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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보다 기술이전이 중요"

전투기 선정의 관건은 기술습득

한국 차세대 전투기 채택을 위한 미국과 프랑스의 막바지 홍보전이 치열하다. 사실 지난 98년 2차 서울 에어쇼때부터 차세대 한국군의 주력 전투기로 어떤 기종이 되어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전문가와 로비업체들 사이에 무성한 말들이 오갔다.

이같은 과정을 지켜본 산 증인이자, 외국 로비업자들도 존중하는 객관적 이론가로 알려진 한양대 김경민(국제정치학) 교수에게 17일 '국익'에 합당한 차세대전투기의 선출 기준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 교수는“이번에 구입하려는 전투기 수량이 40대에 불과한 만큼 성능을 둘러싼 논쟁은 그렇게 의미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전투기 국산화를 위한 기술이전 조건을 어느쪽이 유리하게 내놓느냐에 따라 기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국들과의 긴장관계에서 제공권을 확보하겠다는 식의 논리는 현실과 떨어져 있다. 각 업체가 '한반도 통일 이후 주변국을 염두에 둔 전투기는 자신들의 전투기뿐'이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 어떤 기종이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돼도 주변국을 염두에 둔 공군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백대의 F4, F5 전투기는 2010년까지 모두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마당에 겨우 40대 정도의 차세대 전투기로 F15 전투기만 해도 수백대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핵무기까지 갖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한다는 것인가.”

이같은 주장은 "현재 한국의 외교통일정책은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정책 목표로 돼 있으며, 만약 남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권국가의 성격상 기본적인 방위력은 유지돼야겠지만 과도한 군사력은 감축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F5, F16을 면허생산해왔고, 고등훈련연습기(KTX2)도 개발중이다. 특히 KTX2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한국은 전투기의 기초설계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당연히 전투기급을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만큼 직수입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한국의 무역수지에서 단일품목으로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공산품이 항공기다. 95년 통계로 2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무려 6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므로 전투기 사업을 민간부문 항공산업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 81년 F5(제공호) 사업을 전개하여 1986년까지 항공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86년 국내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면허생산하는 사업을 벌여 전투기를 직접 사들이는 가격보다 10억달러를 추가로 부담하면서 기술 축적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당시 정부는 차세대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항공산업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추가 생산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한 국가의 항공산업은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세계 최정상급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일본의 F2 전투기도 끊임없는 라이센스 생산과 추가생산을 통한 생산라인 유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공동개발이 가능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일본은 최신예 미국 여객기인 보잉 777에 사용되는 부품의 21%를 공급하고 있다.

올 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미 여야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기술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기술도입을 포기한다면 항공방위산업의 종속을 영구화하고 관련 방위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술이전에 유리한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협상환경 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종 결정시점의 연기도 검토하라" 고 주문했었다.

김 교수는 기술이전 문제 못지않게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선정과정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일본처럼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결정을 할 때는 민간쪽에서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그 답변서에 따라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율곡비리의 재판이 돼서는 안된다'는 우려와 '국가미래가 달린 사안이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깔린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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