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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이 뭔지도 몰랐다. 손도장 찍으라고 해서 찍었을 뿐"

[언론 네트워크] 제주4.3 재심, 법정 심문 마무리…결심서 첫 공소장 등장할 듯

재판기록이 없는 제주4.3 재심 사건에 대한 역사적 피고인 심문이 끝이 나면서 정부가 작성한 4.3관련 공소장이 사상 처음으로 국민들 앞에 등장할 전망이다.

법원이 제주어 통역사까지 동원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진술 내용을 모두 기록하면서 4.3사건은 70년 만에 공식적으로 국내 사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4.3생존수형인 재심 피고인 18명 중 1949년 제2차 군법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7명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40분 양근방(86) 할아버지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 18명 중 1949년 7월 제2차 군법회의를 거쳐 옥살이를 8명을 상대로 피고인 심문을 이어갔다. 정기성(97) 할아버지는 치매 진단서를 제출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앞선 26일 1948년 12월 군법회의를 거쳐 수감된 10명을 출석시켜 피고인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현창용(87) 할아버지는 고령으로 대화가 불가능해 심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 4.3생존수형인 재심 피고인 18명 중 1949년 제2차 군법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7명이 재판을 앞두고 법정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법정에는 수사검사가 직접 참석해 피고인들에 대한 대략적 공소사실을 언급하고 각 피고인을 대상으로 공소사실을 특정 짓기 위해 질문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역사적 의미와 재판의 원활할 진행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제주어 전문가를 통역사로 투입했다. 재판부는 생존 수형인들의 답변 하나하나를 기록으로 남길 것을 지시했다.

생존 수형인들이 자신의 공소사실을 정부로 부터 직접 듣는 것은 70년만에 처음이다. 군법회의 당시 정부는 정식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형량을 정했다.

수형인들은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왜 끌려가는지도 몰랐다. 고문과 학대로 거짓 자백까지 이어졌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인원만 1차 871명, 2차 1659명 등 총 2530명에 이른다.

이날 박순석(91) 할머니는 병원에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70년 전 차마 입에 담지 인신공격까지 떠올리며 당시 기억을 법정에 쏟아냈다.

▲ 박순석(91) 할머니가 27일 오후 2시 아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박 할머니는 "함덕에서 산으로 피신했다가 내려왔는데 폭도로 내몰렸다"며 "그때는 남로당이 뭔지도 몰랐다. 그저 장정들이 손도장을 찍으라고 해서 찍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서로 끌려간 박 할머니는 1949년 7월 제2차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이곳에서 국방경비법 제32조와 33조의 간첩죄를 적용받아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전주형무소로 향했다.

변호인측은 두 차례에 걸친 군법회의에서 정부가 적용한 형법상 제77조 내란죄와 국방경비법상 간첩죄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12월17일 결심공판을 열어 검찰측 의견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듣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쳐 사상 첫 4.3공소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결심 공판이 예정대로 열리면 연내 재심 선고가 이뤄 질수도 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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