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와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간 제휴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2개의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나와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하이닉스에 여신이 많은 외환은행과 한빛은행을 사실상 거명한 것으로 두 은행의 대외신인도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는 것인 동시에, 협상대상인 마이크론에 우리 정부 및 채권단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10일 금융감독위원회가 인터뷰에서 “하이닉스 반도체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실패한다면 한국의 은행들의 붕괴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부실채권이 청산되어야 할 경우 두 개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고 파산할 은행들의 숫자까지 언급했다.
FT는 외환은행이 하이닉스의 주채권자이며 대부분의 한국 은행들이 하이닉스의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파산할 위험에 처한 2개 은행중 하나가 외환은행임을 강력시사했다. 다른 하나의 은행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하이닉스 최대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하나는 한빛은행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금감위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외환.한빛 등 해당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고, 금융계에서도 금감위의 신중치 못한 발언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와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끌려가는듯한 일방적 협상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이 싫다면 중국에라도 팔 수 있다는 고도의 협상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에 정부는 마이크론이 아니면 우리는 죽는다는 식의 투항식 협상을 구사해 도리어 민간부문의 협상을 방해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발언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같은 금감위의 반응은 마이크론측 협상단이 서울에서 하이닉스 반도체 관계자들과 합병이나 제휴 등 가능한 방안에 대해 1주일간 회담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 나온 것"이라고 밝혀, 정부가 사실상 마이크론에의 저가 매각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