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안개 공황'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안개 공황'

한국 기업들이 살 길은 '안개 속 등대'

'주식회사 미국'의 추악한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분식회계기업 명단이 업종을 불문하고 매일같이 터져나오고 있다.

2일 새로이 '분식회계의 도마'위에 오른 기업은 미국 3위의 제약업체인 머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이자, 존슨 앤 존슨에 이에 이어 미국 3위의 제약업체인 머크의 제약수입 관리회사인 자회사 머크-메드코는 2001년 한 해에만 무려 46억달러나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에 따라 머크의 주가는 급락했고 머크-메드코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머크의 계획은 두 차례나 IPO가 연기되면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던 머크마저...**

머크측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회계감사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제약회사와 소비자가 의료보험제도에 따라 처방전마다 10~15달러씩 내는 공동분담금을 매출로 잡는 것에 동의했다"며 "이런 관행은 미국의 일반회계원칙에 벗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4백77억달러의 매출에 따른 73억 달러의 지난해 순익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머크의 경쟁사들은 이같은 거래를 매출로 잡지 않고 있다.

머크의 분식회계 의혹은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의 화이트하우스 스테이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머크야말로 1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자부심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한 머크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도덕성을 충족시키는 몇 안되는 대기업으로,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대표적 다국적기업으로 대접받아 왔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천>의 경우 경쟁사보다 두 배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에이즈, 골다공증, 고혈압, 심장혈관제 등 주요 전문의약품에서 신약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머크를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7년 연속 선정하기도 했다.

머크는 지난 94년에는 100% 출자로 한국 현지법인 MSD를 설립,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과시해 왔다.

***EDS, AOL타임워너, IBM, 비방디도 줄줄이 의혹설에 휘말려**

2일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린 기업은 머크뿐이 아니다.

이날 세계 2위의 IT서비스업체인 일렉트로닉 데이타 시스템즈(EDS)도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18.06%나 폭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EDS가 매출과 현금보유량을 실제보다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1.4분기의 경우 실제보다 매출이 2% 이상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분식회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거의 패닉(공황) 수준이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 제기돼도 해당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런 대표적 기업이 AOL타임워너와 IBM이다. 빈번한 합병 과정에서 매출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2일 각각 주가가 8.16%, 6.11% 하락했다.

세계 2위 미디어기업으로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프랑스계 비방디유니버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도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비방디는 영국의 유료 TV인 비스카이비 지분 매각을 계상하면서 2001년 순익을 15억 유로나 부풀렸다고 르 몽드가 보도, 2일 주가가 25.5% 폭락했다. 무디스는 비방디의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투기채권) 수준으로 강등했다. 비방디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도 20%나 폭락했다.

이처럼 '안개 공황'이 뉴욕을 강타하면서 2일 나스닥지수는 1400선이 붕괴됐고, 다우지수도 9000선을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9.11테러때(1,460.7)보다 더 낮은 수치로 3분기 주가로는 5년래 최저치다. 분식회계 사태가 9.11테러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안개 공황'**

월가의 투자전문가들은 "비방디의 분식회계의혹에서 보듯 이제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같다"며 작금의 상황을 '안개 공황'이라 명명하고 있다.

이같은 표현이 과장도 아닌 것이 GE, GM, IBM, 제록스 등 '미국의 자부심'으로 불렸던 대기업들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주식회사 미국'을 분식회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시발점이 된 엔론을 비롯해 월드컴, K마트, 글로벌크로싱 등 10여개 회사는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 일보 직전에 와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상장기업 5개중 1개꼴로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분식회계 사태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는 더이상 미국을 세계표준으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며 글로벌스탠더드의 탈(脫)미국화를 예상했다.

***"한국, 안개 속 등대가 되는 길만이 살 길"**

이같은 미국의 위기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위기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명성 지수도 그다지 높지 못한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각국의 투명성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얼마 전 "한국이 싱가포르 수준으로 투명성을 개선하면 연간 1백23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이 돈이 우리나라 등으로 흘러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 정도를 갖고는 이들 자금을 유혹할 수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생존 차원에서라도 투명성을 높여야 할 절대호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분식회계 쇼크를 계기로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르는 잣대는 투명성 지수가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서둘러 소유와 경영의 분리, 합리적 기업지배구조 건설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범세계적인 안개 공황 하에서 '안개 속 등대'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