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0시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을씨년한 분위기 속에서 ‘서울 에어쇼 2001’이 막을 올렸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이번 에어쇼가 특히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사실상 이번 대회가 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사업의 양대 유력후보 기종인 미국의 F-15K와 프랑스의 라팔의 ‘마지막 로비전’성격이 짙기 때문이었다.
개막식 이후 사흘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비즈니스 데이’ 기간동안 출품업체들은 공군 및 정부관계자와 보도진을 상대로 자국제품을 팔기 위한 철저한 홍보전 및 로비전이 전개했다.
특히 홍보전이 치열했던 부문은 4조3천억원의 물량이 발주될 차세대 전투기사업 부문이었다. 입찰업체들은 전시장내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활주로 곁에 별도의 비즈니스 룸을 설치, 자사비행기 홍보에 열띤 경쟁을 벌였다. 시험비행에서도 자사 전투기가 깊은 인상을 주도록 홍보하기 위해 세계적 파일롯들을 고용해 급상승, 수직하강 등 다양한 고난도의 비행묘기들을 선보였다.
특히 F-15K를 내놓은 미국 보잉사와 라팔을 내놓은 프랑스 다쏘간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미국 보잉사 관계자는 “걸프전 등 실전에서 입증된 성능과 한미간의 방위체계의 통일성을 위해서도 F-15K가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안”이라며 “F-15는 여지껏 공식적으로 추락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랑했다. 반면 경쟁제품인 라팔에 대해서는 “라팔은 여지껏 불과 여섯 대가 프랑스 공군도 아닌 해군에 인도된 상태에 불과하다”며 “실전경험도 전혀 없는 이런 비행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깎아내렸다.
이에 대해 프랑스 다쏘사 관계자는 “F-15는 30년전에 개발된 제품인 만큼 불필요하게 덩치가 크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반면 라팔은 신개발 제품답게 날렵하고 유지비도 적 게든다”며 “미국 제품이 여태까지의 한국 군사력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었다면 강한 공격력과 장거리미사일 탑재기능을 갖추고 있는 라팔은 미래의 군사력에 가장 도움이 될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국 공군이 F-15를 구입한다는 것은 1950년대에 한국이 2차 세계대전때 사용한 낡은 무스탕기를 구입해서 앞으로 60년동안 사용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유하기도 했다.
이같이 치열한 홍보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미국측이 은연중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반면, 라팔은 막판 반전을 기대하며 상하 구분없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라팔의 경우 일반인들에게까지 모자등 각종 홍보물을 나눠주는가 하면, 언론의 취재 및 촬영 협조에 적극적이고 홍보책자도 가장 두툼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전투기 뒤편 날개에까지 한글로 ‘라팔’이라고 적어놓았을 정도로 꼼꼼히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반면 보잉사측은 군장성이나 고위층 접대에 주력하며 보도진 등의 접근에 다소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 좋은 대조를 이뤘다. 홍보보다는 로비로 승부를 보겠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