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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후계자를 키우겠다"

<CEO 코너> 김정태 행장 CEO 포럼 강연 전문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CEO포럼 제2차 정책세미나에 초청강사로 나와 '21세기 CEO의 역할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포럼에는 남승우 풀무원 사장, 신재철 한국 IBM 사장,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등 CEO포럼 회원들과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장 등이 참석해 김 행장 강연을 들은 뒤 활기찬 토론을 나눴다.

이날 강연에서 김 행장은 특유의 독설로 최근 일부 은행들이 전직행장을 이사회 회장으로 임명하는 '옥상옥'을 만드는 행태를 비판하는 등 아직까지 선진금융과는 거리가 있는 국내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또 아직 자신의 임기가 2년반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후계자를 양성하겠다"고 선언,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이밖에 최근 거품을 우려해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는 정부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정태 행장의 이날 강연내용 전문을 소개한다.

***'CEO의 역할과 사명' 강연 전문**

증권사에 있던 시절 나는 주주 보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시는 지배주주, 대주주를 위해 일한다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 과거 상장기업들이 소액 주주에 대해 "3년내 배당을 하겠다"는 식으로 약속했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유상증자를 많이 했다. 배당하지 않는 기업은 증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

지금까지는 1인 지배주주를 위해 일한 CEO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CEO이자 대주주인 입장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 주주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70%가 외국인 주주지만 지배주주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CEO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 CEO의 결정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MF 이후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가계 대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같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상장기업의 40%가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기업들에게 돈을 대기보다는 가계 대출이 더 낫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돈을 안주고 왜 가계에 주느냐고 정부 등에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도 가계 대출을 많이 해준 탓이라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안맞는 탓에 발생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가계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CEO로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다. 가계대출은 아직 위험한 수준에 이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주택담보 대출은 현실적으로 제일 안전하다. 가계대출은 현재 론 투 밸류(Loan to Value)가 평균 35%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30조원 더 늘려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신용부문은 연체율이 가장 낮다. 신용카드 부문에서 길거리에서 신규 카드를 모집하다보니 말썽이 생겼다. 카드 고객의 질을 따지지 않다보니 10장 팔아 2장만 건져도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한 도시 전체에 카드를 마구 뿌린 적도 있다.
이제 우리 은행은 카드 신규 발행과 교체 발행시에 스코어링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럴 때 CEO가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국가적인 문제와 연결시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조사결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다. 그렇다면 CEO로서 밀고 나갈 뿐이다. 틀리면 우리 회사 운명이 달라질 것이고, 맞다면 잘 될 것이다.

내가 은행장이 되면서 CEO로서 처음 강조한 것은 투명성이었다. 다음에 집착한 것은 '지배구조'였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당시 내가 내건 사외이사 조건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우리 은행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중요한 조건으로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분이라도 우리 은행을 위해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간을 낼 수 있고 우리 은행업무에 대해 알아야 제대로 사외이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되신 분들에게 2~3일간 업무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새로 3명의 사외이사를 뽑았는데 이분들에게도 이번 주말 제주도에서 1박2일간 업무 연수를 할 것이다.

직원들조차 "사외이사가 우리 은행업무에 대해 잘 모를수록 좋은 게 아닌가"라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사외이사가 우리 업무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사회 규정에 사외이사가 은행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면 즉각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사외이사가 자료를 보고 잘 모르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비용도 회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99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당시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이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SK가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 정보를 제공해도 떠들썩했는데, 나의 경우는 너무 진도가 빠르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이사회의 80%를 사외이사로 채웠다. 현행법에는 사외이사 임기가 1년으로 되어 있다. 이래서는 사외이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경우 10년을 보장한다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연령도 70세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외이사는 현직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사의를 표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외이사활동에 대해 평가를 하기 위해 1년마다 사외이사끼리 상호평가를 하도록 했다. 출석상황과 사전준비도 등이 평가항목이다. 점수가 낮으면 물러나야 한다. 70점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은행에서 상호평가 결과를 통보한다. 이렇게 해서 그만둔 이도 있다. 그 분의 경우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들었던 것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사외이사가 훌륭해도 은행에서 연수를 시키지 않으면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주택은행이 '지배구조 우수 기업'상을 받았을 때 모든 기업들에 대해 평가를 해서 우수한 기업들에게는 금리를 우대해 주겠다고 주장했었는데, 재경부에서 '평가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흐지부지된 적도 있다.

지배구조 개혁에 우리 은행이 앞장서려고 하고 있다. 현재 이사 14명 중 외국인이 4명이다. 앞으로 외국인을 더 많이 쓰려고 한다. 여성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비율을 높일 생각이다. 외국인 상임이사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교수는 사외이사로 쓰지 않으면 좋겠다. 고위공직에 있던 분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도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년까지는 사외이사 중 10%를 주주 추천으로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에서 직접 주주가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주추천제도를 없애기로 법을 바꾸었다. 이사회에서 모든 사외이사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의 전횡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어, 외부에 계신 훌륭한 분들로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생각도 갖고 있다.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혁과 함께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후계자 양성 또는 후계자 선정 문제다. 내 임기가 끝까지 간다면 앞으로 2년반이 남았다. 빨리 후계자를 정해야 한다. "두 은행 통합이 잘 안된다면 외부에서 영입하겠다"고 천명했다.

현재 은행장의 평균 나이가 54세다. 내가 세 번째로 고참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5년만에 최연소 행장에서 최고참이 되었다. 김승유행장과 이인호 신한은행장까지 그만두면 내가 최고참이 되는 셈이다.
세상이 이처럼 빨라졌다. 은행장으로서 나의 재임기간이 6년2개월이 된다. 후계자를 제대로 선정해두면 이러한 격변기에 그나마 은행장으로서 제대로 일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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