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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F15 구매 압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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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F15 구매 압박 우려

최근 한국정부 태도 F15쪽으로 급선회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이 다음 달 19일부터 21일까지 방한한다.
문제는 이 시기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우리 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 선정 입찰의 최종결정(3월 예정)을 앞둔 예민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부시 방한과 FX 사이의 방정식은 무엇인가. 국내외의 시선이 이 대목에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아 ‘2001 서울에어쇼’를 참관하는 형식을 빌어 FX사업 경쟁기종중 하나인 미국 보잉사의 F15-K를 자연스럽게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9.11 테러 발발로 방한계획은 무기 연기됐다.

***부시 방한과 FX 사이의 방정식?**

FX사업의 기종결정이 계속 지연될수록 수주경쟁에 불리한 업체는 미국 보잉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잉사의 전투기 생산라인이 있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패치’ 보도에 따르면, 보잉사는 현재 주 출신의원들의 노력 덕에 미군에 2년간 10대의 전투기를 추가 납품하기로 해 일단 공장폐쇄는 막은 상태지만 이 10대가 마지막 수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 그리스 공군은 F15의 구입을 포기한 상태이고 F15-J를 운용하던 일본자위대도 미쓰비시가 개발하는 F4라는 독자적인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주의 어려움은 F15가 다양한 실전경험에도 불구하고 지난 70년대 개발된 구형 기종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F15의 약점이 부각되는 셈이다.

보잉사에 더욱 치명적인 것은 미군의 차세대전투기 수주에서도 록히드 마틴사의 JSF에 완패, 록히드 마틴의 부품하청 계획에 목을 거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FX사업은 보잉사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전투기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판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인지 이 지역 출신의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은 작년 한국 정부관계자에게 외교관례를 무시한 경고성(WARN) 서한을 보내 만약 전투기 선정이 늦어지거나 실패할 경우 "상원의 한국지원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제국주의적 주장을 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국이 제시한 절충교역(일정비율 이상의 기술이전이나 부품교역을 전제로 한 교역) 70%에 대해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국내법등을 들어 끝까지 난색을 표하던 보잉사가 결국 이를 받아들인 것도 생산중단을 염려하는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줬다.

***최근 들어 미국 요구에 굴복하는 인상 짙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닷쏘사의 라팔이나 유럽 컨소시엄의 유로파이터가 100% 절충교역이나 한국의 컨소시엄참여 권유 등 파격적인 제안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실제 기체 테스트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자, 미국측은 행정부가 직접 나서서 강력한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의제에 없던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선정을 언급, 우회적으로 F15 구매를 강요했다. 뒤이어 더글라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차관도 “상호운용성 등을 고려할 때 F15가 가장 적절한 기종”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문제는 미국측 입장이 이처럼 강경해지는 것에 비례해 한국정부 주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오는 2015년 자체 전투기 생산기반을 염두에 두고 절충교역 비중에 무게를 두던 국방부와 관계기관들은 미국 압력이 거세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한미연합군체계에 필요한 상호운영체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현실과 외교안보상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지난주에 발표된 1단계 차세대전투기 평가기준에서는 당초 가장 중요시하던 절충교역 항목은 평가기준 중 비율이 가장 낮은 11.99%로 낮춘 반면, 운용적합성이 18.13%로 평가기준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게다가 기종간의 총점 차가 3%이내 일 때는 ‘정책적 고려’와 ‘대외관계’를 염두에 두고 성적에 관계없이 기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FX, 한반도 해빙의 속죄양이 될 것인가**

일부 입찰업체들은 이같은 평가방법의 변화에 대해 아직 입찰이 진행중이라 직접적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내심 강한 불만과 의혹을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여기던 기종결정 원칙이 사실상 F15측에 유리하게 변화된 점이 과연 보잉이나 미국의 압력 없이 한국 스스로 이뤄진 결정인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내달 부시대통령의 방한이 주목되는 것은 이제까지 계속된 미 의회와 행정부의 F15 구매 압력이 한국측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자, 이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마지막 정지작업으로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미국언론들은 부시대통령이 한국에서 안보와 관련된 여러 ‘당면 현안’ 문제를 다루고 확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당면 현안 중 하나가 F15 판매인 것이다.

한편 이번 전투기선정에 관여하고 있는 국방부 이항우 대령은 “협상조건에는 불법적인 로비나 거래가 밝혀지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는 조항까지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전투기수주는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부시정부의 대북한 강경책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현시점에서 차세대 전투기가 한반도 긴장분위기 완화를 위한 속죄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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