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러 질병과 마찬가지로, 심정지 치료 결과에서도 지역 격차는 중요한 문제다. 2024년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높은 서울은 12.4%였지만 가장 낮은 전남은 5.4%로, 무려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났다. 당시 이러한 격차의 주된 원인으로 비수도권의 높은 고령 인구 비율과 취약한 병원 접근성이 지목되었다. 자료를 공개한 국회의원은 고령층이 많고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방을 중심으로 심폐소생술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저체온 치료 등에 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물론 심정지 목격자의 신속한 119 신고와 심폐소생술 시행은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심정지를 빠르게 인지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으로 얼마나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혹시 다른 단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해 필자가 참여한 두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두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이 구축한 전국 급성심장정지조사 자료(2015-2022년)를 이용해, 지역의 사회경제적 불리함이 심정지 치료 결과의 격차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시간 지연'이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 연구는 환자가 쓰러진 것을 목격한 시점부터 119에 신고하기까지의 시간, 두 번째 연구는 119 신고부터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에 주목했다. 더불어 두 연구 모두 이러한 시간 지연의 역할의 정도가 목격자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보았다. (☞논문 바로가기1: 지역 박탈과 병원 밖 심정지 후 결과 간의 연관성에서 신속한 구급활동 개시의 매개효과 및 목격자 심폐소생술의 조절효과 분석) (☞논문 바로가기2: 지역 박탈과 병원 밖 심정지 결과: 신고-응급실 도착 시간의 매개효과 및 목격자 심폐소생술에 의한 조절효과)
두 연구는 전국 25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산출한 지역박탈지수를 이용해 박탈 수준이 상위 20%인 지역(박탈이 더 심한 지역)과 나머지 지역을 비교했다. 지역박탈지수는 주거, 교육, 교통수단, 가구 구성, 고령화 등 지역의 여러 사회경제적 조건을 종합해 한 지역이 얼마나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리고 인과매개분석을 통해 지역 박탈과 심정지 결과 사이의 격차 가운데 각 '시간 지연'이 설명하는 비율을 계산했다. 다만 분석 설계상 두 연구의 대상자 구성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연구의 분석 대상은 4만 3032명이었고, 이 가운데 박탈지역 거주자는 2642명(6.1%)이었다. 박탈지역에서는 목격자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22.6%로 그 외 지역의 36.3%보다 크게 낮았다. 심정지 발생 후 5분 안에 119 신고가 이루어진 비율도 67.8%로, 그 외 지역의 75.6%보다 낮았다. 치료 결과 신경학적 기능이 양호하게 회복된 비율은 박탈지역 6.3%, 그 외 지역 13.3%였고, 퇴원 시 생존율도 각각 14.0%와 21.0%였다.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박탈지역의 치료 결과는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지역 격차 가운데 '신고까지의 지연'은 얼마나 설명할 수 있었을까. 인과매개분석을 통해 심정지 발생 후 5분 이내에 신고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이 시간 차이가 설명하는 비율은 신경학적 회복 격차의 3.7%, 생존 격차의 7.9%였다. 박탈지역에서 신고가 늦게 이루어지는 경향은 분명했지만, 신고를 빨리하는 것만으로 지역 간 생존 격차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연구는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에 주목했다. 분석 대상은 5만 4754명이었고 박탈지역 거주자는 3545명(6.5%)이었다. 이 연구에서도 신고 후 응급실 도착까지 30분을 넘긴 비율은 박탈지역에서 71%였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55.8%였다. 치료 결과 신경학적 기능이 양호하게 회복된 비율은 박탈지역 5.2%, 그 외 지역 11.6%였고, 퇴원 시 생존율 역시 각각 12.5%와 19%로 뚜렷한 차이가 났다. 인과매개분석 결과 지역 박탈과 신경학적 예후와의 연관성 가운데 약 10.7%, 사망과의 연관성 가운데 약 24.3%가 신고 후 응급실 도착이 늦어지는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연구 모두에서 이러한 시간 지연이 지역 격차를 설명하는 비율이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연구에서 신고 지연이 예후 격차를 설명하는 비율은 심폐소생술 시행군(신경학적 회복 7.9%, 생존 14.7%)이 미시행군(각각 2.1%, 6.2%)보다 높았다. 두 번째 연구의 응급실 도착 지연 역시 신경학적 예후 차이를 설명하는 비율이 미시행군(7.2%)보다 시행군(24.0%)에서 컸으며, 사망 격차를 설명하는 비율도 미시행군(19.6%)에 비해 시행군(44.1%)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열악한 지역에서 심폐소생술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실제로 박탈지역에서 목격자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더 낮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정지 생존율의 지역 격차를 시민에게 더 빨리 신고하고 더 잘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심폐소생술의 교육과 홍보는 비교적 당장 시행하기 쉽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쉬운 사업이다. 반면, 구급대를 어디에 얼마나 배치할 것인지, 환자를 받아줄 응급의료기관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지역에 따라 길어지는 병원 전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는 훨씬 복잡하고 많은 자원이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사업'과 '해야 하는 사업'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격차의 상당 부분은 신고 이후, 시민이 손쓸 수 없는 구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시민이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잘 해냈을 때"에, 공공이 책임지는 이송 및 치료 시간 지연이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컸다. 시민이 벌어놓은 시간을 살려내는 것은 응급의료체계의 몫이다. 신고 이후의 골든타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이다.
*서지정보
Kong SY, Jeong S. A Moderated Mediation Analysis of Timely EMS Activation and Bystander CPR in the Association Between Regional Deprivation and Outcomes Following Out-of-Hospital Cardiac Arrest. Healthcare (Basel). 2026;14(3):408. doi:10.3390/healthcare14030408.
Kong SY, Jeong S. Regional deprivation and out-of-hospital cardiac arrest outcomes: Moderated mediation by call-to-emergency department time and bystander resuscitation. Hong Kong J Emerg Med. 2026;e70124. doi:10.1002/hkj2.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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