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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의 "정승처럼 돈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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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의 "정승처럼 돈 쓰는 법"

스톡옵션 절반 사회 환원, 4일 발표

한국 최고의 장사꾼’ 김정태 행장이 4일 한국사회에‘정승처럼 돈 쓰는 법’을 가르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터져 나오던 이용호게이트, 진승현게이트 등 각종 정경유착 스캔들로 사회 분위기가 더없이 암울한 시점이다. 두 사람이 모이기만 해도 “나라가 도대체 어찌 될려고 이러냐”는 개탄이 주류를 이루는 때이다.
그런만큼 이날 김행장의 '돈 쓰는 법' 실천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행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스톡옵션 절반 사회환원 발표문’을 통해 자신이 주택은행장 재임 3년간에 벌은 스톡옵션중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문에서 그동안 온갖 질시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았던 자신의 심정의 일단을 담담히 토로했다.

***"한국에도 카네기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IMF를 겪어야 했다는 사실은 금융인 모두에게 수치였다. 내가 맡은 행장이라도 바로 세워야 하겠다는 심정으로 대우여신을 가차없이 회수하였고, 근 3천명에 이르는 직원을 감축하였다.

직원들을 감축시킬 때에는 비록 머리로는 이것이 최선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찢어지는 가슴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그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을 수없이 자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영인의 길을 걸으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사표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겠다는 마음 자세를 늘 간직하고자 하였다. 부모가 재벌이 아니더라도, 굳이 투기나 탈세를 하지 않더라도 정당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큰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도 록펠러가 있고 카네기가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때로는 아집이나 호기를 부리기도 하였다.

나는 나의 기여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또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된 이웃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으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없겠다. 그래서 정의와 신뢰의 불씨가 지켜지고 그 바탕위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어깨를 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비록 길지 않은 문장이었으나 그동안 그가 말하고 싶었던 속내가 담겨진 발표문이었다.

***"4천7백만 국민이 배 아파하나 나에게는 자격이 있다"**

김정태 행장은 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는‘시장경제의 화신’이었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한 것은 ‘시장으로부터의 평가’였고 ‘시장의 신뢰’였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그를 ‘앵글로색슨주의의 앞잡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주택, 국민은행 통합과정에 진통이 심할 때에는 그를 ‘또다시 나라를 팔아먹을 제2의 이완용’이라 매도하는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김정태의 스톡옵션은 사기"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때에도 김행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단한차례 예외로 “나는 스톡옵션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도도히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15일 과천 제2종합청사에서 상부기관인 재정경제부 등 각 부처 실.국장급 8백여명을 모아놓고 강연할 때 일이다.

“내가 스톡옵션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니까 4천7백만 국민들이 다 배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같은 스타가 나와야 한다. 나는 그런 대가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주었으면 그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여러분들도 동의해 주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의 성공을 배아파 하는 질시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일부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행장은 이 모든 질시와 의혹을 한번의 행동으로 잠재워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기부금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또는 세계화의 파도 속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된 이웃에게 조그만 힘이 되기를" 기원했다.
결코 그가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비정한 앵글로색슨형 시장주의자가 아님을 드러내 보이는 순간이었다.

***"돈 버는 법은 알아도 돈 쓰는 법을 모르고 있다"**

김정태행장은 사회환원을 생각한 것은 기자가 아는 한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묻지마 투자'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던 2000년 초순의 일이다. 기자와 둘이서 차를 마시던 김행장이 대화 도중에 당시 잘 나가던 금융계 스타 A사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행장과 A사장은 평소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난 사이였다.

"얼마 전 A사장을 만날 일이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야, 너 돈 많이 벌었다고 소문났는데 돈 좀 써라'고 말했다.
네 실력이 좋아 돈을 번 것임은 나도 잘 아나, 그렇다고 해서 그 돈이 모두 네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IMF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고생하는 사람들 생각도 하라는 얘기도 했다. 또한 한국사회는 아무리 정당하게 돈을 벌었다 해도 떼돈을 번 사람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사회라는 얘기도 해줬다.
번 돈의 한 절반을 뚝 떼어내 사회에 헌납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A사장은 못 들은 척 하더라. 내 실력으로 번 내 돈이라는 식이었다.
아직 젊어서 그러는지, 돈 버는 법은 알아도 돈 쓰는 법을 모르고 있더라."

이때 자연스레 "김행장은 어떻게 할거요?"라 물었다.
김행장은 "스톡옵션 행사할 때가 되면 그때 행동으로 보여줄 거요"라며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 들어 스톡옵션 행사시한이 도래하자 김행장은 그 때 약속을 행동으로 옮겼다.

김행장은 이번 발표문 말미를 "마지막으로 나의 생각을 지지해주고 나아가 빨리 발표하라고 재촉하였던 제 가족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라고 끝맺었다.
평소 부인 및 두 자녀와 '사회환원'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왔고, 가족 전체가 이에 공감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행장 가족은 아직도 부인이 낡은 소나타 자가용을 직접 몰고 다니며, 자녀들은 그 흔한 과외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검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행장의 사회환원은 이같은 가족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김행장의 사회환원 결정후 스톡옵션을 받는 국민은행 임원들도 그 뒤를 따르는 방안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은 이처럼 많은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김정태 행장, 스톡옵션 절반 사회환원 발표 전문**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 두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계획의 일단을 오늘 널리 밝히고자 합니다. 제가 3년전 주택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세후수입이 약 1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지금 마련중에 있으며 연내에 실현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마음속으로 굳히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안이고, 혹 다음 자리를 노리는 포석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을 수 있겠고, 무엇보다도 스톡옵션을 받은 다른 분께 공연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먼 훗날 은퇴한 후에 조용히 시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스톡옵션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자주 취급되면서 더 이상 개인적인 사안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게 되었고, 또 통합은행장으로 말하게 되었다고 해서 원래의 계획이 지연되어서도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CEO로 봉직하고 있으면서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주주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사유를 밝혀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여러 선배 어른들 앞에서 쑥스러운 말씀이지만 지나간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3년간 주택은행장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IMF를 겪어야 했다는 사실은 금융인 모두에게 수치이었습니다. 내가 맡은 은행이라도 바로 세워야 하겠다는 심정으로 대우여신을 가차없이 회수하였고, 근 3천명에 이르는 직원을 감축하였습니다. 은행장의 직을 수락할 때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약해질지 모르는 의지를 스스로 동여매고자 급여 대신 스톡옵션을 받아 배수의 진을 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직원들을 퇴사시킬 때는 비록 머리로는 이것이 최선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찢어지는 가슴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저 자신을 수없이 자책하기도 하였습니다. 언젠가 그분들 한분 한분과 마주 앉아 소주라도 한잔 나눌 수 있기를 늘 기도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경영인의길을 걸으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사표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겠다는 마음 자세를 늘 간직하고자 하였습니다. 부모가 재벌이 아니더라도, 굳이 투기나 탈세를 하지 않더라도 정당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큰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에도 록펠러가 있고 카네기가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집이나 호기를 부리기도 하였습니다.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내고 나니 홀가분하기는 합니다마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자칫 전례를 잘못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부담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특별하게 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저의 기여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또는 세계화의 파도속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소외된 이웃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으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없겠습니다. 그래서 정의와 신뢰의 불씨가 지켜지고 그 바탕위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어깨를 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TV에서 ‘국경없는 의사회’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그들도 그들의 활동만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활동을 중단하면 그것은 곧 소외된 사람에게는 절망을 의미하기에 그 일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생각을 지지해주고 나아가 빨리 발표하라고 재촉하였던 제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2002.2.4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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