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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야말로 분식회계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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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야말로 분식회계의 원조"

뉴욕타임스ㆍ워싱턴포스트, 부시 대통령에 십자포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과거 기업인 시절 저지렀던 분식회계, 내부자 주식거래 사실들이 미국 양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폭로되면서, 부시가 집권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부시의 분식회계 행위를 가장 먼저 끄집어낸 것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 린스턴 대학교수였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석학인 크루그먼 교수가 이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것은 부시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몇몇 고약한 사람들 때문에 자유시장체제 전체가 더럽혀질 수는 없다"며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은 다시는 기업의 고위직을 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라디오 연설을 듣고 분노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크루그먼, "부시와 체니야말로 기업 부정행위 추적의 최적격자"?**

크루그먼 교수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현 미국의 행정부는 기업 부정행위를 추적하는 데는 전무후무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그 이유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야말로 기업의 부정행위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크루그먼은 "부시 대통령이 1989년 하켄 에너지의 이사회 재직시절에 내부자 주식처분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즉각 보고하도록 돼있는 규정을 어기고 34주 뒤에야 이를 보고했다"면서 "당시 SEC 내부 메모는 그가 법을 어긴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그후 어떤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 3월4일자 기사를 인용하면서 "1989년 부시는 하켄의 이사회 멤버 겸 회계감사 위원이었으며 부시가 이러한 지위와 하켄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게 된 것은 부시가 최고경영자로 있으면서 막대한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던 소규모 에너지업체 스펙트럼 7에 하켄 에너지가 2백만 달러를 제공한 뒤였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같은 해 부시가 하켄의 이사회 멤버 겸 회계감사 위원이 된 후 하켄은 적자를 보고 있으면서도 자회사 알로하 석유를 '허위거래'로 매각한 대금을 이익으로 계상해 적자를 감추었다"는 지적도 했다. 당시 알로하 석유를 사들인 이는 하켄이 구입자금을 제공한 하켄 내부자들로 밝혀져, SEC는 이것을 허위 거래로 판정해 1989년 실적을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SEC의 이같은 제재조치가 있기 직전에 부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켄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으며, 그후 적자를 기록했다는 공시가 나가자 하켄의 주가는 폭락했다. 한마디로 말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혐의가 짙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부시는 상습적인 내부거래자"**

이같은 기사가 나가자 부시 진영은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크루그먼 교수의 칼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2일 "내가 한 일은 충분히 밝혀지고 조사되었다"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나 "폴 크루그먼 교수가 폭로한 부시의 거래행위는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주식시장을 폭락시킨 엔론 등 여러 기업들이 행한 분식회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진영을 더욱 당혹케 한 것은 뉴욕타임스와 쌍벽을 이루는 워싱턴포스트의 추적 폭로였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평소 팽팽한 라이벌 관계에 있으나, 워터게이트 사건 등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서로가 상대방 기사를 받으면서 새로운 뉴스를 찾아내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에 부시가 두 거대 신문의 '십자포화'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3일(현지시간) "1991년 SEC 기록에 따르면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 선거전에 사업거래 내역을 제때에 보고하지 않은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보도했다.

SEC의 기록에 따르면, 부시는 텍사스에 석유가스 시추업체인 하켄 에너지 이사로 있을 당시 총 1백만달러에 달하는 4차례의 주식 거래 사실을 8개월이나 뒤늦게 SEC에 보고했다.

특히 부시의 주식거래가 문제가 되는 점은 하켄이 막대한 적자를 냈다는 실적 발표를 하기 전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하켄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는 '내부정보이용 거래혐의'다. 하켄의 실적 발표 직후 하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990년 6월22일 부시는 21만2천1백40주의 하켄 주식을 84만8천5백60달러에 팔았는데, 2.4분기에 2천3백2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는 하켄의 실적발표는 그해 8월20일에 나왔다. 실적 발표 직후 하켄의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으며, 당시 SEC는 "부시의 주식매각은 조사대상"이라고 규정했었다.

당시 부시는 하켄의 회계감사위원이었다. 부시의 주식매각은 매각 시점으로부터 34주가 지난 1991년 3월4일에 SEC에 보고되었다.

***속속 드러나는 부시의 과거 불법행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자,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3일 "1992년 SEC기록에는 '우리의 조사 결과 비공개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시는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에 관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적혀있다"며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반박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의 홍보담당관 댄 바틀렛은 "적자가 났다는 정보는 하켄의 경영진만 알 수 있는 것으로 부시는 당시 경영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이같은 백악관의 해명을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SEC 기록에 따르면 부시가 경영진으로 있던 다른 3개의 업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첫번째, 부시는 하켄 자회사인 테자스 파워의 이사였으나 SEC에 신고된 이사는 아무도 없었다.
두번째, 부시는 1984년 럭키 챈스 광산의 이사이자 주주였다는 사실을 3일 뒤늦게 밝혔다 .
세번째, 부시는 영화제작파이낸싱 계약담당책임자로 이에 필요한 소유자 현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 계약 주체는 부시의 예일대 동창으로서 절친한 친구인 롤랜드 베츠가 설립한 실버 스크린 매니지먼트에 속한 것이었다.

또한 1991년 9월 제출된 SEC 메모에 따르면, 부시는 1986년 11월 하켄의 이사가 되었으며 1백2만8천9백35달러에 달하는 4개의 주식거래에 대해 보고서를 늦게 제출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86년 11월 21만2천1백52주의 주식을 취득하고 17주 늦은 1987년 4월17일에 보고했으며, 1986년 10월 9만6천 달러 상당의 옵션 행사를 15주 늦은 1987년 4월22일에 보고했고, 1989년 6월 8만 4천3백75달러 상당의 옵션 행사는 15주 늦은 1989년 10월23일에 보고했다.

***민주당, 대대적인 反부시 공세 개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당연히 야당인 민주당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3일 "당시 미진했던 부시에 대한 수사로 인해 최근 투자자들의 신뢰를 위축시킨 엔론, 월드콤과 같은 일련의 회계조작 사건을 잉태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변인 제니퍼 팔미에리는 "하켄 에너지 사건이야말로 엔론사태의 원조"라고 지적하면서 "부시 대통령과 현재 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핼리버튼의 CEO를 맡았던 딕 체니 부통령이야말로 기업의 회계부정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올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같은 공격을 야당의 상투적 정치공세라면서 불을 끄려고 애쓰고 있지만, 미국 정계 관측통들은 "주식회사 미국을 붕괴시킨 주범이 부시"라는 주장에 대해 현재 공화당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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