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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가폭락으로 세계경제 '장기불황' 돌입"

연이은 비관적 시나리오, "미국, 개혁주체마저 없다"

미국의 분식회계사태에 따른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세를 두고 경제분석가들의 이론이 분분하다. 한바탕 격랑이 지나간 뒤 다시 주가가 오른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9.11테러로 9500선으로 폭락했던 다우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라던 9000선 아래로 추락한 데 이어 11일(현지시간) 8800까지 폭락하자, 월가에서는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는 분위기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찌감치 최근 미국 증시와 경제상황을 "미국의 '10년 호황'에 이은 '10년 침체'의 신호탄"으로 규정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모건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도 "미국 증시의 심리적 지지선인 S&P500지수 1천선 붕괴는 침체로의 회귀를 예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마침내 미 금융당국조차 비관론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FRB) 총재는 11일 "주식시장 매도세로 향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면서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매도세가 기업 투자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스티븐 킹의 '장기불황 돌입 시나리오'**

이는 전날인 10일 홍콩상하이은행(HSBC) 런던본부의 글로벌 분석가 스티븐 킹이 내놓은 '비관적 시나리오'를 정부측 인사가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돼, 스티븐 킹의 주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킹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와의 인터뷰에서 "주가 폭락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산이 대폭 감소한 탓에 세계적인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불확실성과 기업의 부패에 충격을 받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과 현금으로 몰려가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주식에 등을 돌리면 주식시장은 기업의 공격적 경영에 필요한 자금공급원 역할을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소비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보고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는 것도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월가의 일부 낙관론자의 주장에 대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활황뒤 폭락장세는 1929년 세계대공황 및 1990년대 일본의 장기복합불황과 비교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킹의 분석에 따르면, 1929년 세계대공황 당시에도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는 투자자들과 소비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장기간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주가가 고점을 회복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다우존스 지수는 192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25년이 걸렸다. 또한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1989년말 38915을 기록한 이후 12년이 넘은 지금에도 아직 10600선에 머무르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오래가면 저금리 정책도 과거처럼 약효를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1970년대만 해도 금리인하 이후 18개월이 지나 주가가 상승했다. 그러나 2001년 1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하한 이후 S&P 500지수는 도리어 21%나 떨어졌다.

스티븐 킹은 앞으로 스티븐 로치가 줄곧 예상해온 '이중 침체형(더블 딥)'형태의 불황보다는 경제성장 속도가 하향추세로 굳어지는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2.8%, 내년에는 3.3%로 전망하며 "이러한 수치가 별로 나쁘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1990년대는 대체로 4%선였다는 점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총체적 위기, "미국에는 개혁주체가 없다"**

이같은 장기불황 진입 시나리오는 요즘 미국의 상황을 보면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현재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S&P 500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라는 1000선마저 깨고 5년래 최저치인 920선으로 폭락했다. 나스닥 지수도 1300선으로 역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도 9개월만에 최저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11일 "연례보고서를 통한 투명경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독립적인 이사회, 객관적인 외부기관의 회계감사 등 주식회사 미국을 지탱하는 3대축이 모두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3위의 제약업체 머크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에도 분식회계 사건은 매일같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이 지난해 10억 달러의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미국 제4위의 지역전화회사 퀘스트커뮤니케이션은 매출 분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뒤 자사주를 매각해 1억3천만 달러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본사 소재지인 콜로라도 검찰이 형사사건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는 개혁주체가 없다"는 절망감까지 가세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자체가 분식회계와 기업부정행위의 원조라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하켄에너지 이사 재직시 주식 내부자 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18만 달러를 저리로 융자받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딕 체니 부통령도 석유시추업체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 있을 당시 4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부풀려 주주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로 제소를 당했다.

미국주가 폭락에 따른 비관적 시나리오가 한낱 소설이 아니라는 심증을 굳게 하는 총체적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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