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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유족들 "공항 활주로라도 파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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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유족들 "공항 활주로라도 파내야지요"

[언론 네트워크] 유해발굴 성과 無...공항 바깥 도두동서 시신 4구 발견

"얼마나 큰 기대를 했다고. 유해라도 모실 수 있게될까 기대했는데 굉장히 안타깝고 눈물이 나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당시 최대 학살터였던 제주국제공항 일대.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미처 수습되지 못한 유해를 찾기 위해 땅을 팠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던 유족들은 허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 매장지로 추정돼 발굴작업이 이뤄졌지만 별다른 흔적을 찾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4.3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 완료에 따른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발굴은 약 석달 동안 진행됐다.

당시 상황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제주공항 내 유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장지는 △뫼동산 인근 △남북활주로 서쪽 구역 △궤동산 △교차활주로 인근 △화물청사 동쪽 부근 등 총 5곳이었다. 4.3평화재단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등과 검토를 진행한 결과 이중 뫼동산과 남북활주로 서쪽 구역 등 2곳을 발굴 대상지로 정했다.

궤동산, 교차활주로, 화물청사 등의 지점은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주 활주로를 폐쇄해야 발굴이 가능한데, 시간당 34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이 활주로를 폐쇄하고 발굴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해당 지점에 대한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진행한 결과 깊은 바닥면의 전자기파가 감쇠돼 유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도 대상지에서 제외시킨 요인이 됐다.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 ⓒ제주의소리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 ⓒ제주의소리

지난 7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해발굴이 진행됐다. 뫼동산 인근의 경우 높은 지대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경사져 내려가는 최대 깊이 2m 가량의 매립층이 확인돼 채굴 작업이 이뤄졌고, 4m에서 최대 6m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 70년 전 당시의 지표층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해 구덩이나 유류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찌그러진 흔적 없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탄두 1점이 발견됐을 뿐이었다.

유해발굴 조사 과정에서 복수의 증언이 나왔던 '남북활주로 서쪽 구역'에서도 유해의 흔적은 없었다. 북동쪽에서 서남쪽으로 경사져 내려가는 지형을 3.8m에서 최대 12m까지 파내려갔지만, 유해나 유류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항 일부 활주로를 폐쇄하면서까지 작업을 진행했으나 사실상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현장을 찾은 유족들 역시 애끓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정훈(72)씨는 "정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유해를 모시지 못하게 돼 굉장히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 아직도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후손들이 너무나 많다"며 "앞으로 이 곳 뿐만이 아니고 제주 전 지역에도 발굴할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들더라도 꾸준히 발굴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창옥(82) 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 이사는 "제주공항이 84만평인데, 이 안에 6.25 동란 이후에 매장된 시신이 수 백구가 있다. 이 공항 안에 상당히 많은 시신이 매장돼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건 너무 섭섭하다. 돈을 많이 들여서 했지만 (발굴 대상지가)매장된 지역이 아니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에서 한 유족이 질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 ⓒ제주의소리


그는 "공항 때문에 (활주로)변두리만 와서 파는거 아니냐. 84만평에 대해 도면으로 매장지를 찾고, 활주로가 되더라도 파내야지 변두리만 파서 뭐가 나오겠나"라며 "형식적으로만 파는 것은 말이 안된다. 너무 섭섭하다"고 거듭 실망감을 표출했다.

주요 유해발굴 대상지인 제주공항 외의 도두동 지역에서 4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소기의 성과다.

"1973년 제주공항 확장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발견해 창호지에 유골을 싸서 암매장을 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실시된 제주시 도두동 1102번지 유해발굴 과정에서는 성인 남성과 여성 각 1구, 10대 초반의 어린이 유해 1구, 2~3세로 추정되는 영유아의 유해 등이 확인됐다.

발굴 당시 다리뼈 위에 두개골이 놓여있는 등 뼈 위치가 제각각이라는 점으로 미뤄 처음부터 전신 매장이 된 것이 아닌 2차 매장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 증언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제주고고학연구소는 해당 유골에 대한 DNA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제주4.3평화재단 관계자는 "큰 기대를 모았던 유해발굴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작업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3차, 4차에 걸쳐 유해발굴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30일 제주국제공항과 도두동 일대에서 진행된 4.3유해발굴지 현장설명회. 도두동에서 4.3당시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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