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별로 보면 호주가 인구 10만 명당 유방암 발생자 수 103.5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탄은 6.9명으로 가장 적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한국은 186개국 중 66번째로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약 3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새롭게 진단을 받았다.
국내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2018년 시군구별 암발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강남구"였다[그림1]. 일반적으로 암 발생률이 높은 곳은 암 사망률도 높기 마련인데, 유방암 사망률도 강남구가 가장 높을까? 2024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니 강남구의 유방암 사망률은 여성 인구 10만 명당 6.5명이었고, 유방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여성 인구 10만 명당 28명이 사망한 "경남 산청군"이었다. 이처럼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률은 높은데 사망률은 낮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발생률은 낮지만 오히려 사망률은 더 높은 현상을 "유방암의 역설(breast cancer paradox)"이라고 부른다.
2년 전 서리풀연구통에서는 프랑스에서 발견된 유방암의 역설을 진단 시 병기(stage at diagnosis)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유방암이 조기에 진단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유방암이 늦게 진단되는 것으로 설명했었다. (☞관련 글 바로가기) 이번에는 한국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유방암의 요약병기별 발생률을 살펴보려고 한다. (☞논문 바로가기 : 2005~2018년 한국의 유방암 요약병기별 발생률 및 지역수준 위험요인의 공간적 격차)
연구진은 유방암을 미국 암등록본부가 제안한 요약 병기(SEER Summary Staging) 분류에 따라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는 "국한(localized)", 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한 경우는 "국소 진행(regional)",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는 "원격 전이(distant)", 병기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는 "모름(unknown)"으로 분류했다.
유방암 자료는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 암발생 데이터베이스에서 요약병기 정보가 수집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자료를 250개 시군구 단위에서 3개 기간(2005–2008, 2009–2013, 2014–2018)으로 구분해서 분석했다. 지역박탈지수는 지역의 주거 환경 및 가구 특성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를 합산하여 사회·경제적 결핍 수준을 종합적으로 수치화한 것으로, 부산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항목 중 10가지 지표(①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 ②고졸미만 인구 비율, ③가구주 기준 낮은 사회계층 비율, ④노인 인구 비율, ⑤1인 가구 비율, ⑥주택 소유 가구율, ⑦아파트 가구 비율, ⑧여성 가구주 비율, ⑨이혼⋅사별 비율, ⓾자동차 미소유 가구 비율)를 종합하여 산출한 결과를 활용했다[그림2]. 그 외 지역수준 위험요인으로는 지역의 비만율, 음주율, 암 검진율, 인구 1000명 당 유방촬영장치 수를 함께 고려했다.
분석결과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에서 유방암 진단을 새로 받은 여성은 21만 5803명이었고, 진단 시 요약병기가 국한(localized)인 환자는 59%, 국소 진행(regional)인 환자는 35.5%, 원격 전이(distant)인 환자는 5.5%였다.
진단 시 주소지를 보면 유방암 환자의 53.4%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살고 있었다. 2014-2018년 시군구별 유방암 발생과 비슷한 시기에 측정된 지역수준 위험요인의 연관성을 베이지안 계층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지역박탈지수와 지역의 비만율이 낮을수록 지역의 음주율이 높고, 인구 1000명 당 유방촬영장치 수가 많을수록 전체 유방암의 발생 위험은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요약병기별로 구분하여 유방암 발생률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국한(localized)에서는 지역박탈지수와 지역의 비만율이 낮을수록, 인구 1000명 당 유방촬영장치 수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졌고, 원격 전이(distant)에서는 지역박탈지수와 지역의 음주율이 높을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유방암이 조기에 진단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유방암이 늦게 진단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3].
유방암의 진단 시 병기(stage at diagnosis)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2019-2023년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94.7%인데, 요약병기별로 보면 국한(localized)은 99.2%, 국소 진행(regional)은 93.6%, 원격 전이(distant)는 50.4%로 크게 달랐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왜 유방암이 늦게 진단될까? 해당 지역에 병원이 없어서? 의사가 부족해서? 진단 장비가 노후화되서? 이는 암 진단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에 대한 쉬운 답변이다. 예를 들어, 생활 환경 안에서 도보로 5-10분 안에 원하는 병원에 갈 수 있는 사람과 30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타고 2시간 넘게 가야 가장 가까운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 세밀하고 정밀한 영상장비가 개발되고, 유방암 진단에 특화된 AI 모델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인 이들에게 가닿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 2026년 2월 "모두를 위한 암관리, 더 나은 건강한 미래"라는 비전 아래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세우고, 세부 목표 중 하나로 "지역완결적 암 의료체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인구⋅환경⋅의료 인프라(시설, 장비, 인력) 등 지역 여건 및 현황에 대한 체계적 분석 통해 암관리 개선과제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 개별 지역에서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과 잘 연결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지정보
Park, E. H., Jung, K.-W., Hwang, S.-S., Jung, S.-Y., & Jun, J. K. (2026). Spatial Disparities in Stage-Specific Breast Cancer Incidence and Area-Level Risk Factors in Korea, 2005-2018.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https://doi.org/10.4143/crt.2025.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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