 것인지 여부는 지금 중요치 않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경제대통령인 그린스펀의 발언조차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대목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은 타이타닉호의 선장"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린스펀의 위기야말로 지금 위기에 직면한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초상인지도 모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