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사회의 부결로 좌절된 하이닉스 해외매각이 재추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매각 재협상 의지를 밝히고 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아직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현재 채권단이 확보하고 있는 2조9천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해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마이크론과 재협상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마이크론에서 재협상 요구하면 거부할 필요 없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일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 이사회의 매각 양해각서(MOU) 부결과 관련, "정부로서는 유감스럽고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조속한 시일내에 처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 부총리는 마이크론과의 재협상 등 해외매각 재추진 여부에 대해 "해외매각이 최선이기 때문에 협상이 4개월이상 계속된 것 아니냐"고 반문해 마이크론과의 재협상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그는 "마이크론 측에서 재협상을 요구해올 때는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이닉스반도체의 향후 처리와 관련,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가하다는 전제가 서면 신규 자금지원은 안되는 것 아니냐"면서 "기존부채 탕감도 신규지원에 포함된다"고 말해 앞으로 하이닉스 독자생존의 필수조건인 신규자금 지원이나 기존부채 탕감조치를 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시사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하이닉스 이사회의 부결 처리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며 "하이닉스를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위원장의 발언은 하이닉스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한빛은행 등도 하이닉스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마이크론, "추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자리잡고 있는 마이크론 본사는 이날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표, "양측간 MOU(양해각서)가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부결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따라서 MOU의 효력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숀 마호니 대변인은 그러나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즉각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숙고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MOU가 가결됐다면 마이크론의 생산비용을 상당히 줄이는 효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재협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이크론측은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인터뷰에서 "추가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끝났다고 말하나, 분석가들은 한국정부가 협상을 재개시키기 위해 (하이닉스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의 이같은 재협상 의사는 하이닉스 이사회의 MOU 부결소식이 알려지면서 30일(뉴욕 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가 10.4%나 폭락하는 등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감자후 출자전환, 경영권 장악**
이같은 정부와 마이크론의 입장을 볼 때, 매각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이번 이사회 부결이 박상우 사장과 전인백 부사장의 '독자생존론'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영진으로는 매각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기존주식의 감자후 기존채무를 출자전환해 경영권을 장악, 재협상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단은 현재 하이닉스 감자비율을 13.5 대 1로 잠정확정지어놓은 상태이다. 이렇게 감자가 단행될 경우 현재 하이닉스 주식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6% 안팎으로 줄어들어 하이닉스 매각을 저지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과연 마이크론이 재협상에 응할지는 모르겠으나 재협상 의지를 보인다면 기존주식 감자후 채권단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협상을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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