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국회 정기회·임시회를 시작할 때 각 정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장으로,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시작으로 오는 6일까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대표가 차례대로 연설을 한다. 이 대표의 "포용적 성장"이라는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 국가"라는 말을 사용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 주재 범정부적 '포용국가 전략회의' 개최를 며칠 앞두고 나왔다.
이 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 약화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며 "사회 곳곳이 불안과 불신의 벽에 막혀 있다. 청년들은 이 나라를 '헬(hell) 조선'이라 스스럼없이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 20년의 과제로 총 5가지를 제시하고 그중 첫 번째 자리에 "경제"를 놓았다.
이 대표는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과제 중에서 핵심은 역시 경제"라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이루어진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모델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974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3만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IMF는 예상하고 있다"며 "3만 달러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쉽지 않다. 게다가 자칫 불평등이 심화되고 혁신역량이 부족해지면, 경제는 전반적 위기와 장기 침체에 빠져 버리고 만다.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려면 우리 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복지‧노동모델과 혁신성장 모델을 함께 창출해내야만 한다"고 '포용적 성장 모델'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한반도 평화경제 모델이 더해지면 우리 현실에 맞고 독창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이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제시한 나머지 4가지 과제는 각각 민생, 적폐청산, 자치분권, 한반도 평화였다. 이 대표는 민생 분야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며 "지난 10여 년간 표류해왔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오는 10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경제사회노동위 가동과 별개로 민주당에 대표 직속으로 '민생연석회의'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이는 "현장 중심의 대화로 '을'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을지로위원회'의 경험과 헌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 지원 기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는 "경제를 위해 적폐청산을 적당히 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전제하고, 기무사 계엄령 사건,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이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자치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6대 4까지 나아가도록 하겠다"는 지방재정 개선 방안과 함께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 중앙사무를 획기적으로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와 관련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혁신도시 건설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국가 혁신 클러스터를 혁신도시 중심으로 조성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 혁신도시가 지역의 자립적 성장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과 지방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마련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정책을 위한 중대한 과제"라며 그는 "반드시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켜, 군산·부산·울산·경남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적 돌파구를 열겠다"고 했다. "국회 세종의사당의 세종시 설치" 주장도 언급하며 세종시가 "실질적인 행정수도"라고 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이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 비전에 대해 그는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비준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막을 역진 방지책이자, 국민적 합의와 지지에 기반하여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예산, 일자리·R&D 등 적극적 역할 해야…5당 대표 회동 하자"
이 대표는 당의 비전 제시에 이어 이번 정기국회의 과제로 예산안 통과를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정부 재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재정이 민생의 버팀목이 되고,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해야 할 절대 과제"라며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진 지금, 공공부문이 앞장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 가장 많이 늘어난 예산이 일자리 예산"이라며 "늘어난 일자리 예산은 구조적, 경기적 요인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일자리 시장에 훈풍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 예산도 사상 최대인 162조 원이 편성되었다"거나 "올해와 내년은 혁신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기초연구와 미래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R&D 투자를 확대하고, '초연결 지능화', '스마트시티' 등 혁신성장을 위해 선정한 '8대 핵심 선도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등 정부 예산안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그는 한편 "이번 국회는 국민을 위한 협치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 한다"며 "저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그 동안 국회는 당대표 간 협치가 실종된 상태였으나, 앞으로 5당 대표 회동이 정례화 된다면 국회는 국민을 위해 더 봉사하고 더 큰 희망을 드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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