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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재협상과 포기 사이에서 갈팡질팡

재협상 의지는 분명, 당장 협상할 생각은 없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협상 결렬을 공식선언한 뒤 시장의 상반된 반응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는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하이닉스 인수협상 철회 발표와 이에 따른 시장점유율 부진전망 등의 이유로 또다시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장초반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이후 계속 약세를 이어가면서 결국 전날에 비해 1.34달러(5.43%)나 급락한 23.36달러에 장을 마쳐 하루만에 다시 23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주가는 급락하는데 신용등급은 오르고...**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달 30일 하이닉스 인수 무산 소식으로 인해 무려 10.40%나 급락한 뒤 지난 1일에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 전망 및 하이닉스 인수 협상 재추진 가능성 등으로 24.70달러까지 회복했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 무산으로 인해 마이크론의 올해 시장점유율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지난달 23일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해 마이크론의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했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일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협상 철회 발표 직후, 마이크론의 기업신용등급을 종전의 'BB-'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S&P는 또 마이크론은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신용등급전망도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S&P는 "마이크론의 기술기반과 낮은 생산비용, 보수적인 재무관리 등은 현재의 신용등급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며 "다만 D램 시장 상황이 앞으로 수 분기동안 악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신용등급 상향은 다소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아직 하이닉스에 대한 미련 못 버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자 마이크론측은 내심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P 주문대로 하이닉스 인수를 깨끗이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하이닉스 인수 재협상을 벌여야 할 것인지, 과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일 마이크론의 협상참가자들이 "하이닉스의 전문적이지 못한 협상전략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WSJ에 따르면, 마이크론측 관계자들은 하이닉스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협상이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이닉스에는 협상을 타결시킬 만한 인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이 다시 하이닉스의 매각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AWSJ은 전했다. AWSJ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당초 하이닉스 인수건이 성사됐을 경우 주가가 최고 50달러선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타결무산 직후 10% 이상 급락해 현재 25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대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2일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의 협상철회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경영진 일각에서는 재협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론의 킵 베다드 부사장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메릴린치증권 주최 기술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초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2003 회계연도까지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요컨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전세계 D램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함으로써 현재 2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 대한 미련 표명이다.

그는 또 하이닉스와의 추가협상 가능성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대해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아직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이닉스 노조, 재협상 벌이면 진념 후보 낙선운동**

마이크론의 이같은 메시지는 국내 채권단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3일 마이크론의 협상 철회 발표가 완전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을 당장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3일 "마이크론의 발표 이후 재정자문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를 통해 확인한 결과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의 협상을 철회(withdrawal)한다고 말한 것은 종결(termination)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마이크론측에서 철회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상 협상을 당장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 해외매각 협상 재개는 그러나 마이크론의 복잡한 내부사정 외에 국내 상황때문에라도 쉽게 재개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하이닉스 경영권 장악을 위해 감자후 출자전환을 하는 데도 최소한 두달 이상 걸리며, 현재 하이닉스 노조와 소액주주들의 재협상 추진 반대 입장도 단호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하이닉스 노조는 2일 정부와 채권단의 재협상 추진 움직임이 알려지자 성명을 통해 재협상을 강행할 경우 '정치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말하는 정치 투쟁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의 여당 후보 낙선 운동으로 해석되고 있어, 현재 경기도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이닉스 처리 방안은 조속한 시일내에 가시화되기 힘들며, 결국 하이닉스 독자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바로미터가 되는 향후 반도체 D램 가격추이가 핵심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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